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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대학'이 바로 서려면…
진정 '대학'이 바로 서려면…
  • 교수신문
  • 승인 2016.01.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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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칼럼] 김영호 배재대 총장

이 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교육> 190호에 게재된 김영호 배재대 총장의 「융합적 소통의 미래」를 발췌한 글입니다.

▲ 김영호 배재대 총장

현재 대학에는 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의 대응과 졸업 후 사회에 나가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성의 추구, 동시에 인성 등을 대표로 하는 교양교육의 확대 등 그야말로 전인적이며 완벽한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평가도 ‘교육을 위한 평가’가 ‘평가를 위한 교육’으로 전도돼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혁신이나 개혁을 내세우며 다그치고 있지만 정작 고등교육 현장에서는 대학의 교육이념에 부합되는 자발적인 교육개혁이 일어나기 위한 호흡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학은 곧 졸업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사회가 요구하고 수요자가 기대하는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으로 내용과 방식을 주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학이 대학다움을 회복하게 될 때 혁신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므세이온이라고 하는 뮤즈를 떠받치는 젊은이들을 교육시키는 시설이 있었다. 므세이온은 전 세계의 진귀한 물품이나 예술, 원료, 세계의 동식물 등을 모아놓은 일종의 미술관이며 동물원이고, 수족관이며 종합정보센터였고 대학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학의 원형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교육의 범주이고 다른 가치들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사고, 즉 융합적 소통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대학교육의 근간이 된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리고 과감하게 미래의 변화를 수용하려면, 대학다움이라는 것은 융합적 소통이라는 기본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이념과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가지고 학문간의 경계와 장벽을 허물어 서로 소통하며 학문적 유연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대학이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학문의 다양성 추구를 통한 새롭고 창의적인 가치창출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학문의 다양성은 전공의 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학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려는 노력과 함께 미래 인류에 예상되는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연성에 있는 것이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가 없고 복제품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복제기술이 나름대로 훌륭한 것이기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게 되면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물건 만들기가 시대의 테마로 된 20세기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참으로 ‘충성스러운 종’이었지만 21세기에는 그렇지가 않다. 이제 사회는 많은 물건을 생산하는 능력보다는 내가 누구인가, 우리대학은 어떠한 대학이며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중한 의문을 품어야 할 때인 것이다. 대학을 둘러싼 시장논리와 효율성이 앞서게 되면 다양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획일성과 균일성이 강조되고 거꾸로 성장의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식물의 생태계로 비유하자면 극상림의 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극상림은 식물의 생태계가 하나의 포화점에 달하게 돼 더 이상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퇴보해 버리고 마는 최후의 단계인 것이다.

이제 대학교육은 정치적 이슈나 관료주의에 따른 정책 수립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의 수요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식교육을 지향할 수 있는 사회의 요구에 기반을 두고 운영돼야 하며, 그 중심에 항상 다양한 소통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대학의 소통, 대학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와의 소통, 교수와 교수 사이의 소통, 교수와 학생의 소통 등 공동체로서 반드시 지녀야하는 가치창출을 위해 다 같이 소통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영호 배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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