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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개체수 감소에도 영향미쳐 … 국내 생태통로 78% ‘모니터링 시설’ 미비
야생동물 개체수 감소에도 영향미쳐 … 국내 생태통로 78% ‘모니터링 시설’ 미비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12.23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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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26. 로드킬
▲ 로드킬로 인한 야생동물들의 죽음은 연쇄적일 가능성이 높다. 즉 상위 포식자나 인간에게 2차 위협을 가한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로드킬이 발생하는 이유는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먹을 것을 찾아 동물들이 자주 산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동물의 수는 인간 교통사고의 60배인 30만 마리 정도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속도로만 해도 매해 2천 건이 넘는 야생동물 교통사고가 난다. 하루 평균 6건이다. 동물에게 도로는 자신들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고립시키는 존재다.

우리나라는 도로의 비중이 큰 나라 중 하나다. 1km당 자동차길이 1km씩 나있는데 다 합쳐 10만km가 넘는다. 야생동물 행동권은 1km 이상이기에 야생동물들은 살면서 수많은 도로를 만날 수밖에 없다.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먹이를 물고 쌩쌩 차들이 달리는 도로 건너에 있는 새끼에게 가다 머리가 바퀴에 깔린다. 죽은 어미 수달이 새끼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죽었다. 차 주인이 어미에게 다가갔다. 젖꼭지에서는 아직 하얀 우유가 나왔다. 지난해 7월 <EBS> 「하나뿐인 지구」 로드킬 편에 나온 장면이다.

야생동물이 서식지역에 개설된 도로를 횡단하는 중에 차량과의 충돌에 의해 죽거나 다치는 현상을 로드킬이라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나온 「제5회 국립공원 연구포럼 결과보고서」(국립공원 야생동물 로드킬 및 생태통로 모니터링 고도화, 2015.2.12)에 따르면 야생동물이 먹이 활동, 번식지로 이동을 위해 도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주로 로드킬이 발생한다.

16개 국립공원의 41개 노선에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은 총 6천110 개체다. 그중 4월에 1천165개체가 집중됐다. 포유류는 번식기와 분산시기 및 동면 준비 중에 주로 사고를 당했고, 다람쥐(60.2%)가 가장 높았다. 파충류는 아스팔트에서 대사활동 위한 열을 얻는 여름에 주로 사고를 당하고, 유혈목이(25.1%)가 가장 높았다. 양서류는 봄철 산란기에 집중됐고, 북방산개구리(79.1%)가 가장 높았다. 조류 로드킬도 높은 편인데, 주로 여름철새가 도래하는 4월부터 번식기 이후인 8월에 발생한다.

우리나라가 온대 지역이기에 특별한 계절, 특정 지역에 로드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도로는 야생동물이 가장 활발할 때 이들을 위협하는 천적이 되는 셈이다.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포유류의 도로 횡단 특성과 행동권 분석을 통한 로드킬 저감 방안」(최태영, 조경학, 2007.8)에는 국립공원 지역을 포함한 도로에서 2004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제시돼 있다. 설치류가 37%로 가장 많았고, 이어 너구리>고양이>고라니>족제비>청설모>다람쥐>산토끼 순이었다.

야생생물에게 도로는 위험한 통로일 뿐

한 수의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살아남은 고라니를 치료한 뒤 목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았다. 고라니는 서식지 이동을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도로가 나올 때마다 그 앞에서 오래 머뭇거렸다. 각기 다른 도로를 4번 건너는 동안에도 며칠이고 도로 앞에서 머무르기만 했다. 그러다 산으로 가기 위해 5번째 도로를 건너던 중 로드킬 당해 죽었다. 치료 뒤 방생한 상태에서 단 60일 버틴 것이다.

해외에서 스위스는 연간 7천500건의 로드킬이, 미국은 연간 30만 건이 발생한다. 로드킬은 야생생물을 위협해 결국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사냥, 포식과 같은 요인들과 비교할 때 개체 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북아메리카에서 로드킬로 지난 40년간 이동성 조류 개체군 크기가 50%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의 플로리다 팬서, 스페인 남서부의 이베리안 스라소니, 네덜란드의 오소리 같은 멸종 위기종도 심각한 로드킬 사례다.

야생동물 가운데는 소음과 인간 활동에 대한 거부로 도로와 인접한 지역을 피하는 종도 있다. 멧돼지, 노루, 담비, 오소리들이다. 이들 동물은 도로 건설에 의한 서식지 단절로 인한 피해 동물들에 포함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로드킬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산림 가장자리를 선호하는 종들은 청설모, 다람쥐, 산토끼, 설치류, 너구리, 고라니, 삵, 족제비, 고양이 따위가 있다. 농경지나 하천변에 발달한 초지와 관목림을 중심으로 살아가기에 도로를 지나는 도중 자주 로드킬을 당한다.

죽은 야생동물은 인근 매립장에 옮겨져 소각된다. 동물이 도로를 건너다녀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도로는 이전부터 동물들의 서식지였다. 도로가 야생동물 행동반경 안에 있어 야생동물들의 서식 환경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동물들에게 도로는 영역이기에 그곳에서 먹이사냥을 한다. 예로 뱀이 로드킬 당했는데, 이 뱀을 먹으러 다른 동물이 온다. 이럴 때 이 동물이 로드킬 당할 가능성은 커진다. 야생동물은 분별력이 약하다. 인간으로 치면 아이들과 같다. 아이들을 조심해야 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인간도 로드킬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동물과 충돌한 뒤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급조작해 2차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SNS지도가 로드킬 구간 미리 알려줘

과속은 제동거리 차이가 있기에 로드킬의 가장 큰 적이다. 한 실험에서 50km 속도에서 15m 정도 거리가 확보되자 차는 안전하게 급정거했고 야생동물을 피했다. 무엇보다 동물 출현 시 우선은 경직을 울려 도로 밖으로 탈출시켜야 한다. 운전자들은 동물사고에 주의하고 안전운전을 하는 게 필수다.

국가적 노력도 중요하다. 야생동물 출입이 잦은 해외의 어떤 도로는 반경 1km내 동물이 접근하면 신호가 들어와 운전자가 미리 주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다. 영국은 시민들이 만든 SNS 지도로 로드킬 구간을 만들어 주의하고 있다. 일본은 하늘날다람쥐가 충분한 높이에서 날아 4차선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도로 양편에 16m 기둥을 세워뒀다. 우리나라는 유도울타리, 생태통로, 침입방지시설 등을 설치해 도로차단을 막는 것을 주요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전체 도로의 34%(2014년) 정도만이 설치됐을 뿐이다.

포식자가 통로 입구에 영역을 표시해 소형 포유류가 접근하지 못하거나, 개체 간 영역 표시를 하는 경우, 통로를 못찾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실을 연구할, 모니터링 시설이 미비한 생태통로가 78%나 된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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