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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의 연애
요즘 청년들의 연애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5.12.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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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요즘 청년들. 학창시절에는 자녀 주위를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에 짓눌려 살다가, 급기야 멀리서 모든 것을 지켜본다는 ‘인공위성 맘’에게 원격조종당하면 산다.

하지만 간섭과 조종에서 벗어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인문대 출신 90%가 논다는 ‘인구론’,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문송’, 공무원시험 준비하다 폐인이 되었다는 ‘공시폐인’, 인턴으로만 돌고 돈 경력이 부장급이라는 ‘부장인턴’ 등등. 요즘 청년들은 부모에서 벗어나자마자 이런 절망적인 말 속에 파묻힌다.

이 때문인지 청년들의 연애도 새로운 풍속도를 만든다. 물론 3포 세대란 익숙한 말이 있듯이 이들은 연애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다.

대학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하며 취업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고, 정작 졸업해서는 취업 못해 데이트 비용도 없다.

그러나 연애포기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다르다. 각종 대중 매체는 ‘모태솔로’라는 말을 퍼뜨리며 애인도 없고, 연애도 못하는 사람을 천연기념물 취급하지만, 이 말이 무슨 연민이나 동정심을 갖게 하는 것은 아니다. 모태솔로는 외모도, 학벌도, 직업도 없는 그저 ‘루저’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도 스펙이란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또 그래서 그런지 연애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리며 자랑삼는다.

예전에는 연애가 자못 비밀스런 이야기였다. 둘 만의 소중한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연애한다고 동네방네 떠든다. 연애가 스펙이니까 말이다.

이번 학기에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들었던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 ‘원 나잇 스텐드’에 관한 이야기다. 참으로 외설적인 말이다. 대개 이런 것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지만, 요즘은 좀 다른 것 같다. 원 나잇 스탠드가 그렇구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취직해봤자 제 한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비정규직인 바에야 연애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말 그대로 청춘인 청년세대가 연애를 포기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귀는 연애가 아니라, 일회용 만남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경제적 형편이 좋아진다고 해서 꼭 연애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대학 연애 관련 강의에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무슨 무슨 토크쇼도 빼놓지 않고 연애강의를 추가한다. 그리고 연애 강의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애학원, 연애과외도 있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은 연애는 하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고, 형편이 된다 해도 어떻게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맘이나 인공위성 맘에게 간섭받고 조종 받으면서, 그리고 아르바이트하고 취업 준비하느라 친구인들 제대로 사귀어 보았겠으며, 사회성이며, 대인 관계 능력인들 제대로 계발할 수 있었을까.

한국 청년 실업률이 2000년 이후 최고라는 보도를 듣는다. 청년 세대 중 취업 포기자를 일컫는 ‘니트족’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는 청춘 아닌 청년 세대. 어떻게 해서든 청년실업률을 줄여야 할까? 아니면 청년복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까.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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