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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감동하며 목이 메는 날
삶에 감동하며 목이 메는 날
  • 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사학
  • 승인 2015.12.1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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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사학
▲ 이양자 명예교수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의 첫 단추, September! 세월은 변해가도 오랜 풍파 속에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언제나 변함없는 '당신'과 그리고 '나'이고 싶었습니다.

가을이 머무는 시간 10월…. 회상과 사색과 명상 속에 곡식도 과일도 잎새도 인생도 노랗게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에 정갈한 고요함으로 묵상하고 싶었습니다.

겨울로 향해가는 11월, 안개 속에 흔들리는 마지막 잎새들…. 황혼과 함께 하는 연륜의 저뭄 속에 우리의 마음은 아득한 추억으로 물들었습니다.

이제 또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 12월, 철새들은 이미 떠났지만 겨울을 녹이는 가족의 사랑을 두텁게 하며 힘을 내어 새해의 희망을 설계해 보고 싶습니다.

정년퇴임 한지도 벌써 10년. 76세의 나이를 맞이하며 오늘 산다는 것, 행복, 인간답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1941년에 태어나서 1945년 5살 때 해방을 맞이했으며 1950년 10살 때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1960년 20살 대학생은 4.19 민주화 혁명을 맞아 앞장섰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5.16을 겪었고, 대학원 시절 6.3 시위로 대학문은 닫히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도, 1979년 부마항쟁도 저항감 속에 맞았고 늘 울분을 삭혀야했습니다.

조국의 민주화와 민족 역사의 고비 고비를 다 지나쳐오면서 그래도 자랑스러운 것은 학생들이 이 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큰 몫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제 화합하고 배려하고 서로 도우며 이 나라의 발전과 굴기를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오늘 저의 인생은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소를 짓기만 해도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지지 의사 표시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갈파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성공을 축적해 갈 수 있습니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을 깨닫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내 인생은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것일까 하며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봅니다.인생이 항상 내편만은 아니었지만 삶은 친구도 적도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은 다만 인내였고 또한 힘찬 최선의 노력이었습니다. 저 먼 기억들을 되새겨보며 운 좋게 오늘에 이르렀음을 자축해봅니다. 고난이 있었지만 고난은 축복의 또 다른 이름이고 아픔은 언제나 행복을 옵션으로 가져다줬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행운 뒤에는 노력이 있었음을…. 지금은 그냥 큰 욕심 없이 편안합니다.

맑은 공기, 눈부시게 흐르는 햇살, 상큼한 황금빛 저녁노을 앞에 마음을 열면 곳곳에 흐르는 사랑의 물결이 빈 인생을 가득 채우고 나라와 자식을 위한 간절하고 편안한 기도만이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잠시 빌려 쓰다 가는 생명 되돌려 줄 차례인 오늘은 인간이 인간답다는 가치를 되뇌며 삶에 감동하며 목이 메는 날입니다.

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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