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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中 대학출판부협회 교류 33년 짚어보기
韓·日·中 대학출판부협회 교류 33년 짚어보기
  • 김정규 한국방송대 출판문화원·시인
  • 승인 2015.12.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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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지난 11일부터 3일간 인천에서 ‘플랫폼 시대와 대학출판부’라는 대주제로 제33회 한·일 대학출판부협회 합동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 첫날 일본 대표단 환영만찬에서 일본협회 미우라 쿠니히로 상임이사가 한 건배사가 인상적이었다. 요약해 보자면 ‘1988년부터 한일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때는 젊었었다. 이제 70살이 돼 한국 공식 방문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중략)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친구가 된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서 힘을 모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배들이 있어 교류 행사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출판부협회가 교류를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다. 일본협회에서 자국 하계연수회에 한국 대학출판부 관계자들을 초청, 대표단이 참석했고 이때 상호 방문 형식의 국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년 한국에서 제1회 한·일 대학출판부협회 합동 세미나가 열려 일본대표단 7명이 참가했다. 공동의 주제를 정해 양국에서 각각 1명씩 연구 발표해 서로 현황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이 합동 세미나는 1996년 제15회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1992년 韓·中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중국 대학출판부협회가 1997년에 참가의사를 표명해 3국 합동 세미나로 개편됐고, 일본에서 제1회 한·중·일 대학출판부협회 합동 세미나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이때 서울대, 도쿄대, 베이징대 출판부 대표가 각국 대표단장을 맡아 동북아 3국 간판 대학의 출판부가 전면에 나서서 교류를 이끄는 형국이었다. 이후 3국이 윤번제로 자국에서 개최해 2008년 제12회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2003년 사스(SARS)가 중국에서 유행했을 때 주최 측인 일본협회에서 중국협회의 참가를 거부하면서 삐걱거렸으나 조정회의 개최 등으로 서로 노력을 기울여 이듬해부터 정상화됐다. 2006년에는 한국협회의 제안으로 ‘한국·일본·중국 3개국 대학출판부협회 협력조인서’가 체결돼 매년 세미나와 도서전시회 개최, 번역저작권 교섭을 명문화했다. 이로써 3국 협회의 국제도서전 공동 참가, 공동시장 조성, 공동출판이라는 미래 비전을 설계하게 된다.

문제는 2009년에 터졌다. 그해는 일본협회 주최였는데, 동아시아 전역에 신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중국협회에서 대표단 파견 없이 논문만 보내겠다고 통보해 왔다. 일본협회에서는 설득을 시도했으나 중국협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세미나 부정기 개최를 제안하는 등 3국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2009년에는 세미나가 열리지 못했고 이후 2010년과 2011년에는 명칭만 ‘한·중·일’로 하고 실제 참가는 ‘한·일’ 2개국만 하는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이후 한·일 양국은 중국협회와 여러 번 접촉했으나 실패했고 2012년부터는 세미나 명칭을 ‘한·일 대학출판협회 합동 세미나’로 환원하고 1982년부터 통산, 제30회로 정해 일본 도쿄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협회의 입장 변화다. 이제 중국은 출판시장 규모(약 40조원, 일본 45조원, 한국 10조원)나 수준에서 한국이나 일본 협회와 교류를 해봐야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1천개가 넘는 대학이 있으며 그 중에 120개 대학에 출판부가 설치돼 있다. 대학생 수는 2천만 명이 넘는다. 칭화대 출판부는 연매출 1천500억원에 2천200여 종의 신간을 출판하고 있다. 광시사범대 출판부는 직원 약 700명, 연매출 1천억원에 신간이 1천300여 종에 이르고 6개의 부속 출판사와 5개의 잡지사를 두고 있다. 그들은 이미 거대 출판미디어시장을 장악하고 리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03년의 일본 세미나 참가 거절은 중국협회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대표단 조정회의를 명문으로 바로 3국체제로 복귀했었다. 그때만 해도 한·일, 특히 출판 선진국인 일본의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싶었을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주고받을(보고 배울) 게 있을 때 유지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중국협회와는 반대로 일본협회는 앞서 소개한 미우라 상무이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한국협회와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 일본협회 소속 대학출판부들은 인적 규모나 매출액 등에서는 한국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출판부의 신간 종수 비중은 약 6% 정도 되는데 일본에서 일본 대학출판부의 신간 비중은 1%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중·일 대학출판부협회 3국 교류 체제의 복원은 불가능할까. 지금 상태에서는 가능하도록 만들어 보자는 게 맞을 것 같다. 유유상종에 머무르지 않고 ‘三人行 必有我師’할 전략을 생각해 보자.

조직관리 측면에서는 서울대 출판문화원이 협회 운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제 협력 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대외인지도가 우선 높고, 연구 인력이나 출간 목록, 조직 규모면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일, 한·중으로 협의체를 이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다.

협력 실천 방안으로는 3국에서 통할 수 있는 국제 공저작물을 공동 출판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에서 동문수학한 서울대, 베이징대, 도쿄대 교수가 공동집필하게 해 3국에서 각국 언어로 동시 출판, 수익을 각 출판부(협회)가 갖게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콘텐츠산업에서의 승부처는 ‘기획’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면 여러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덩치에 밀리면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게 어찌 꼭 씨름판에서 뿐이겠는가!

 

 

 

김정규 한국방송대 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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