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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는 누구인가?
샤를리는 누구인가?
  •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 승인 2015.12.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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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 박아르마 건양대 교수

2015년 1월 7일 오전 11시 30분경 프랑스 파리 11구에 위치한 풍자 신문 〈샤를리 에브도(harlie Hebdo) 의 사무실에 괴한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으로 편집국 직원과 경찰을 포함 총 12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1월 13일의 파리 테러가 전 세계에 안긴 충격은 규모나 희생자의 숫자에서 ‘샤를리 에브도’ 사건보다 더 컸지만 두 사건은 전혀 별개가 아니며 프랑스 사회의 종교, 경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일어난 연속선상에 있는 결과물이다. 1월 7일의 테러 못지않게 놀라운 일은 1월 11일에 프랑스 전 지역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해 최대 4백만의 인파가 집결해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구호를 외친 시위였다.

이른바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직접적인 원인이 풍자화를 통해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신성모독’한 데 있었던 만큼, 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와 ‘타인의 종교에 대한 모독을 표현이 자유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인류학자인 엠마뉴엘 토드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샤를리는 누구인가?』(2015년 5월 쇠이유 출판사간)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일치되고 자발적인 프랑스의 재출현으로 해석”된 1월 11일의 시위에 참여한 “시위 참가자들은 누구였는가? 그들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엠마뉴엘 토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원인을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이슬람교도의 증가와 종교적 갈등에서 찾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도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프랑스의 비종교성 혹은 무신앙, 프랑스가 더 이상 본질적 의미에서의 공화국이 아니라는 사실, 사회당의 우경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확산 등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샤를리 현상’을 종교적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그는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 나타난 중요 현상을 네 가지로 지적한다.

우선 프랑스 사회에 일반화된 무신앙을 말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가톨릭 교도로 정의되는 사람은 12.7%에 불과하고 그 중 25세에서 34세의 경우는 6.6%이며, 55%의 아이들이 혼외로 태어난다는 결과는 프랑스가 더 이상 가톨릭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피지배 집단의 종교인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들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 사회에서 “이슬람이라는 소수 종교에 대한 낙인찍기와 이슬람을 프랑스에서 제일 큰 문제로 지칭하는 것을 일삼는” 언론의 횡포를 지적한다.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불과한, 이슬람이라는 소수 종교에 대한 풍자의 자유를 주장하는 언론사를 옹호하기 위해 3, 4백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가 과연 정당한 일이었는지 묻고 있다.

그 다음으로 피지배 집단의 종교인 이슬람 내부에서 나타나는 반유대주의의 증가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2015년 프랑스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이슬람 혐오증’의 광풍이, 프랑스 사회 내  이슬람 집단에서 반유대주의로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주도권을 지닌 프랑스라는 비종교적 사회에서 증가하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무관심을 들 수 있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나 이슬람 혐오증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반유대주의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프랑스인들이 이슬람이라는 소수 종교의 위험성을 말하고 그 종교를 비판할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프랑스 내 유대인 집단에 대한 테러와 증가하는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엠마뉴엘 토드가 말하는, 1월 11일의 시위에서 ‘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외친 수많은 사람들
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약화되고 1905년 정교분리를 통해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가톨릭의 해체에서 태어난 ‘좀비 가톨릭’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1965년에서 2015년 사이에 환생해 사회주의 지배력의 상승과 지방 분권화, 유럽통합의 지지, 프랑스 공화국의 변질을 주도 했고, 그들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증가한 이슬람 혐오증과 반유대주의가 일련의 ‘샤를리 에브도’ 사건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가 『샤를리는 누구인가?』에서 드러낸 주장은 다소 자학적일 정도로 문제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있다. 다만 ‘파리 테러’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물론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보면 프랑스 사회의 이슬람과 관련된 문제는 그 근본 원인이 사회 내부에 있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자의 지적처럼 철학자 볼테르는 신성모독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그 의무까지 말했지만, 그가 주장한 신성모독의 권리는 자기 종교에 대한 것이었지 타인의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볼테르의 말은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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