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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평가·국립대 총장임명 공정성 문제제기, 왜 귀막나?
구조개혁평가·국립대 총장임명 공정성 문제제기, 왜 귀막나?
  •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한국방송대 법학
  • 승인 2015.11.20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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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반대하는 이유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대학구조개혁법안(김희정법안·안홍준법안)은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을 등급화하고 등급별로 입학정원을 강제 감축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나 평생교육 직업대학으로의 기능전환으로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며,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세부계획이다.

한국방송대 법학

입법의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대학등급화나 대학입학정원의 강제감축과 같은 수단을 통해서 대학의 질적 향상 등과 같은 입법 목적이 실현될지는 극히 의심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사립대 위주로 돼 있고 국립대에 대해서도 재정의 공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학정원의 강제감축이나 폐교정책이 대학의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고등교육의 지역적 기반이 무너지고, 교수나 직원의 대량해고, 학문후속세대의 중단과 같은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한 여론조사의 핵심은 대학평가와 대학구조개혁법의 제정, 나아가 ‘먹튀(잔여재산의 귀속특례)’가 된다. 

첫째, 대학구조개혁의 수단이 되는 대학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에서 대학의 교수들은 65.3%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공정하다는 대답은 19.5%에 그쳤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학평가에 대해서 대학들은 우려스러운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객관적인 정량지표만 사용해서는 대학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또 주관적인 정성평가를 도입하면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학 측의 입장이었다. 

이번 2015년 대학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혼용했다. 그러나 정량평가의 점수 차이보다 정성평가의 차이가 더 컸던 만큼 대학평가의 공정성은 의심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설문결과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립대의 교수보다 국공립대 교수들이 대학평가의 공정성을 더 불신하고 있다. 이는 국공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데도 불구하고 C·D등급을 받은 대학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2년 교육부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총장직선제 강제 폐지 등으로 인한 불신이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둘째,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대학구조개혁법이 대학구조를 올바르게 개혁하는 방안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대학의 교수들은 80.3%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올바른 개혁 방안이라는 대답은 8.4%에 그쳤다. 

정부·여당의 구조개혁법(김희정법안 혹은 안홍준법안)은 대학을 5단계로 등급화한다. 따라서 대학이 서열화된 상황에서 등급화를 하고 강제감축이나 퇴출정책을 구사하면 귀족대학과 천민대학으로의 양극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전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고등교육이 황폐화될 것이다.  

대학평가나 대학구조개혁법안은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로부터 극단적인 불신의 대상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일부 손질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개혁법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 국립대학 정책의 변화가 특히 심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국립대학의 민영화를 염두에 둔 법인화 정책을 잠정 중단하면서, 그 우회정책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중 대표적인 정책이 총장직선제의 폐지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이었다. 

총장직선제의 폐지와 성과연봉제의 도입에 대해 국립대학은 이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즉 교과부의 정책은 껍데기만 선진화 방안이지 실제는 후진화 방안이며, 그 이유는 국립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골자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두 정책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들 제도들은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총장직선제는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17일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가 죽음으로 저항하면서 대학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다시 부각됐다. 그리고 한국해양대, 부산대, 경상대, 충남대, 강원대 등 다수의 국립대학들이 총장직선제 복귀를 선언했다. 

교육부는 대학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이른바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을 강권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강압으로 간선제적 요소마저 배제돼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은 ‘임의추출방식의 로또형 총장선출’제도가 돼 버렸다. 소수의 추천위원만이 선거권을 행사하다보니 용인할 수 없는 표가치의 왜곡현상도 발생했다. 

나아가 교육부는 ‘추천위원회 선정’ 방식으로 추천된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경북대의 총장임용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최소한의 이유 제시도 없이 거부했다. 이로 인해 대학행정의 공백이 초래됐다. 그런가하면 순천대에서는 1순위자를 거부하고 2순위자를 임명해 버렸다. 이제는 무순위로 2명의 총장후보자를 추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다음으로 교육부가 도입한 ‘누적식 성과급적 연봉제’가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인지에 대해서 대학교수들은 78.9%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86.1%가, 사립대 교수들은 74.2%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부정적 대답이 많은 것은 ‘누적식 성과급적 연봉제’에 내포된 제도적 문제점 탓이다. 

무엇보다도 누적식 성과연봉제는 교수들간 상호 약탈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집단적 대표원리에 기초한 대학자치를 내부적으로 무너뜨려 교수사회의 파편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인사혁신처가 조교수와 부교수에 한해서만 누적식 연봉제를 적용하겠다고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학의 교수들은 직선제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또한 성과연봉제의 폐지를 원하고 있다. 대학을 내적으로 파괴하는 잘못된 선진화방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한국방송대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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