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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은 통일 준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지리학은 통일 준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1.16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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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리학 대회의 화두는…

통일 이후 북한 국토를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아 이를 주변화하고 저개발의 빈곤 지역으로 보는 시선은 국토의 공동체 형성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15년 지리학 대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통일 준비를 위한 지리학의 과제였다. 김기혁 부산대 교수와 이민부 한국교원대 교수가 논의 장을 펼쳤다. 김기혁 부산대 교수의 발제문 「통일 준비를 위한 인문 지리학 연구의 동향과 과제」를 소개하고, 이민부 한국교원대 교수가 제시한 ‘통일지리학 연구분야’를 표로 만들었다.

 

통일은 실천적 의미에서 영토 통합을 의미하며 이는 정치적인 통합과 국토의 통합으로 연관돼 있다. 통일의 이와 같은 의미는 지리적인 내용을 빼고서는 준비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0년 동안 북한과 통일 연구는 주로 정치학, 외교학을 중심으로 한 북한학에서 주도했으며 지리학은 주변부에 있었다. 이는 통일의 당위성이 지리적인 통합보다는 한민족 공동체에 근거했고, 현장 답사와 1차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지리학에서 접근이 차단된 북한 지역 연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분단에 대해 지리학적인 연구는 1970년대 휴전선 연구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통일 국토론과 북한 피난민 이동 경로, 위성사진을 이용한 쌀 생산 추정량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으며 1990년대는 지리교육과 경제지리 분야 논문이 많이 발표됐다. 지리교육 분야의 연구 활성화는 당시 북한 교과서가 남한으로 유입된 것에 기인한다. 경제지리는 관광, 지역개발, 농촌 토지이용, 항공 노선, 농촌 주택의 문제가 다뤄졌다. 2000년대 들어 논문 편수가 늘어났다. 이 중 지정학, 접경지역, DMZ를 대상으로 한 정치지리 분야가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지명과 금강산 관광 등을 다룬 문화지리 내용과 탈북자를 다룬 논문이 발표됐다. 2010년대 이후에는 북한의 지명을 정리한 단행본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북한에 대한 장소감 등을 다룬 논문도 발표돼 연구 주제가 매우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인문지리학의 연구 방향

1) 국토의 재구성과 신한국학

통일의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으나 통일 국토는 ‘하나가 되는 건강한 국토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유한다. 대륙과 해양의 길로 열린 통일 국토는 우리에게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통일 이후의 지리학에 주어진 과제는 시·공간을 아우르는 지역적인 통합이며, 그 대상은 북한 지역이 아닌 한반도 전체다. DMZ를 포함한 북한 지역과 국경의 역사지리학 연구를 통해 분단 이전의 모습을 복원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지리적인 통일체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가 통일 한국이 지향하는 정신과 문화가 구현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남한과 북한을 경계 짓는 ‘분단된 국토’에 체화돼 있는 우리의 습관에서 벗어나, 지리학의 종합과학적인 성격과 국민 교육으로서의 지리교육을 바탕으로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학으로서 지리학’을 구축해야 한다.

2) 빅 데이터(Big Data)를 이용한 남북한 국토지리 정보의 구축

지리학은 기본적으로 지리정보 DB와 지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근대 여명기에 이들 자료구축의 주도권을 일제에 빼앗겼으며, 분단 이후 남북은 서로 다른 체계에 의해 국토지리정보를 구축했다. 통일 이후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의 정보 체계를 바탕으로 국토지리 정보의 빅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전통지리학의 정신을 바탕으로 진정한 제2의 국토 광복을 완성하는 길이다.

3) 개발보다는 공존의 대상으로서의 북한 국토

분단 70년 동안 북한 국토는 호전적인 국가 집단의 영역이며, 빈곤, 기아, 탈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한 사회에 각인돼 왔다. 이로 인해 남한의 자본주의적 욕망, 결여된 남북 공동체 의식은 통일 이후 북한 국토상에 그대로 투영되기도 했다. 이들 중 대표적인 것이 통일 준비 논의에서 북한 국토를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국토는 당분간 동북아 경제에서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 살아가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자본주의 논리로 남한의 국토 공간 구조가 얼마나 왜곡됐는가를 경험했다. 통일 이후 북한 국토를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아 이를 주변화하고 저개발의 빈곤 지역으로 보는 시선은 국토의 공동체 형성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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