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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신임 상임공동대표
인터뷰 :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신임 상임공동대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1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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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2 13:30:09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신임 공동상임대표(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1982년 상도연구실에서 비판적 학술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월간 사회평론 창간, 참여연대 창립에 이르기까지 학계와 현실공간에서 진보적 활동을 이어왔다. 새로운 모색기의 학단협을 맡아 진보적인 학계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지 그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 올해로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이 결성된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의 활동을 개괄적으로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80년대 급진적 사회운동에 대해 진보적 학자들이 학술적인 측면에서 자기 반성을 하면서 재야학술운동이 이뤄졌습니다. 90년대를 지나면서 이들은 제도권 내에서도 영향력 있고 중요한 흐름으로 정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축은 제도화돼가고 한쪽은 새롭게 제기되는 이슈들을 자기화해서 새로운 진보학술작업으로 분화돼 갔습니다. 학단협은 반독재 투쟁과 87년 이후의 민주개혁을 둘러싼 실천활동을 배경으로 했는데, 어떤 점에서는 학단협적 연구와 실천의 조건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급진주의적 정신을 견지하면서 학문적·실천적으로 스스로를 보다 풍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노력이 부진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재평가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학단협이 지향하는 진보적 지식인, 진보적 학술운동이란 어떠한 내용을 말합니까.
“80년대 독재와 민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중층적이고 가변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재설정되고 있습니다.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제도권에 참여하는 등 분화됐습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진보의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그 시대의 지배적인 모순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현재는 지구화라는 맥락 속에서 진보성을 어떻게 학문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도 추가되고 있습니다. 시민권의 초국민국가적 확장 문제, 이주노동자의 인권, 노동권, 시민권의 문제, 우리민족·국가주의의 비판적 성찰의 문제 등 말입니다. 이제는 반세계화의 이슈와 연결시키지 않고 진보의 위상확보가 어렵지 않는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진보적 학술의 대응을 보다 폭넓게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학단협의 조직적인 역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입니까.
“조직과 학문적 영역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입니다. 조적인 측면에서 학단협이 상층만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산하단체들이 학단협과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인적·물적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소속단체의 역량을 키우는 한편, 학술단체의 역량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달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적 영역에서는 진보적 학술연구의 재생산구조를 갖추고, 학술대중운동을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 ‘장기발전위원회’를 고민중입니다. 무엇보다도 87년 이후의 15년 간의 진보적 학술연구와 활동을 성찰하면서 일본 좌파의 전례를 따르지 않고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많이 내부토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학술운동적인 측면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시간강사의 문제, 즉 시간강사의 신분보장, 강사료 인상 등을 단순히 노조활동 수준에서 국민적 차원의 이슈로 확장시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연결되는 다양한 학술적 실천활동, 예컨대 지방분권운동, 학벌철폐운동, 우리말로 학문학기, 주체적 한국학 정립운동 등에 학단협이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중운동과 인권운동, 환경운동 등 다양한 시민운동의 지적 매개 역할을 하는 것도 학단협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학문후속세대들 사이에서 학문세대가 단절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단협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
“크게 보수적 학술단체와 비판적·진보적 학술단체가 있다면, 그 안에도 훨씬 분화된 연구자 집단이 존재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진보적인 젊은 학술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연구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했습니다. 진보적 학술연구의 변화도 따라잡지 못했지요. 학단협도 젊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문제에 민감한 젊은 연구자들의 활동을 구조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진보적인 학자들도 정부의 학술지원과 대학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것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최근 연구지원비가 프로젝트형식으로 지원되면서 진보적 학술연구자들도 프로젝트에 묶이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제도화의 한 모습이겠지요. 진보적 공동연구자 혹은 연구집단 간의 적극적인 공동연구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소속된 학회들도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를 고려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형식으로 제도 속에 포섭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단협은 정부지원정책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정부의 학술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통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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