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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지금 논문편수에 연연해야 할까?
서울대가 지금 논문편수에 연연해야 할까?
  • 교수신문
  • 승인 2015.10.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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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축적의 시간』 서울대 공과대학 지음|지식노마드|559쪽|28,000원

기계공학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기계산업에서의 연구는 대부분 제품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설계와 생산, 그리고 생산된 물건에 대한 서응 평가 및 데이터 구축, 이 세 가지가 기본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고루 발전해야 기술이 축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빠지면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요즘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뭔가 빠진 느낌이 듭니다. 설계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평가하고 해야 할 텐데 소위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곳으로 갈수록 논문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교수님의 지향과 맞물려서 실제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일의 가치가 잊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공학교육은 여전히 기초과목들을 필수과목으로 철저하고 깊이 있게 가르치고, 성적 인플레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격하게 평가해 학점을 주고, 산업체로 취업할 때 교수의 추천이 큰 역할을 하도록 하는 사뭇 복고적인 분위기가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소위 ‘일류대학’이 아닌 대학에 가보면 3D 프린터 같은 것을 이용해 설계한 것을 실제로 모형으로 만들어서 검토하고, 특수하게 프리팅해서 실험을 해보는 과목을 운영하는 뛰어난 교수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게 훈련받은 학생 중 우수한 학생들도 많습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결국, 물건을 하나 만들려면 뭘 더해보고 빼보기도 하고, 강도(strength) 계산도 해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수업 과정들을 통해 그런 교육 효과가 일부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합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서울공대 기계과의 일부 모습은 멋있어 보이는 것만을 하거나 물리학에 해당하는 것들만 하고 있어서 기계과의 기본과는 많이 멀어진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서울대를 졸업한 학부생들이 회사에 가면 학부 때 최신의 좋은 경험을 해본 타 대학 졸업생들에게 실력 면에서 뒤지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교수로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대학교가 세계 대학 순위 30위권에 들어갔다, 서울공대는 세계 공과대학 중 10위권 내에 들어갔다’는 식의 평가를 여러 차례 듣습니다. 이처럼 대학의 등수를 매기는 데는 교수들의 논문 수, 영향력 등이 고려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중국이 한국의 주력산업 부문 전반에 걸쳐, 그리고 연구에서도 저렇게 무서운 속도로 추격을 해오고 있는데 서울공대가 지금 교수들이 출간한 논문 편수에 연연해야 하는가, 대학 순위에 목매달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한국의 산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고 쇠락해가는데 서울공대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저는 공과대학은 산업을 리드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엔지니어가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런 면에서 공대의 역할에 대한 서울공대의 특별한 패러다임 혹은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 연구비를 못 받더라도, 세계 공과대학 순위에서 몇 위가 되든 상관하지 말고 우리는 한국 산업에 이러저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공헌하겠다는 꿋꿋한 소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대 공과대학 26명의 교수가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제조업의 경쟁력에서부터, 무섭게 좇아오고 있는 중국 산업계의 약진에 대한 대응 방안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려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들의 솔직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인용 부분은 강신형 서울대 교수(기계과)의 글 「공대는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야」에서 △공학교육 △공과대 정체성을 언급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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