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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주의론에 대한 학계평가
한국민주주의론에 대한 학계평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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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이념 스펙트럼 확장해

최장집 교수의 이론과 관점에 대해 학계는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김성주 성균관대 교수(정치학)는 “최 교수의 민주주의 관련 논문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정의 이론화·실천화 양 측면에서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이며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광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또한 “냉전질서를 합리화해온 미국 행태주의 정치이론이 지배하던 당시 학계에 최 교수는 다양한 구미의 진보적 이론들을 수용, 한국현실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연구의 지평을 열었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한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최 교수의 대상에 대한 접근태도를 거론하며 “1980년대 후반 좌파 이론가들이 경직된 이데올로기적 입장으로 돌아설 때 최 교수는 이에 과도하게 경사되지 않으면서 학문적 엄밀성과 성실성을 지킴으로써 논의의 일관성을 지속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문구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최장집 선생의 이론적 특징은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는 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코포라티즘도 했다가 사민주의도 했다가 상황에 맞게 응전하는 유연한 학문입장을 만들어왔다”고 말하고 “한국정치의 변형주의적 특징들을 분석한 점, 민주화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혼합된 상태로 한동안 머문다는 혼합정체론 등은 당시 매우 흥미로운 통찰이었다”고 술회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당시 많은 유학파 학자들이 본토 이론의 진보적 성향을 귀국과 함께 사장시키곤 했는데 반해, 최 교수는 훨씬 더 진보적으로 착지한 매우 특이한 사례”라며 국내 진보적 학문세력과의 연계를 통해 민주주의 이론 기반 다지기에 기여한 것을 꼽았다. “조합주의적 패러다임, 1987년 이후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분석하는 틀로서의 변형주의, 문민정부 이후의 민주주의 심화론 등 민주주의의 이행을 중도주의적 시각에서 보는 해석 프레임을 그때그때 내놓았다”며 젊은 학자들의 분석틀의 전환을 선도했던 점을 평가했다.

반면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최 교수가 “노동 없는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이긴 하지만, 노동의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에서 관심을 돌림으로써 민주주의에서 노동의 중심성을 해체한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며 “최 교수를, 이론과 역사를 정치하게 일치시킬 수 있는 학자로 존경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 교수의 기본 입장이 현실주의적 분석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지만, 투표에서 지역감정 문제가 발생할 때 자본이 갖는 위력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측면, 시민사회를 보는 시각” 등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이광일 연구위원 또한 “최 교수가 너무나 많은 외국이론들을 자신의 문맥에 녹이고 있기 때문에, 그가 수용하는 이론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 상충점 등은 없는지 후학들이 앞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자 최장집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함이라는 분위기였고, 민주주의의 전개에 대한 역사적, 구조적 분석에 대해서도 한국사회를 보는 풍부한 관점과 정확하고 깊이있는 견해를 도출해냈다는 입장이 학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고도로 자본화돼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적 국면에 대해서는 최 교수와 젊은 학자들 사이에 부분적인 시각의 차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 교수의 초기저작 ‘한국의 노동운동과 국가’나 그의 민주주의론의 중간결산인 ‘한국민주주의론’이 보여줬듯이, 노동문제를 국가와 관련시켜 다룬다든지, 제도연구가 아닌 계급, 계층의 동력학을 드러냈다든지 하는 점은 그 선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론적 치밀성과 신선함에 있어서 탁월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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