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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특별한’ 해석
교육부의 ‘특별한’ 해석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0.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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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길 바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부총리)이 측근인사의 사립대 취업 특혜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황 부총리를 감싸는 듯한 해명을 내놓아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형국이다. 

▲ 최성욱 기자

황 부총리의 보좌관 엄 아무개씨는 지난 4월 한 사립대 국제교류분야의 팀장급 교직원 채용공모에 지원해 합격했다. 엄씨는 별정직 고위공무원(2급)의 신분이라 교육부에 ‘취업승인 요청’을 했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윤리위원회가 ‘불승인’ 결정을 내리고 신청서를 돌려보냈다. 

교육부와 윤리위원회가 엄씨의 사립대 취업을 놓고 충돌한 해석은 간단하다. 공직자윤리법시행령 34조 3항 ‘취업승인이 가능한 특별한 사유’다. 이 조항엔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8호)와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근무경력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가능성이 적은 경우(9호)를 취업승인의 ‘특별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엄씨의 사립대 취업에 대해 교육부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해석했고, 윤리위원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엄씨가 취업 후 교육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 방지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서’ 취업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교육부는 엄 씨가 교육부에서 단기간(6개월) 재직했고, 이도 단순 정책보좌업무만을 수행해 취업 후 영향력 행사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는 최근 수년간 교육부가 국공립대 총장선출제도에 ‘직선제를 폐지하라’며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은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총장직선제의 폐단에 대해 “과열 선거, 학내 정치화 및 파벌에 따른 교육·연구 분위기 훼손, 각종 공약에 의한 등록금 인상,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 비효율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지지해준 교수의 이해관계로 인한 교육과정 개편·특성화 등 대학 행정과 장기 발전계획 마련이 곤란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교육부의 말대로라면 각종 대학의 비리와 갈등이 오로지 총장직선제 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 대통령도 직선제로 선출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그만큼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는 말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유독 비판의 화살이 자신에게 겨냥되면 돌변한다. 총장직선제를 비롯해 대학구조개혁 평가 등 교육부가 주도하는 정책을 펼 때는 갖은 이유를 대며 불가피론을 내세우면서,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학에 취업할 때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투의 소극적인 자세로 돌변한다. 심지어 엄씨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의견서를 첨부해 신청서를 ‘이송’할 뿐 취업에 ‘동의’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까지 보였다.  

황 부총리의 또다른 전직 보좌관 박 아무개씨가 동덕여대 교수로 임용돼 특혜인사 논란을 빚은 지 한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듯, 교육부 출신 고위직 관료가 대학에 취업해 교육부의 각종 평가에 관여,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교육부에 신뢰를 보낼 요인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대학 구조개혁을 하기 전에 교육부 구조개혁을 먼저 해야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연이은 황 부총리 측근들의 인사논란은 비단 교육부와 윤리위원회 간 법률해석의 차이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의 ‘철학과 의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대학구성원들은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공명정대한 원칙을 고수하기는커녕 위기 때마다 아전인수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데 크게 실망하고 있다. 

대학가에선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시킬 능력과 철학이 있는지 묻고 있다. 이젠 교육부가 대답할 차례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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