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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나타나는 물속 최상위 포식자
밤이 되면 나타나는 물속 최상위 포식자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09.2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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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38. 물방개
▲ 물방개.   사진출처:다음블로그 '단심무궁화'

‘냇가 돌 닳듯’이란 속담이 있다. 세상만사에 시달려 성격이 약아지고 모질어짐을 빗대 이르는 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물방개(Cybister japonicus)는 딱정벌레목 물방갯과의 수생곤충으로 냇가나 연못·무논·둠벙(물웅덩이) 같은 물살 없는 조용하고 맑은 물에 살고, 몸길이는 3.5~4cm정도다. ‘물방개’와‘선두리’둘 다 표준어로 삼고 다른 말로 말선두리 용슬(龍蝨,이蝨)로도 불린다.

물방개를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하고, 식용으로 하며, 경주를 시키며 놀기도 했다. 요샌 사육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방개 한 마리에 자그마치 1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그토록 애면글면 배고픈 애옥한 삶을 살았던 어린 시절엔 사랑방 등잔불에도 느닷없이 푸르르 날아들어 난동을 부렸으니 놈들을 잡아 소죽 끓이고 남은 잔불에 구워먹었지. 그리고 좀체 뒤탈은 없지만 깨물리면 아프기에 조심스럽게 다루기 일쑤였다. 또 잡는 순간 제 몸을 보호하겠다고 고약한 냄새를 물씬 내지만 구워버리면 싹 가신다.

물방개(diving beetle)무리는 세계적으로 어림잡아 4천여 종이 서식하고, 한국엔 10속 21종이 알려졌으며, 물방개(C.japonicus), 배물방개붙이(Dytiscus marginalis), 검정물방개(C.brevis)가 대표적이고, 그 종 중에서 물방개가 가장 크다. 옛날엔 물가에 지천으로 널린 게 방개였는데 그 수가 좀 줄었다고 한다. 암튼 야행성이라 밤이 이슥해야 앞다투어 먹이 찾아 자맥질하고, 가끔가다가 공중을 나니 이것은 달빛반사를 이용해 다른 물을 찾느라 그런다고 한다.

물방개는 검푸른데 등은 반들반들한 것이 가운데가 약간 솟았고 광택이 난다. 몸의 가장자리는 테를 두른 듯 황갈색이며, 다리는 황갈색이거나 어둔 갈색이다. 날씬한 독일국민차 폭스바겐을 닮은 둥글넓적한 流線型(streamlined shape)이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게 생겼다. 앞머리 양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고, 머리 양쪽 끝에 가는 실 같은 털이 많이 난 촉각(더듬이)과 긴 수염이 한 쌍씩이다.

머리(두부)와 가슴(휴부)은 아주 작고 배(복부)가 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눈은 작은 편으로 동그란 것이 더듬이 뒤에 납작하게 붙었다. 등판의 양편은 넓고, 가두리(언저리)는 노란색이며, 딱딱하고 큼지막한 겉날개(딱지날개, 翅鞘)는 바깥가두리를 따라 나비가 넓은 황갈색 띠가 아로새겨졌고 몸의 아랫면은 대부분이 황갈색이다.

딱지날개는 날기(飛翔)에 관여하는 보드라운 속 날개(뒷날개)를 보호한다. 다시 말해서 날개는 4장인데 얇은 뒷날개를 이용해 날고, 날지 않을 때는 앞날개 밑에 접어둔다. 앞다리와 가운뎃다리는 길지 않고, 뒷다리는 길고 굵으며 털이 부숭부숭 많이 나서 동시에 좌우로 헤엄쳐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키운다.

6~8월경에 알을 물속의 풀줄기에다 한 개씩 낳고, 산란 후 얼추 3∼7일 만에 부화하며, 번데기 시기를 거치는 완전변태(갖춘탈바꿈)를 한다. 수컷의 앞다리에는 짝짓기 할 때 암컷을 잡을 수 있도록 돌기(patch)가 발달해 있다. 애벌레나 어른벌레 모두 철저한 육식성으로 올챙이나 자잘한 수서동물,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육식곤충이다.

유생의 몸은 길고 꾸부정한 것이 초승달(crescent)을 닮았다. 6개의 다리가 흉부에서 났고, 머리는 납작한 것이 사각형이며, 큰 집게발이 있다. 꼬리 끝의 기관(숨관)을 수면으로 내밀어 공기를 마신다. 주로 올챙이를 먹으며 작은 수생곤충도 포식하며, 물속에서 살기등등한 폭군포식자라 ‘water tiger’라 불린다.

유충은 입을 벌리고 먹이가 다가오기를 절치부심 벼르다가 먹잇감이 가까이 다가오면 드세게 달려들어 덥석 문다. 몸에 비해 턱이 짧지만 매우 단단하고, 먹이를 물자마자 입에서 소화액을 분비한다. 다 자란 유생은 물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진흙을 후벼 파고 들어가 번데기(pupa)가 되고, 1주일쯤 지나 성체가 되어 도로 물로 돌아간다. 물방개는 아시아가 원산지로 한국·일본·중국·타이완·러시아 등지에 서식한다.물방개는 물속 먹이사슬에서 맨 꼭대기에 위치한 정점(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s)다. 수생(수서)곤충으로 숨관(氣管)으로 숨을 가쁘게 쉬지만 그것으로 모자라면 딱지날개와 등판 사이에 있는 공간에 애써 저장한 공기로 숨을 쉬기도 한다. 또 꽁무니 끝에 거품방울이 맺히는 것도 물속 산소를 얻는 행위며, 새 공기를 들여 마시기 위해서 수면 위로 잇따라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녀석들이 딱지날개 안쪽 공기탱크에 산소를 채우기(trap) 위해 잠시 물 표면에 올라왔다가 부랴부랴 잠수하는 모습을 보고‘diving beetle’이라 불렀다.

세계적으로 이름 날리는 이론벌레(益蟲)인 물방개·귀뚜라미·메뚜기·전갈·매미 등의 곤충을 식용하고, 특히 딱정벌레목 거저릿과의 갈색거저리(Tenebrio molitor) 유충인 mealworm은 우리나라에서도 요리에 쓰기에 이르렀으며, 머잖아 곧 메뚜기도 정식으로 허락 받아 식용 될 것이라 한다. 갈색거저리는 주로 곡류 속에 알을 낳는데, 1∼2주일 후 부화한다. 유충 밀웜은 애완동물의 먹이뿐만 아니라 시방도 통째로 가루 내어 빵이나 햄버거에도 넣고 음식에 뿌려 먹으니 번듯하고 푸진 요리재료로 쓰인다. 어쨌거나 강물이 내내 맑고 깨끗해야 먹을거리로도 사용되는 물방개가 번성할 터인데 걱정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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