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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국립대 총장직선제
도마 위에 오른 국립대 총장직선제
  • 이재 기자
  • 승인 2015.09.1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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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직선제 반대 … 고 교수 죽음 청와대가 책임”

故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죽음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국립대 총장직선제가 교육부의 압력에 의해 폐지됐음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정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 시흥시을)은 10일 전국 국·공립대 교수 가운데 절대다수가 총장직선제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정식 의원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3~9일 7일간 전국 23개 국공립대 재적교수 208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총장직선제가 가장 바람직한 총장 선출방식 이라는 응답이 90.4%(1천883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국·공립대는 교육부가 추천한 총장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각 국·공립대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와 달리 대부분의 교수는 직선제가 더 바람직한 총장 선출방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켰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지난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총장직선제를 개선하는 대학에 대해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구조개혁 중점 추진 국립대학 지정사업’에서 가산점 5점을 부여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도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지원금 전액을 삭감하거나 환수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이처럼 총장직선제 폐지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방법을 지난해 대학 특성화 선정평가에도 반영했다. 

이 같은 교육부 정책에 대해 국·공립대 교수들은 큰 반감을 드러냈다. 교육부의 정책이 헌법에서 인정된 대학자치를 보장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교수 95.8%(1천994명)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장되고 있다는 응답은 2.9%(60명)에 불과했다.

교수들은 또 고 교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교육부와 함께 청와대에 묻고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 가운데 1천412명(59.1%)는 대학자치 훼손과 고 교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응답했고, 571명(23.9%)는 청와대라고 답했다. 대학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159명(6.7%)에 그쳤다. 그간 교육부는 ‘ 장직선제 폐지는 대학 구성원들의 결정에 따라 협약을 통해 총장간선제를 추진한 것’이라며 대학자치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 고 교수의 죽음 뒤에도 총장직선제는 △대학 내 파벌싸움 △총장권위 약화 △부정부패 발생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아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조정식 의원은 “국공립대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원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연계 등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간선제를 선택해온 것이 증명됐다”며 “교육부는 총장선임방식과 재정지원사업 연계를 폐기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총장선임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추진한 총장직선제 폐지의 문제는 또 있다.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한 국·공립대에서도 장기간 총장공석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는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를 선출했지만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이들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는 사법부의 판결조차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대와 공주대, 방통대 총장 후보자들은 임용제청이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되자 제청거부 사유를 공개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교육부는 공주대와 방통대에 이어 지난달 20일 경북대 소송에서도 연이어 패소했지만 여전히 불복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3곳 대학과 마찬가지로 총장 임용제청이 거부됐던 한국체육대는 전 새누리당 의원을 총장후보자로 추천하자 곧바로 임용돼 ‘코드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관석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 인천 남동구을)에서 최근 10년간 총장 임용 제청 거부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6년 1건 △2008~2012년 5건 △2013~현재 7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 들어 총장 임용제청 거부가 급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대학생 기자들로 이뤄진 ‘전국대학언론인 간담회’에서 “총장직선제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폐지하라마라 강요하기보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한 발언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윤관석 의원은 “대통령의 언행불일치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자 지성인인 고 교수가 목숨을 잃었고, 국립대들은 교육부와의 싸움을 불사하겠다고 하면서 대학가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국립대 총장선임방식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학칙 개정과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교육부 방침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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