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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한 때다
교수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한 때다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명예대표
  • 승인 2015.09.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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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며칠 전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 보직자들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는 ‘잘하고 있는 대학’으로 선정됐는데, 구조조정대상 대학이 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교수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물론 교육과 연구에 관련된 지표를 책임져야할 것이다. 교수들은 정부의 평가 지표에 따라 논문 또는 특허 관련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 과정에 교육은 부차적이 되고, 연구 성과의 영향력에 대한 외부 비판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데 대학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지식 창출, 지식전수라는 틀에서 교수와 학생 각자의 역할과 서로 간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대학 본부와 운영시스템은 교수와 학생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의 교수는 대학본부의 요구에 따라가야만 하는 위치에 서있다.

오늘의 대학 현실에서 정부, 대학본부, 교수라는 세 구성단위들 사이의 관계는 매우 혼란스럽다. 그동안 대학본부나 교수들은 주로 정부의 지원 정책, 제도를 따라가는 수동적 위치에서, 단기적·양적 성과 만드는 일에 열심을 다했다. 정부를 향한 ‘fast follower’가 된 셈이다. 5년 단위 정부의 특성 대문에 정책은 자주 변하고 가시적 단기성과가 강조돼, 대학은 독자적인 방향이나 내공을 쌓기가 어렵다. 오로지 정부나 언론사의 평가 지표가 대학 발전의 목표가 되고 말았다. 교수들도 ‘한 우물파기’ 보다는 연구비 확보와 논문발표 자체가 목표가 돼버린 듯하다.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 성과의 평가도 정부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게 했다. 사실 이러한 현실은 교수나 대학은 물론 정부에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뒤엉켜진 고등교육 생태계를 누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5년 단위 정부나 4년 단위 총장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어디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인가. 장기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궁극적으로 교육과 연구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교수 개인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교수의 명예와 공인 의식을 발동하는 일이다. 기존 시스템을 탓하거나 관습에 매이기보다 먼저 스스로 교육과 연구 풍토를 새롭게 혁신하는 것이다.

두 달 전 발표된 서울공대의 자기 반성적 백서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동안 ‘따라가는’ 연구로 연구비 받기 좋은, 출판하기 좋은, 눈앞의 양적 성과에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이제 우리 교수들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교수로서의 명예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누가 훌륭한 교수인가?’, ‘어떤 교육과 연구 성과를 기대해야하는가?’ 먼저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교수는 교육의 본질인 ‘한 학생의 변화’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학자로서 주어지거나 유행하는 과제들만 따라가기보다, 먼저 순수한 호기심, 탐구정신으로 독창적 문제를 찾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높은 윤리의식으로 정직한 교육자, 학자로서의 명예를 세워야 한다.

대학 환경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제는 대학들이, 교수들이 함께 미래를 위한 화두와 변화의 방향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정부, 대학본부, 교수가 그동안의 ‘갑-을’관계로부터,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시킬 것도 요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이 먼저 변화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가치와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정부와 국민의 신뢰와 기대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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