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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국가의 위기가 배경 … ‘비주류경제학’의 가능성 입증했다
자본주의와 국가의 위기가 배경 … ‘비주류경제학’의 가능성 입증했다
  • 하태규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5.09.0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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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학술대회 참관기

 

 

 

 

故김수행선생 별세 이후 마르크스주의 학맥 단절 우려를
불식하고 마르크스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의 재흥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대학원생들은 숙소에서 밤을 새우며 그리스 집권 시리자와
좌파운동의 성격, 대의제를 넘어선 민주주의 등 평소 다루지
못한 주제를 마음껏 토론했다

한국사회경제학회(회장 정성진)이 주최하고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주관한 한국사회경제학회 2015년 여름학술대회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경남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캠퍼스에서 열렸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최근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국제적으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게속되는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지역적인 갈등과 전쟁들, 국내적으로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치솟는 청년실업률, 지난해 세월호 사태와 최근의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분명해지고 있는 자본주의와 국가의 위기를 배경을 마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0일부터 이틀 동안 경남 통영시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캠퍼스에서는 2015년 한국사회경제학회 여름학술대회가 열렸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최근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17개 분과에서 44개 논문이 발표됐다. 참가인원만 총 80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발표와 토론, 사회에 참여한 학자들만 61명에 이르는 등 학회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외적으로 2007년 이후 계속된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지역적인 갈등·전쟁들을, 내적으로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치솟는 청년실업,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 등을 통해 분명해진 자본주의와 국가의 위기를 배경으로 열렸다. 자본주의와 계급을 비롯해 국가, 제국주의, 가치론, 화폐론, 축적론, 위기론, 금융론, 지대론, 세계경제론 등 전통적 마르크스주의 연구주제뿐만 아니라 생태위기, 여성과 가족, 교육, 보건의료, 복지, 분배와 같은 새로운 주제들에 대한 최근 국내외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연구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정치·경제·사회의 현재를 직시한 주제의식

이번 발제 가운데 청중들의 관심이 주로 집중된 발표는 화폐이론과 세계경제, 노동문제, 지대론, 정치와 대안, 세계좌파운동 등의 분과였다.

자본주의 화폐의 본질을 탐구한 화폐이론 분과에서 이채언 전남대 교수(경제학)는 화폐를 단순히 교환수단으로 간주하는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넘어 마르크스주의 화폐이론이 자본주의에서 공짜교환은 없다는 점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정윤광(경상대 박사과정)은 불환지폐가 어떤 근거에서 상품화폐의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관한 마르크스주의 연구 성과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고, 김종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포스트케인스주의 화폐이론이 신용과 화폐를 구분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며 상식과 달리 신용의 발생이 화폐의 발생에 우선하고 화폐의 발생이 정치적 현상임을 주장했다.

세계경제론 분과에서는 세계경제의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다. 장시복 목포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의 초국적화를 분석했고,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자유화가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변형에 미친 영향을 혼성화로 개념화했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마르크스주의 세계경제론을 신제국주의론, 네오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 정치적 마르크스주의, 개방적 마르크스주의, 미국 최강제국주의론, 글로벌 자본주의론으로 분류해 쟁점을 정리한 내용을 발제했다.

노동문제 분과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현상과 본질을 검토하는 작업을 했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부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 노동정책의 한계를 비판하고 체계적 정책이 마련돼야함을 주장했다. 장귀연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자본의 실질적 지배에 자영노동이 종속되는 과정이 발생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박지웅 영남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노동에 관한 마르크스의 주장을 밝혔다. 그는 마르크스가 근대사회에서 인간 동등성의 실체가 노동임을 밝히고, 이런 노동을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 보완하려는 것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 사회에서 실현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자본주의 지대의 본질과 농촌·도시문제를 논의한 지대론 분과에서 농업지대를 중심으로 발전된 마르크스 지대론의 틀이차액지대Ⅱ와 창업자지대개념을 통해 도시지대에도 적용될 수있다고 주장했다. 박인옥 인천대 사회적경제센터 책임연구원은 하비의 마르크스주의 도시공간론을 통해 인천 개항이후 100여년의 도시발전과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주장했고,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국가주도 토지개혁에서 시장주도 농업개혁으로 변화하는 농촌의 현실을 검토해 발표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정치와 대안 분과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표의 등가성을 잘 반영해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김영화 부산대 교수(경제학)는 마르크스 정치이론의 관점에서 추첨제 시민의회가 대의제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의 권리를 찾는데 중요한 수단임을 주장했다.

세계좌파운동 분과에서는 다양한지역의 진보운동을 평가했다. 김재원(경상대 박사과정)과 박석삼(경상대 박사과정)은 각각 중국의 소수민족인 신장위구르족의 민조해방운동의 의의에 대한 평가와 그리스 집권 시리자의 현황을 평가했다. 김의연 한국외국어대 강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 진보정권과 사회운동이 현황을 검토해 청중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포스트 김수행시대’ 새로운 모색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는 몇 가지가 있다. 사상 최대의 학술대회를 통해 그 동안 침체되고 주변화 왜소화됐던 한국사회경제학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사기를 회복할 전기를 마련한 점이 크다. 또 예산을 자체 경비로 충당한 점, 사상 처음으로 공동주제만 내걸고 발표기회를 인접한 비판사회과학자와 진보활동가들에게도 개방한 점, 대학원생 등 젊은 후속세대 참여가 두드러진 점 등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공동주제로 한 대규모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故김수행선생 별세 이후 마르크스주의 학맥 단절 우려를 불식하고 마르크스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의 재흥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점 등이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없지 않았다. 시간 부족 때문이지만 메인세션 부재로 인해 학술대회 공동주제를 중심으로 토론과 성과가 집중되지 못한 점, 뒤풀이에서 전체 자유발언과 토론시간을 갖지 못한 점 등이 한계였다. 하지만 숙소에서 밤을 새우며 이어진 2차토론 자리도 있었다. 예를 들면 경상대 대학원생들의 경우 낮의 발표와 토론을 연장해 그리스 집권 시리자와 좌파운동의 성격, 레닌주의 민주집중제의 성격, 대의제를 넘어선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을 통해 평소에 다룰 수 없던 주제들을 마음껏 토론할 수 있었다. 이상의 평가와 개선점을 반영해 오는 11월 말에 서울에서 ‘정치경제학적 한국 자본주의 분석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열릴 계획인 한국사회경제학회 가을학술대회는 더욱 알찬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태규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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