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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 혹은 부러움의 산물 … 그것을 만든 건 뚝심이었다
절박함 혹은 부러움의 산물 … 그것을 만든 건 뚝심이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8.3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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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풍경_ 새로운 사전의 얼굴, 『발해 유적 사전-중국편』·『한국 도자사전』

『발해 유적 사전』이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됐다면, 『한국 도자사전』은 민간 학술출판사가 온전히 부담을 져야 했다. 방병선 교수는 “무엇보다 사전이라는 특수성으로 출판 후 판매가 녹록치 않아 출판사들이 출판을 꺼리는 게 현실이었다. 또한 여러 필진들이 참여하는 작업이라 집필 완성이 매끄럽게 되기가 쉽지 않아 사전 출간에 이르기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최근 역사 분야에서 두 권의 事典이 출간돼 화제다. 하나는 중국에 남아 있는 발해 유적 정보를 수집, 체계화해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둔 유적 사전이 출간됐다. 구난희·이병건·정석배·백종오·김진광·전현실·김진한 등이 함께 쓴 『발해 유적 사전-중국편』(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크라운판, 612쪽, 35,000원)이다. 다른 하나는 김윤정·박경자·방병선·서현주·엄승희·이성주·이종민·전승창·최종택이 한국 도자를 중심으로 우리의 해석과 설명으로 만든 『한국 도자사전』(경인문화사, 617쪽, 38,000원)이다. 두 사전 모두 어떤 뿌듯한 문화적 자긍심의 향기가 스며나온다.

『발해 유적 사전-중국편』은 베일 속에 가려졌던 한국사의 ‘해동성국’ 발해의 구체적 유적을 추적했다. 실은 2012년과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원한 한국문화심층연구의 공동연구 결과를 묶은 사전이다. 그렇지만 수록된 내용은 2년간의 공동연구 작업만이 아니라 집필진의 십수년에 걸친 지난한 연구 여정과 노고가 응축된 작업의 결과라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일단 집필진들은 발해사와 고구려사를 문헌사, 고고학, 건축학, 복식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공한 연구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연구성과를 수집, 정리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발해 유적 현장을 직접 조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말이 유적 현장 조사지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훼손되고 멸실된 유적을 찾으려고 풀숲을 헤치는 일은 선명한 나침반을 따라 지도 위를 더듬어가는 행위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유적 현황에 몰입하다 길을 잃고 낯선 도로 위에서 밤비를 맞으며 한없이 일행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눈 앞에 유적을 두고도 중국의 통제 때문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고 사진 한 장 담지 못한 채 돌아서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동북공정에 집중해온 중국은 한국 고대사와 관련된 유적의 경우, ‘집중관리’와 ‘방기와 멸실’이라는 이중정책을 취해왔다. 즉, 중점 유적의 집중 관리와 통제, 비중점 유적의 방기와 멸실이란 상반된 정책인데, 집필진은 이 정책 때문에 적잖은 고초와 좌절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이 사전의 구성에도 반영됐다. ‘사전’이란 명칭을 달고 있음에도 항목별로 내용 분량이나 구성을 통일하지 못한 것도 이런 현실과 관련 있다. 구난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발해사)는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발해 유적 사전’이라는 이름의 서적을 내는 게 너무 성급하고 무도한 것이 아닌가 주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뜻을 모아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발해사를 둘러싼 현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인데 반해 대중은 물론 역사학자나 역사학도들이 기본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발해 관련 안내서 하나 없다는 절박함을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전 수록 대상은 현재 발행의 5경을 중심으로 발견된 발해 유적으로 선별했다. 유적 정보는 중국에서 발간된 문물지뿐 아니라 국내외의 학술성과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자료를 재정리했다. 5차에 걸친 현지조사도 병행했다.

중국 내 발해 유적 중 문물지에서 다루고 있는 유적은 길림성 39개 현시에 415곳과 흑룡강성 10여 개 현시에 175곳이며, 이밖에도 요령성 일대에서 발해 유적이 보고 있다. 이 사전에서는 이 가운데 길림성과 요령성에 소재한 145개의 유적과 상경을 포함한 흑룡강성 소재의 116개 유적을 선별해 수록했다.

구성 방식은 전체 유적을 9개 지역으로 분류하고, 해당 지역의 역사와 연구 현황을 개관적으로 살피는 접근을 취했다. 또한 유적 분포도를 함께 제시해 유적의 현황을 볼 수 있게 했다. 각 유적들에 대한 설명은 기본적으로 사전의 체계를 따랐다. 표제 부분, 본문, 관련 자료의 3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본문은 다시 정의, 위치, 역사, 규모 및 형태, 출토 유물, 의의 등 6개 영역으로 나눴다.
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 학계가 주목할만한 선도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특히 중국의 발해사 귀속이 강화되고 유적의 복원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발해 유적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의미를 매겼다.

사전 출간이 어렵기는 『한국 도자사전』도 마찬가지였다. 사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2009년 가을 방병선 고려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를 포함한 5명의 집필진이 경인문화사에서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편집회의가 끝나갈 쯤 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도자기 사전 한 번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고 방병선 교수는 회고한다.

물론 도자사전은 국내에서도 간단한 몇몇 용어 사전이 출간된 바 있고, 특히 고고학 분야에서는 고고학 용어사전이 출간됐다. 국외에서는 중국의 공예사전이나 일본의 일본도자기사전, 일본도자사전 등이 오래전 출간돼 국내 연구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발해 유적 사전』이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됐다면, 『한국 도자사전』은 민간 학술출판사가 온전히 부담을 져야 했다. 방병선 교수는 “무엇보다 사전이라는 특수성으로 출판 후 판매가 녹록치 않아 출판사들이 출판을 꺼리는 게 현실이었다. 또한 여러 필진들이 참여하는 작업이라 집필 완성이 매끄럽게 되기가 쉽지 않아 사전 출간에 이르기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2011년 다섯 명의 필진을 구성, 경인문화사에 모여 본격적으로 도자사전 편집회의를 시작했다. 이 편집회의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사전’ 형식을 취했음에도 역시 분량이 일정치 않은 것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들쑥날쑥한 논의를 이끌고 출판까지 갈 수 있었던 데는 그 내면에 도자기 DNA가 흐르고 있는 방병선 교수의 뚝심이 한몫했다.

방 교수는 처음 5명으로 집필자로 출발했지만 전체 편집 방향을 설정하면서 필진을 보강해 최대 10명까지 늘리기로 하고 대상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백제 토기 전공의 서현주 한국전통문화대학 교수, 고려말 조선 초기 청자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은 김윤정 용인대 교수, 분청사기 연구에 전력을 다해온 박경자 박사, 근대 도자사 연구의 많은 자료를 섭렵한 엄승희 박사가 새로 필진에 합류했다. 이렇게 아홉 명의 연구자가 달려들어 3년에 걸쳐 선사시대부터 1945년까지 중요 항목을 중심으로 한국의 도자기를 낱낱이 서술했다.

이들은 기존의 단순한 용어 사전과 달리,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도자유물과 유적, 작가, 제작과 관련된 현상이나 조직 등을 포함시키고 고고학적, 도자사적 설명과 해석, 참고문헌과 도판을 첨부해 도자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자는 데 최우선을 뒀다. 서술 분량에 차이가 있는 것은 ‘항목의 중요도’가 작용했다. 필진의 전공에 따라 시대를 정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항목을 중요도에 따라 분량을 차등해 서술하기로 한 것이다.

전공별로는 선사시대와 신라(이성주),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역사시대(최종택), 백제시대·통일신라시대(서현주), 고려시대(이종민),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 명문·분청사기(김윤정), 조선시대 분청사기(박경자), 조선시대 15, 16세기의 백자와 분청사기, 생산체계(전승창), 조선후기인 17~19세기(방병선), 19세기 말엽부터 19045년까지의 근대도자(엄승희)로 접근했다. 구성은 한글 가나다 순으로 했다. 모두 700여 항목과 도판은 도자사 전문가나 문회한이나 그 누구도 쉽게 접급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방병선 교수는 “이 사전은 한국의 도자기에 관한 많은 의문들―예를 들면 한국의 도자기는 누가 만들어,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가, 시대별·지역별 특성은 무엇인가, 중국이나 일본과의 차별점은 무엇이고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 등―에 답할 수 있는 유익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사전의 의미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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