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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대학 ‘취업교육’ 경쟁할 거라면 전문대로 전환하라”
“4년제대학 ‘취업교육’ 경쟁할 거라면 전문대로 전환하라”
  •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8.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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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보 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신임사무총장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에서 인사1팀장, 인문사회연구과장, 학술인문과장, 전문대학정책과장, 인사과장을 거쳐 한밭대 사무국장, 한국체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지난달 17일 전문대교협 이사회에서 선출돼 이달부터 임기 4년의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수업연한 자율화, 전문대를 4년제 만들어달란 말로 오해”
“전문직업교육 목표 충실히 지원…‘관료 출신’ 편견 극복이 과제”

최근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대학원 중심의 ‘연구’에서 학부 중심의 ‘교육’으로 옮아오면서 단연 ‘취업’이 그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학부교육 내실화’의 기치를 내건 정부는 산학협력과 취업정보센터 등을 통해 취업역량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의 얘기다. 그런데 이 같은 취업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이 실은 전문대가 1970년대 후반부터 40여년간 시행해온 ‘전문직업인 양성과정’의 일부였다고 하면 비약일까.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학생들의 취업문제가 고등교육기관의 책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문대가 표방하는 ‘전문직업인 양성’과 4년제 대학이 강조하는 ‘취업역량 강화’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목표다. 특히 제조업이 쇠퇴하고 융복합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기업·산업체 현장의 변화를 비춰봐도 ‘전문직업인’으로서 갖춰야할 자질과 능력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구분을 점점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면서 전문대가 4년제 대학과 나란히 인재 양성의 경쟁에 돌입했다. 전문대가 바빠진 것이다. 흔히 전문대는 단순 노동인력을 배출하는 곳 정도로 치부되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전문대도 4년제 대학과 똑같이 융복합 교육을 기반으로 산학협력, 현장학습, 특성화 교육 등의 보폭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전문대가 정부 교육행정관료 출신의 황보 은(57세, 사진)씨를 신임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교육정책 실무에 밝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전국 140여 개 전문대를 회원교로 두고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의 사무총장은 전문대와 전문대교협 안팎의 살림도 꾸려야 하지만 전문대 발전방안과 정책 제안의 실무책임자로서 때로는 ‘사령탑’ 역할도 해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8일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실에서 만난 황보 신임총장은 교육부 관료 출신답지 않게 공세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단적으로,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이 함께하게 된 무한취업경쟁에 대해 “4년제 대학이 요즘처럼 취업을 중심으로 교육할 거라면, 차라리 전문대로 전환해서 함께 경쟁하는 게 솔직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다. 교육관료의 눈에 비친 전문대의 위기는 무엇이고, 그가 준비한 돌파구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취임을 축하한다. 그러나 축하를 받기엔 전문대가 현재 엄혹한 시기이고,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온 것 아니냐. 

“2011년에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을 했다. 4년쯤 지났다. 그간 정부의 정책기조 변했고, 국가적 상황도 많이 변했다. 우선 이런 배경부터 파악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관한 대학현장의 의견이 어떤지 반영하기 위해서다. 한동안은 현장의 어려움을 취합해서 교육부에 전달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올해는 ‘수업연한 다양화’를 매듭 지어야 하고, 전국 140여 개 회원교의 대변인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 올 하반기까지는 향후 4년(임기)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고 싶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데 전문대에 관해 어떤 포부와 계획을 갖고 있나.

“대학에 가보면 전문대가 많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한 문화예술 분야의 한 전문대를 다녀왔는데 나 스스로도 방송·음악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국민들이 가진 편견을 깨고 싶다. ‘전문대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 아니냐’는 식의 학습수준을 빗댄 편견 말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예술, 요리, 자동차, 보건 등 다양한 분야를 선택해서 배우고 있다. 

요즘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니(못했니)’ ‘어느 대학을 나왔니’ ‘전공이 무엇이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래서 넌 뭘 할 수 있는데?’다. 이것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고등교육의 시대변화이고, 전문대교육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대 정책연구’도 육성하고 싶다. 나는 교육부에 있을 때 전문대 직업교육연구소를 창설한 경험이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바쁘다. 차분히 앉아서 정책연구할 시간이 없다. 이걸 전문대교협이 맡아야 한다. 해외 직업교육 동향, 교육시스템 개선 등을 심도있게 연구해서 그 결과를 교육부와 국회에 제공하는 거다. 그래야 시의적절하게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정원 감축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의 정체성까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학들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나.  

▲ ⓒ최성욱 기자

“결국엔 전문대의 갈 길을 가야 한다. 단언컨대, 전문대학의 강점과 경쟁력은 현장에 바탕을 둔 취업위주의 집중화다. 전문대가 살아남는 길은 특성화와 차별화다. 나는 여기에서 특성화와 차별화를 분리해서 생각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특성화는 전문화다. 특정분야의 현장적합성이 높은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과 졸업생 간의 ‘미스 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전문대의 역할과 기능이라고 본다. 

차별화는 여러 인력양성기관과 달라야한다는 거다. 이를 테면 폴리텍이나 사이버대 등과 차별화하는 건 현장적합성이 높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지만, 단순히 훈련만 받아선 안 된다. 단기 직업훈련기관과도 차별화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가 배출하는 전문직업인은 창의·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어야 한다. 

특성화와 차별화. 이걸 꾸준히 살려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 전문대학은 산업의 변화에 순발력있게 대처하며 대안을 제시했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화점 같은 나열식 학과 개설을 지양하고 편의점식의 학과 개설과 맞춤형 실무교육을 이어갈 생각이다. 전문대 출신 우수 인재를 확대하기 위해 ‘1도 1명품 전문대’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선도모델대학을 늘려갈 것이다. 이것이 대학도 살고 정부도 원하는 길 아니겠나. 뭣보다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4년제 대학이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 등의 영향으로 ‘취업중심’ 학부교육으로 재편하고 있다. 대학엔 취업정보센터, 창업보육센터가 들어서고 산학협력과 현장학습이 필수다. 일찌감치 전문직업인을 양성해 온 전문대학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4년제 대학과 전문대엔 유사한 학과가 있다. 4년제 대학에서 설치할 필요가 있는 학과도 있지만, 상당수 학과들의 경우 전문직업인 양성과정이 많다. 예컨대 미용·뷰티·조리·실용음악 등이다. 이런 전문인력 양성분야의 경우 전문대가 도맡아 하는 게 교육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4년제 대학의 목적에도 맞지 않은 것 아닌가.

취업중심의 학부교육을 점점 강화할 거라면, 전문대에 또다시 변화를 요구할 게 아니라 4년제 대학이 오히려 전문대로 전환하라. 그게 맞지 않나. 4년제 대학에 취업중심의 학부교육이 강조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과가 많아지면서 전문대와 경쟁하는 4년제 대학이 많다. 엄연히 설립목적이 다른데 취업경쟁을 같이 한다? 이건 이상한 현상인 거다.

무작정 경쟁만 할 게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보자는 거다. 4년제 대학은 이론과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4년제 대학이 전문대처럼 현장적합도가 높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나. 4년제 대학의 학생을 공장에 넣어놓고(!) 직업훈련을 시킬 수 없지 않나. 전문대는 현장과 교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공부한다. 이게 진짜 ‘실무’고 ‘전문인력’이다. 4년제 대학도 같은 취지에서 같은 과정으로 가르치겠다면, 좋다!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으로 전환해서 경쟁하자는 말이다.

다시 말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경쟁상대가 아닌데, 특히 지방 4년제 대학이 어려움을 겪으니 전문대학과 경쟁하고 있다. 알면서 모른척할 문제도 아니고, 경쟁해서 이기라는 식으로 방치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정책을 시행하는) 이번 기회에 큰 틀에서 고등교육기관도 재편해야 한다. 단지 ‘설립목적대로 대학을 운영하자’ 이 말이다.” 

△그렇다면 전문대가 ‘수업연한 다양화’를 관철시키려는 것도 4년제 대학과 경쟁을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수업연한 확대해서 얻은 학사학위로 학생모집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전문대의 뜻과 전혀 다르다. 이 역시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전문대 수업연한 2년은 도대체 언제 도입된 것인가. 교육법 개정으로 전문대학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게 1977년이다. 40년이 다 돼 간다. 경제개발시대엔 2년만에 전문직업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사물인터넷, 3D 컴퓨팅, 무인전기자동차가 개발되는 시대다. 전문인력도 필수적으로 융복합교육과 인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전문대가 모든 분야에서 수업연한 다양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또 무조건 4년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화’다. 6개월, 1년, 2년, 3년… 학과 특성과 교육과정에 맞게 개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교육부 승인기준이 있다. 그것에 따르겠다는 거다. 급변하는 시대에 전문대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학사학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우수한 전문직업인력을 양성하려면 수업연한 다양화가 정말 필요하다.” 

△전문직업인력이니, 수업연한 다양화니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제쳐두고, 실은 전문대는 학사관리부터 튼튼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의실부터 살려놔야 정책과 제도가 힘을 받고, 재정지원도 의미있는 것 아닌가.

“대학생이면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다. 의미를 찾았을 때 하는 거다. 다만 교수는 학생에게 학습동기를 어떻게 부여할 수 있을까에 충실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대도 교수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특성화 잘 된 분야나 특정대학을 찾아간 경우, 혹은 성적순으로 진학한 학생 등 다양한 진학동기가 있다.

특히 공부를 해야할 시기에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공부를 못한 학생들에게 전문대는 학습동기와 진로설계를 도와야 한다. 이걸 ‘패자부활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글로벌 연수프로그램 등으로 세상에 눈을 뜨는 기회 만들어 주고, 스스로 도전하는 생각을 가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 ⓒ최성욱 기자

△회원교를 위해 무엇에 진력할 계획인가. 

“회원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은 사무총장으로서 기본적인 업무다. 이밖에도 정부의 정책방향이라든지 시대적 흐름이나 변화를 회원교에 잘 전달해서 전문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도 전문대교협의 중요한 역할이다. 교육부에 재직할 당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을 오가면서 일 많이 했다. 양쪽 상황을 잘 안다. 이에 비해 직접 대학에 들어가서 경험한 건 얼마 안 되지만, 올 연말까지는 전문대를 최대한 많이 방문할 계획이다. 직접 만나고 보고 들으며 현장의 고충을 수집한 것으로 정책을 건의할 것이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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