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발하던 부산대 교수가 17일 오후 3시경 교내 본관 건물에서 투신해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17일 고 아무개(54)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학과장은 오후 3시경 본관 건물 4층에서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치고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를 복사해 던진 뒤 1층 현관으로 뛰어내렸다. 목격자들은 고 교수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20분 만에 숨졌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하고 있다.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고 썼다.
부산대는 최근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발하며 교수회장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여 있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당초 총장직선제 이행을 공약으로 당선됐으나 지난 4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알렸다.
고 교수의 죽음으로 지역학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 문단 중진인 남 아무개 교수는 “고 교수는 평소에도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많이 보여줘던 국문학자로 이 같은 선택이 아니면 더 이상 대학의 민주화를 지켜낼 수 없다는 자기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대 교수회는 오전 8시 30분부터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교수회 측은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강압 중단 △대학 자율적 총장선출방식 보장 △부산대 총장 공약(총장직선제 시행) 이행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5일부터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벌이던 이 대학 김재호 교수회장도 이날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