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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 환수 ‘불법’ … 밉보일까 숨죽인 대학들
사학연금 환수 ‘불법’ … 밉보일까 숨죽인 대학들
  • 이재 기자
  • 승인 2015.08.1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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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 감사결과 틀렸다” 4차례 법원 판결 무시하는 교육부

잘못된 감사결과를 지적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기존 감사결과를 따르도록 하는 공문을 대학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구조조정 탓에 대학이 강하게 항의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사립대 44곳에 공문을 보내 ‘사학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개인부담금 환수 이행실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공문은 2013년 7월 교육부 감사의 후속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사립대 44곳이 교비회계로 교직원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약 2천80억원을 대납했다고 지적힌 바  있다. 교직원 연금을 대신 내주는 데 학생등록금을 썼다는 것이다. 

사학연금은 사학연금법에서 정한 일정 비율에 따라 교수·직원 개인과 사립학교가 각각 일정액을 부담하는 연금이다. 개인은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납부해왔다. 교육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사립대 44곳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사학연금, 퇴직·개인연금보험, 건강보험료 등의 개인부담금을 수당으로 신설해 교직원에게 지급했다. 당초 기본급 인상이 수월하지 않자 연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수당으로 만들어 대신 지급한 것이다. 기본급을 인상하면 상여금이나 야근수당이 함께 오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수당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내 노사협상의 오랜 관례다. 

교육부 감사실은 2013년 당시 이 수당은 개인이 내야할 금액을 교비회계에서 보전해준 것이기 때문에 대납이라고 적발했다. 사립대의 재정문제를 규정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직원 연금보조 명목의 수당은 인건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납액에 대한 보전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고 퇴직 교직원에게도 환수를 진행하라고 압박했다. 일부 대학은 학교법인 전입금으로 교비회계로 보전하겠다고 했으나 교육부는 법정부담금부터 지키라며 이를 사실상 기각하기도 했다. 결국 대다수의 대학은 재직자의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진행했다. 

문제는 법원이 교직원 개인에 대한 환수절차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숭실대 노조가 숭실대에 제기한 환수중지 소송에서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숭실대가 월급에서 대납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진행한 것은 교직원의 임금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라는 게 판결의 요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10월 수원지방법원도 총신대에서 진행된 환수를 중단하라고 판결했고, 11월에는 서울지법이 한신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중단 소송에서 교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세 판결에서 모두 연금보조성 수당이라도 임금에 해당한다며 사립학교법상 교직원의 임금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판결인 셈이다. 

특히 총신대 소송은 교육부 감사실이 내놓은 감사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제42민사부는 “사학연금의 개인부담금을 대납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해도 이 수당은 사학법상 교비회계의 세출항목인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라고 판단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의 대납이라 할지라도 이를 환수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숭실대 판결에서도 패소한 숭실대 측에 감사결과의 취지를 설명하며 ‘항소지도’를 한 것으로 밝혀진 교육부는 지난 6월, 숭실대가 2심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결과에 따른 이행실적을 보고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보전을 하라고 안내했을 뿐이다.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법원 판결은 대학본부의 무리한 환수절차에 대한 판결이므로 교육부의 감사결과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감사결과에 대해서도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렸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학들의 잇단 패소에도 교육부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버티고 있는 눈치다. 교육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공문을 수령했던 대학부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대학구조조정으로 교육부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소송에 나설 대학이 없는 형편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구조조정이 코앞인데 어느 대학이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겠는가. 속이 끓어도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잠자코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소송을 대리했던 김기용 변호사(법무법인 새롬)는 “교육부는 법리적 검토를 통해 수당이 교직원들에게 정당하게 지급된 임금이라는 것을 알고도 반값등록금 여론을 이용해 사학연금 대납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학교법인과 소속 교직원을 압박하고 환수조치를 강요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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