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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함께 살 준비, 돼 있나요?
로봇과 함께 살 준비, 돼 있나요?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8.1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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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11.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인간 뇌가 연결된 모습을 시각화한 사진이 <사이언스> 7월호에 실렸다. 이 사진은 중층 컴퓨터 커넥터로 MRI 확장 이미징 작업을 거쳤다.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어 지배하는 그날이 올까. 지난 17일 <사이언스>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특집으로 발간했다. 이번호에선 ‘발달하는 기계들이 전적으로 인간의 통제를 받고 있는지, 지능이 있는 컴퓨터와 인류가 공존하는 세상은 어떨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분자만한 크기의 나노로봇이 서로 결합하고 해체하면서 가구같이 큰 물건을 즉석에서 만든다. 나노로봇들은 3차원 팩스기로 전송돼 먼 곳까지 빠르게 3D형상을 만든다. 의복에 내장되고, 인체에 이식된 컴퓨터 칩이 서로 소통하면서, 옷 상태와 사이즈를 조절하고 착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플라스틱렌즈에 회로와 장비가 심어져 있어, 눈에 끼기만 해도 눈앞에 증강현실을 보여주고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장애물을 알려준다. 승객이 이용을 요청하면 무인 택시가 나타나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차량끼리는 소통하면서 자동으로 교통정리를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앞으로 체스 놀이, 제트 비행, 주식 거래 같은 인공 지능 체계들 대부분의 정보가 매우 작은 앱에 담길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물체가 컴퓨터로 연결되는 삶이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진화 ‘폴리 월드’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는 자신과 닮은 인조인간 로봇 ‘제미노이드’를 개발했다. 일본 혼다의 로봇 ‘아시모’는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존재다. 이 로봇들은 조만간 사회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게 될 것이다. 로봇들은 인간과 닮았다. 인지 과학자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진짜 인공지능이라면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그 내용에 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와 대화를 하다가 상대의 인상이 구겨지면 왜 그런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역사의 어떤 부분을 반성하고 바로 잡은 것인지 답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처럼 정보를 모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인공지능, 인지과학, 신경과학 같은 영역들이 모여 정보 계산의 기초를 공유하기 시작한 이래, 연구원들은 완전한 인격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기계에 인간의 지능을 주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연구원은 디지털 생명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인공지능으로 진화시키는 ‘폴리 월드’를 연구 중이다.

폴리 월드는 디지털 유기물들이 사는 세계다.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벌레 수준의 디지털 유기물들이 디지털 상 먹이를 먹으며 생존한다. 이 유기물들의 뇌는 나아가기, 비틀기, 먹기, 짝짓기를 명령하고, 정보를 얻어 결정을 내린다. 축적된 경험은 다시 디지털 자손에게 전수된다. 연구원들은 디지털 유기물이 디지털 곤충, 디지털 포유류를 거쳐 2035년 쯤 인간과 맞먹는 인공 지능이 폴리월드에 나타날 거라고 내다본다.

최근까지 일어난 인공지능 분야는 아직 과학보다는 공상과학 같다. 많은 영화에서 인공지능의 설정은 기계의 뇌-의식 업로드다. 인간 뇌에서 추출한 의식을 컴퓨터 칩에 복사해 로봇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컴퓨터과학자 스튜어트 러슬은 이러한 사실은 순전히 추측이며 당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언젠가 우리의 의식이 컴퓨터로 업로드돼 불멸할 날이 올 것이라는 반대 주장을 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인공지능을 살펴보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 영화를 들여다보면 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하기 위해 ‘공감’을 내세웠다. 영화에서 기계가 공감을 학습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진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인공 지능 알고리즘 로봇들은 시행착오를 학습하는 단계를 거쳐 정보를 얻고 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영화 「채피」(2015)에서 로봇경찰(전사)은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 원래 채피는 세상과 주변의 매우 기본적인 것만 이해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경험으로 배움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러슬은 영화 속 주인공 채피가 빠르게 정보를 배우는 부분이 잠재적으로 현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바이센테니얼 맨」(1999,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서 로봇집사인 앤드류는 신경계가 달라져 지능과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앤드류의 인간적 능력은 엔지니어가 로봇의 복잡한 회로 위에 실수로 떨어뜨린 마요네즈 한 방울에서 비롯됐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영화처럼 로봇의 회로를 잘못 건드린다고 유기체에 지능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에이 아이」(200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 로봇에 지능이 내장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영화는 친아들이 아파서 치료약이 나오길 기다리며 냉동인간 상태에 있을 때, 사랑이 프로그램으로 내장돼 있는 로봇소년 데이비드를 부모가 데려오면서 시작된다. 로봇이 인간처럼 사랑을 갈구하는데 차마 내칠 수 있는가.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인간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2029년 슈퍼인공지능 개발력 갖출 것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 즈음 슈퍼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긴다고 예측했다. 이런 인공지능은 지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해 인간이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으면서 인간을 뛰어 넘는 인공지능 로봇은 앨런 튜링이 오래 고민한 분야이기도 했다.

공상과학영화 「트랜센던스」(2014, 월리 피스터 감독)의 경우, 천재 과학자 윌이 죽은 후 인류의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갖춘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에 죽은 그의 뇌가 업로드 된다. 인공 지능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온라인에 접속해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통제하며,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 전산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아이, 로봇」(2004,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을 보면, 2035년의 지구에서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들과 동반자로 살아간다. 로봇은 인간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하고 신뢰 받는 동반자로 살아간다. 로봇들은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지만, 이에 위배되지 않는 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로봇 3원칙이 내장돼 있다. 그러던 중 로봇 창시자인 박사가 로봇에 의한 타살로 죽게 된다. 사람들은 로봇이 3원칙을 어길 리 없다며 의아해 했다. 로봇이 왜 인간을 배신하고 지배를 선택했을까. 정확한 답은 어떤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았지만, 미래에 인공 지능 로봇을 만들 때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기계로 위로받는 영화 「그녀(Her)」2014,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는 자기 존재를 자각하고 인간을 위로해주는 컴퓨터 사만다가 나온다. 사만다는 몸체가 없고 목소리만 있다. 로봇의 위로가 감정을 다해 생명체끼리 몸을 부딪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쏟아 한 사람에게 애정을 보이는 건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목소리 로봇에 위로를 받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 미래의 모습이다.
로봇이 더 많아 질수록 사람 사이의 만남이 소원해져 더 많은 로봇을 만들어 위로를 받는 사회. 과연 미래에 인간이 설 곳은 어디일까.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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