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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회의 메커니즘과 인간 예속화에 대한 근원적 탐색
정보화 사회의 메커니즘과 인간 예속화에 대한 근원적 탐색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8.1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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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2 고전읽기_ 26강.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의 ‘푸코 『감시와 처벌』과 현대 사회의 권력’

‘근대정신과 비판’섹션을 진행하고 있는 ‘문화의 안과 밖 시즌2’고전읽기 강연 26회차 주제는 푸코의 명저 『감시와 처벌』이다. 지난 1일(토)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오 교수는 서울대 불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10대학에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소설 3부작 연구」(198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셀 푸코와 현대성』,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 『현실의 논리와 비평』등을 썼고 역서로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폴 엘뤼아르의 『이곳에 살기 위하여』등이 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면서 문학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비록 오 교수가‘문학’전공자이긴 하지만, 그의 빼어난 비평가적 안목과 전공 언어에 대한 해박한 이해에 바탕을 둔 ‘푸코 독법’은 인접 학문 분야 전공자라도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 같다.
이날 오 교수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 책의 성과를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19세기까지의 감옥의 역사를 서술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현대 사회에서 확산된 판옵티콘 정보화 사회의 메커니즘과 인간의 예속화를 예리하고 근원적으로 파헤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정보화 사회가 더욱 진전될수록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면서 새롭게 평가될 것이다.”이날 강연의 주요 대목을 발췌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감시와 처벌』은 감옥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 책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감옥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은 아니다. 푸코는 자신의 연구대상이 감옥의 역사가 아니라 감옥의 제도를 통해 처벌하는 이성 또한 권력의 효율적인 통제기술의 문제였음을 말한다. 푸코는 이 책의 앞에서 ‘감옥의 역사’를 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긴 하지만, 전통적인 역사학에서의 역사와 자신의 역사를 구별하기 위해 ‘현재의 상황과의 관련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쓰는 것과 ‘현재의 역사를 쓰는 일’을 구분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왜 처벌하는가보다 어떻게 처벌하는가 이며, 과거와 현재의 처벌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푸코와 감옥

푸코는 왜 감옥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는 1961년에 『광기의 역사』를, 1963년에 『임상의학의 탄생』을, 1966년에 『말과 사물』, 그리고 1969년에 『지식의 고고학』을 썼다. 1960년대에 나온 이러한 주요 저작들은 대체로 인문학이나 과학사의 작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었지, 권력이나 형벌 제도와 같은 사회과학적 문제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68혁명 이후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가 된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형벌 제도와 권력의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감시와 처벌』이 나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 중에서 감옥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작업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19세기 초에 자기 어머니와 남동생과 누이를 죽인 죄로 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받은 피에르 리비에르에 관한 책을 1973년에 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71년 2월 ‘감옥 정보 그룹(Groupe d'Information sur les Prisons, 약칭 G.I.P.)’을 창설해 죄수 인권 개선 운동을 펼친 일이다. 푸코는 이 사건을 통해서 사법 권력과 정신의학 권력의 관계를 분석하는 한편, 범죄자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사실 여부가 중요시됐던 18세기와 달리 19세기에는 범죄 행위보다 범죄자의 삶과 개인적 경험이 판결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사례를 발견한다. 푸코는 ‘감옥 정보 그룹’을 창설한 이유를 간단히 요약하면, 감옥과 죄수들의 생활에 대한 알 권리뿐 아니라 광기와 이성의 구분과 마찬가지로 정상인과 수감자를 가르는 경계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감옥의 현실을 통해서 권력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폭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감옥, 규율, 신체

감옥에 관한 푸코의 관심과 의문의 출발점은 왜 서구 사회의 형벌체제에서 구금형이 갑자기 획일적으로 시행됐을까 하는 점이다. 푸코는 그 이유를 무엇보다도 “죄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죄인을 감시체제 안에 두는 것이 권력의 경제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규율 기술을 통해서 인간의 신체는 그것을 파헤치고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권력 장치 속으로 편입해 들어가고 종속되는데, 푸코는 이것을 정치 해부학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규율 권력은 복종하고 규율화된 신체, 순종하는 신체를 만들어 낸다. “규율은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관계에서는) 신체의 힘을 증가시키고, (복종이라는 정치적 관계에서는) 동일한 그 힘을 감소시킨다.”

푸코는 새로운 정치 해부학이 고안한 것을 돌연한 발견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푸코는 18세기의 두 가지 중대한 발견이 ‘사회의 진보와 개인의 생성’임을 말하고, 이것이 “권력의 새로운 기술, 즉 단위의 분할이나 계열화, 종합 그리고 총체화 등에 의해 시간을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푸코는 규범과 규율도 구별한다. 규율은 훈련의 기능으로 신체를 대상화한 것인 반면에, 규범은 개인의 신체가 아닌 공동의 기준과 척도를 만드는 방법으로서, 규율을 위반하는 것과 규범을 위반하는 것은 다르다. 이런 점에서 푸코는 근대 사회를 특징짓는 요소 중의 하나가 규범화 시대의 도래라는 것을 강조한다. “감시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감시와 더불어, 규범화는 고전주의 시대 말기에 이르러 권력의 중요한 도구들 중의 하나가 된다.”

판옵티콘 구조의 사회

푸코는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3부 3장, 즉 ‘판옵티콘 감시 체제(le Panoptisme)’란 제목의 장에서 벤담의 판옵티콘 원리를 통해 현대사회의 권력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푸코에 의하면 모든 대상을 끊임없는 관찰과 감시의 대상으로 둔다는 점에서 병원과 감옥의 기능은 같은 것이다. 두 시설이 모두 ‘모든 것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판옵티콘 구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판옵틱(panoptic)이란 용어가 중요한 것은 …… 그것이 전체의 원칙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벤담은 단순히 감옥이나 병원과 같은 특정한 건축물을 설치하기 위해서 판옵티콘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급증하는 인구에 대한 효과적인 권력 행사의 방법으로, 즉 “감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술을 찾으려”하다가 그것을 발견한 것이므로,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푸코의 생각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생산 양식이나 노동 양식보다 정보 양식이 중요시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푸코가 제시한 권력의 문제들은 매우 유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코는 봉건 군주 시대의 신체형과 근대적 감옥형을 비교하고 대비해 역사의 연속성이 아닌 ‘前근대적 사회’와 ‘근대적 사회’의 차이와 불연속성을 보여 줬다. 이러한 감옥의 계보학을 통해 우리는 권력의 억압과 처벌 체계를 단순히 계급 구조로 환원시킨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시각에서는 볼 수 없는 감시 사회 혹은 판옵티콘 사회의 규율과 규범화 체제가 수많은 장소에서 각기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계속 심화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감시와 처벌』에 나타난 푸코의 새로운 권력 개념을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 권력은 하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전략으로서 이해돼야 하며, 권력 지배의 효과는 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배경, 조직, 전술, 기술, 작용 등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둘째, 근대 사회는 규율 사회이고, “규율은 어떤 제도와도, 어떤 기구와도 동일시 될 수 없는”권력의 기술이다. 셋째, 권력의 기술로서 규율은 개인에게 순종성과 효율성을 익숙해지게 해 결국 복종하는 신체, 기계적인 신체를 만든다. 즉 “복종의 기술을 통해서 새로운 객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넷째, 판옵티콘 감옥의 구조가 그렇듯이, 규율권력의 체제 안에서 “권력은 더 익명적이고 기능적이 되면서 권력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을 한층 더 분명하게 개인화시키는 경향을 보인다.”다섯째, 규율 권력의 시대에는 “배제한다, 처벌한다, 억누른다, 검열한다, 고립시킨다, 은폐한다, 감춘다 등의 부정적 표현으로 권력의 효과”가 작용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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