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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7.07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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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위기의 대학, 두 가지 시선

『폐허의 대학』이 출간된 것은 1996년, 그러니까 20여 년 전의 북미 대학의 현주소를 지적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자의 지적은 그 시점에만 유효하지 않고 시간을 내려와, 바다를 건너 한국의 대학 현실에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충고가 된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기업식 대학 운영에서부터 전통적인 인문학의 축소, 실용적 학과 통폐합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 대학 구조개혁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는 대학의 고유한 역할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변화론적 시각이 전제돼 있다. 『폐허의 대학』은 이런 변화론적 시각이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 것들을 뒤집는다. 레딩스에 따르면, 근대국가에 필수적인 교양 있는 시민 주체의 형성이라는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은 종언을 고하고 이제 대학은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 기구가 아니라 세계시장에 종속된 초국적이고 관료적인 기업이 됐다. 이런 현대의 대학을 가리켜 저자는 ‘수월성의 대학’으로 명명한다. 수월성의 이념은 대학의 가치를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하고 수행지표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대학을 철저한 회계 논리고 관리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서울의 한 대학이 학생들에게 ‘회계학’을 필수로 이수하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히 수월성 담론에 지배되는 대학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들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역사적 경과도 상세하게 기술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교양 이념을 중심으로 한 ‘근대 대학’이 국민국가의 이념적 토대가 되는 과정에서부터, 영어권에서 교양이 문학적인 것으로 수렴되면서 대학이념과 결합하는 과정, 그리고 1960년대 유럽 대학의 변모에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68혁명에 대한 해석 등 대학의 변화를 면밀하게 추적했다. 서구 대학의 발흥과 전개, 변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텍스트다.


그렇다고 저자가 어떤 대안까지 내다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역사적 존재 이유를 상실한 ‘폐허’가 된 대학 현실을 인정하고 그 폐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 근대 대학의 이념에 대한 낭만적 향수에 머물거나 새롭게 현대 대학의 이념을 재창안해 대처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며, 대학이 폐허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 폐허 속에서 거주하며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게 대학인의 책무이자 의무라고 주장한다. 이 질문하기는 곧 ‘사유(Thought)’를 통해 대학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논쟁되는 장소가 되고, 이를 통해 대학이 하나의 통합적 이념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결속을 생각하는 영역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우리 현실에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교협 사무총장, 상명대 총장 등을 지낸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의 책은 제목(왜 대학은 사라지는가)과 달리 대학 ‘생존 전략’에 무게를 실은 책이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앞서 말한 변화론을 수긍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대학이 먼저 변화할 것을 주문하는 책임을 알 수 있다.


“대학교육은 ……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전통적 대학교육의 본질마저 실종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교육은 더 이상 기존의 대학체제와 대학관만으로는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한 마디로 대학의 빅뱅 시대를 준비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빅뱅 시대를 준비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조했지만, 그것이 어떤 가치와 철학, 가능성에 바탕한 것인지는 ‘꼭 찍어’주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10대 트렌드를 종합해 대학의 미래 모습을 그려낸다. 그것은 ‘책 없는 도서관, 캠퍼스 없는 대학, 교수 없는 강의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들은 서로 상충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여기서 ‘생존전략’을 이끌어낸다.


예컨대, 저자는 하버드대와 MIT의 공동교육 프로그램 MOOC(Multi Onlone Open Course)로 인한 변화를 두고 “한 마디로 대학교육은 캠퍼스가 없고, 강의실에는 교수가 없고, 도서관에는 책이 없는 3無 대학의 모습으로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버드대와 MIT의 MOOC가 어느날 공중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캠퍼스, 교수, 책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세 가지가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축적되면서 질적 전환이 일어난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한국 대학도 3無로 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질적인 성찰이 결여된 진단일 수밖에 없다. 3無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질적 변화가 합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대학의 근본적 역량을 제고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10가지 대학 생존전략은 어떤 것일까. △3A 전략을 세워라 △캠퍼스를 떠나라 △특화 대학원 교육 중심으로 바꿔라 △규모의 경영 전략을 세워라 △대학을 작품화하라 △질 관리 전략을 활용하라 △특화 교수 전략을 세워라 △전략적 총장을 초빙하라 △국적 있는 다문화 경영을 하라 △교육한류의 주도자가 돼라 등이다. 대학마다 고유의 색깔, 역량,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생존전략’이 글자 그대로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왜 대학은 사라지는가』는 우리 대학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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