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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과 쟁점 : ‘교육학의 학문적 이론 수립’ 모색한 한국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동향과 쟁점 : ‘교육학의 학문적 이론 수립’ 모색한 한국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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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23:06:35

자생적 우리 이론의 탐색이라는 말이 흔치 않는 요즘, 한국교육학회(회장 박도순 고려대 교수)가 풍성한 향연을 벌이면서 한국교육학의 거듭나기를 천명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미교육학 혹은 독일 교육학의 영향이 짙었던 교육학계의 고민은 ‘도대체 우리에게 교육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맞춰져 있다. 학교, 사교육, 교육개발원, 사범대, 교사 등 피상적 수준에서 인접학문에 비쳐진 교육학계의 이번 탐구는 자기 이론의 가능성 모색과 외국 이론 차용에 대한 따끔한 반성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창원대 산학협동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의 2002년도 추계학술대회는 학술대회로 취급되기보다는 한국 교육학의 현 수준과 고민, 자기 성찰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교육학을 살리기 위한 리트머스시험지’였다. 과거 1987년 교육학계 내부에서 달아올랐던 ‘교육학 방법 논쟁’이 시간 속에 소진됐다고 한다면, 15년 전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한층 꼼꼼한 접근과 논의의 틀을 구비한 이번 대회는 어떤 기대감을 표시해도 좋을 듯하다. 발표자나 토론자의 성실성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토론자들의 꼼꼼한 분석과 비판, 보완이 없었다면, 교육학계 창원대회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서구이론 무차별 수용 반성
‘교육학의 학문적 이론 수립의 현황과 발전 좌표’라는 기조 강연을 맡은 이돈희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의 일성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교육학계 학술대회를 너무 띄운다고? 그렇지 않다. 한 번 뱉어진 말은 스스로 ‘구속력’을 갖게 마련이니 교육학계가 이번 대회의 마무리에 책임을 지지 않겠는가.
이돈희 교수의 문제의식은 이번 학술대회 주제 발표자들의 발표와 토론에 ‘거의’ 공유되고 있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교육학이 전통적 기초학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메스를 들이댔다. 이 교수가 주문한 논점은 교육학이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기초학문의 이론적 틀에서 탈피해 교육의 제도적, 활동적 과정 그 자체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성찰과 분석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후 주제 발표가 물론 이러한 이 교수의 주문과 일맥상통하는 방향에서 이어졌음을 물론이다.
교육학의 본질, 혹은 교육학자의 정체성을 물을 때 가장 먼저 제기될 수 있는 것은 교육학의 하위 영역인 ‘교육철학’ 문제일 것이다. 이점에서 정영수 인하대 교수의 ‘교육철학의 학문적 이론 수립의 현황과 발전 좌표’는 흥미롭다. 정 교수 역시 한국교육철학의 학문적 자주성에 주목했다. 교육 현실의 경험을 강조한 그의 말을 빌리면, 학문의 자주성이란 방법론상의 자주성보다는 연구자 자신의 학문하는 정신의 자주성에 더욱 크게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서 나선 신차균 국민대 교수는 “한국교육철학의 현실은 겉보기에는 같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각자의 놀이규칙에 따라 따로 놀고 있는 ‘연합놀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교육철학 연구의 부진 이유가 자주성 결여에만 있지 않고, ‘이차적으로는 열악한 연구여건’을 제시했다. 목영해 신라대 교수 역시 “한국교육학이 본질적인 면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많은 한국 교육학자들이 학문의 수입상 그것도 미국산 교육이론의 수입상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교육 심리학 분야의 발표자인 이연섭 중앙대 교수는 위트를 발휘했다. ‘어느 교육심리학도의 중얼거림’이라는 비유적 발표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교육심리학은 한국적 상황이나 한국적 맥락에서 교육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 교육개혁은 교육 이상에서 출발하지 않고, 대부분 경제적 동기에서 전개됨으로써 한국적 현실에 걸맞는 교육 심리학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토론자인 김헌수 원광대 교수는 “두려운 것은 이미 우리는 선진이론이라는 미명 속에 교육심리학의 이론적 종속인이 돼 중심국의 이론을 열심히 답습해 가는 주변국가가 돼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토로했다.
오욱환 이화여대 교수가 맡은 분야는 ‘교육사회학의 학문적 이론 수립의 현황과 발전좌표’였다. 오 교수는 “오늘의 주제는 한국 교육학계가 이론의 빈곤과 이해부족에 처해 있음을 상징한다”면서 운을 뗐다. 전통적 사회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접근법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즉 거시사회학에 편향된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 이종각 강원대 교수는 토론자다운 재치와 비판을 잊지 않았다. 이론의 빈곤과 이해부족을 지적한 오 교수가 그동안 관련 분야에서 제출된 반성과 검토를 한 글 등 선행연구를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정영애 창원대 교수는 시각을 달리해 교육학 밖의 사회과학과의 교류가 더욱 필요하지 않나 부언했다.

계속적인 공동 논의의 장 기대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은 ‘교육행정학’ 분야의 발표를 맡았다. 이 원장은 기존 교육행정학의 전망을 언급하면서 이론의 충분한 검토하 없는 교육개혁과 교육행정연구의 적시성 부족을 표나게 비판했다. 그 예로 교육행정학계의 이론적 검토없이 제안된 5·31 교육개혁을 꼽았다. 신현석 고려대 교수는 토론에 나서서 교수업적평가제 등 각종 평가제도는 교수연구의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연구의 넓이와 깊이를 갖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허병기 우석대 교수는 관련 학자들의 관심과 활동에 불균형이 크기 때문에 교육행정학의 좌절을 겪는다고 거들었다.
윤병희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과정학’과 관련한 발표를 했다. 그는 “우리 분야의 학문적 정체성과 방법론의 문제는 우리로 하여금 모종의 인식론적 열등감을 느끼도록 만든다”고 고백하면서 역사의식과 비판적 의사소통의 결여, 실제와 응용에 관한 오해, 교육학 하위 탐구영역의 혼란을 문제점으로 꼽았지만, 허숙 인천교대 교수는 “교육학 내의 타학문 영역에 비해 교육과정학의 탐구가 크게 뒤지거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반박해 시선을 끌었다. 마지막 토론자인 김두정 충남대 교수는 “계속적인 공동 논의의 장을 기대한다”라며 함께 탐색하는 고뇌를 강조했다.
“우리 교육학 전공자들은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성찰하지 못한채 그동안 현실문제에 휘둘려 바쁘게 살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인 동시에, 무분별한 외국 이론 차용으로 얼룩진 정체성 없는 학계 풍토를 반성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라고 자체 평가한 학술대회위원장 노종희 한양대 교수의 지적은 결코 공허한 자찬의 수사로 들리지 않는다.
교육학계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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