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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이 낳은 또 다른 지평
디지털 혁명이 낳은 또 다른 지평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6.29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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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7. 핀테크

 

▲ 핀테크의 유행 속에 그 방향성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사진제공 = 서강대 LINC 사업단.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화제다. 일찍이 빌 게이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서비스이지 은행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전자금융이 쌓아 온 금융아성 핀테크가 뒤흔든다」에 따르면 “금융서비스(banking)를 금융회사(bank)에서 분리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그 중심엔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가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디지털 혁명이 또 다른 지평을 낳은 셈이다.


2015년 6월 시점에, 전세계 53개국에서 1천141개 핀테크 기업이 결제,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운영, 해외송금, 보험 등 금융업 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핀테크 이전부터 전자금융, 금융공학, 기술금융 등 금융과 ICT 융합은 대세였다. 하지만 기존의 전자화된 금융과 다르게 핀테크는 ICT가 전면에 나선다. 단지, 금융업을 위해 보조적 수단이었던 IT는 이제 “기존 가치사슬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힐 정도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핀테크 사례’가 된다.
전통적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물량 공세해 기반을 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핀테크를 이용하면 금융서비스가 손쉽게 가능해 수많은 스타트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개개인 한 명 한 명이 지점이 되는 꼴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창업 활성화 역시 핀테크를 주목받게끔 한몫했다.


일전에 박수용 서강대 교수(글로벌 핀테크 연구원)는 ‘핀테크의 오해와 진실’이란 발표자료에서 “핀테크는 점포 중심 금융서비스에서 탈피,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 모바일 기반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송금, 결제, 자산관리, 펀딩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내의 지급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는 가입자가 8억2천만명(2014년 7월 기준)이며, 2013년 거래액은 640조원에 달했다. 중국 온라인 점유율 50% 수준이다. 온라인 금융 결제 서비스 회사인 알리페이는 국내 한 면세점과 계약을 체결했다.

일상의 변화
마침 지난 23일 서강대에서 ‘제6회 핀테크포럼’이 개최됐다. 핀테크산업육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서강대 LINC사업단이 포럼을 주관했다. 이날 포럼에선 지난달 룩셈부르크 ICT 박람회를 다녀온 기업들이 유럽 핀테크 시장 동향 및 유럽 진출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핀테크시대의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 발표에서 “핀테크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신조어로 취급돼서는 안 되며, 향후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핀테크의 목적은 금융업무의 효율성과 금융거래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국 무역투자청이 분석한 핀테크의 4가지 유형을 보면 이는 더욱 확실하다. △결제 및 송금 서비스(효율성, 편리성) △플랫폼 서비스(효율성, 편리성) △금융 데이터 분석(효율성) △금융 소프트웨어(효율성). 예를 들어, 결제 및 송금 서비스는 저렴한 수수료로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온라인 모바일 결제나 외화 송금의 측면에서 말이다. 실제로 금융 소프트웨어의 경우엔 리스크관리 솔루션, 자산관리 솔루션, 신용평가시스템의 운용 전략 솔루션 등을 통해 국내 한 은행이 1조원의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 교수는 핀테크산업을 육성시키기엔 한국은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의 균형과 견제 시스템으로는 핀테크 산업을 절대 발전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책에서 미래 한국형 핀테크 산업의 로드맵을 그려주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정부와 감독기관, IT업체 등의 파트너십은 필수다.
그렇다고 핀테크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악용 및 보안의 문제가 걸려 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자산에 대한 건전성 감독 규제(시스템 리스크를 포함) △엄격한 시장 규율(공시 및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신용정보 공유 환경에서의 프라이버시 남용 및 보호 등을 제안했다.


유재필 금융보안원 차장은 「핀테크 시대의 보안기술」에서 “금융IT 융합으로 금융보안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발생했다”며 “사전보안(사용자)에서 사후보안(서버)으로 보안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인증기술의 다양화와 기술의 중립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핀테크 보안 관련, 그는 보안은 기본이자 필수라며 “편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보안 방식 및 절차 관련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사용자는 전자금융거래시 보안위협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용하자는 주장이다.
참고로 주요국 추진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은 창업기업,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생적 핀테크 산업기반을 갖췄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리더십 탈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 견인 역할을, 즉 민관이 공동협력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국영은행에 대한 대안금융을 통해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상용화하려면 보안이 필수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발표문 「핀테크의 성공은 보안이다」를 통해 핀테크란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IT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면서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결제·송금’ 분야로만 제한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핀테크와 보안과의 관계에서 김 교수는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에서도 하루 3만3천건의 결제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액이 최대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에 달하는 범죄가 러시아, 미국 등의 은행에서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핀테크 보안의 특징으로 △‘사전규제’보다 ‘사후보안’ △민간 자율규제 체제 △선별적·선택적 규제 △보안사고의 책임 분산 △사고 당사자에 대한 무거운 처벌 △핀테크 기업들의 풍부한 인력과 기술 등을 꼽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용자에게 책임 및 입증이 주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보안표준(글로벌 기준), 편의성, 창의성(자체적이고 능동적 보안정책), 사후조치 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응방안으로는 FDS(Fraud Detection System) 고도화 및 구축지원, 효과적인 인증 수단 개발, 간편결제 수단 개발, 사물인터넷 모바일 금융보안 위협 기술 개발, 각종 규제의 완화, 금융보안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등이 제시됐다.
새로운 디지털 혁명이 불러올 ‘핀테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기술이 낳은 부작용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후발주자인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외국 기업들의 진출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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