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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시민단체 연대의 산물…“반전평화 정신 강조하고싶었다”
한일 시민단체 연대의 산물…“반전평화 정신 강조하고싶었다”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6.2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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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미 난키치 동화선』펴낸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 김정훈 전남과학대학 교수

전남과학대에 재직하고 있는 김정훈 교수(53세·사진)는 조금 별나다. ‘별나다’라고 말하는 건, 그가 남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일에 오랫동안 매달려왔기 때문이고, 그것이 그렇게 눈에 잘 드러나는 일도 아니어서 그렇다.

간세이가쿠인대(關西學院大)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했으니, 그의 주 전공은 일본 근대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시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 일정강점기 한일평화 공존세력의 연대, 한인 징용자와 일본인 교류 양상에 주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강제징용피해, 한일 시민연대,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 등에 관심을 갖고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의 활동 가운데 조금 더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김 교수는 일본 근대작가들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해서 이를 일본 학계에 보고하고, 또 이들을 직접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2011년 번역, 소개한『땅밑의 사람들』, 그리고 최근 번역한 니이미 난키치의 동화 작품집『니이미 난키치 동화선』이다.

『땅밑의 사람들』은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 1905~2004)의 조선인 징용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김 교수는 “그만큼 일제강점기의 이국(조선인, 중국인)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평화와 민주주의 운동을 실천한 작가는 드물다. 그렇게 중요한 작가임에도 일반 독자층에는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다”라고 번역 동기를 밝힌 바 있
다.

그는『땅밑의 사람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930년대 조선인 가족과 일본인의 인간적 교류의 한 사례이자, 반전평화 정신과 사회 메시지를 담은 니이미 난키치(新美南吉, 1913~1943)의 ‘청소년 동화’에도 눈을 돌렸다. 일본 북쪽의 미야자와 겐지와 함께 남쪽을 대표하는 동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니이미 난키치, 동화작가인 그에게 김 교수는 어째서 시선을 돌린 것일까.

아마도 다음 대목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무력과 억압을 타파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본연의 모습에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니이미 난키치는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침략을 노골화하던 바로 그 시기에 일본 내 시대적 흐름에 반기를 들고, 인간본연의 모습을 그린 흔치 않은 작가로 볼 수 있다.”

한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정을 쌓는 과정에서 즉, 한일 시민단체의 연대와 교류 속에서 니이미 난키치의 동화선이 번역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를 살려「아버지의 나라」,「 빨간 양호」,「 주운 나팔」,「 장홍륜」,「 귀」,「 벽」등의 문제작을 수록했다. 특히「아버지의 나라」는 김 교수가 지난해 8월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에 참가해 나고야시 인근의 한다(半田) 시를 방문했을 때 확인한 뜻밖의 자료이기도 하다.

1930년에 쓴 동화「아버지의 나라」는 고임금 노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가족과 작가 어머니의 교류 체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당시 작품을 접하고 전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전율의 실체는 ‘휴머니즘’에 뿌리를 내린 것이리라. “국내에 꿈과 희망을 노래한 작가라고만 알려진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반드시 국내에 소개하고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김정훈 교수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자신의 전공 분야를 확장해왔다. 남들이 하지 않은, 그러나 누군가는 꼭 정리해야하는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한 것이다. 그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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