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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수수께끼와 ‘호모 심비우스’의 가능성
기원의 수수께끼와 ‘호모 심비우스’의 가능성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6.10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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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4. 생명의 기원과 진화


▲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주제로 강연하는 최재천 교수. 사진제공= 카오스 재단

‘기원’을 주제로 한 2015년 봄 카오스재단 강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지난 4일 베어홀에선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에코학부 석좌교수)의 ‘생명의 기원과 진화’ 강연이 마지막으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사회는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가 맡았다.
최재천 원장은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죽음’”이라며 △생명의 한계성 △생명의 영속성 △생명의 연속성 △생명의 일원성 △생명의 우연성 등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강연 시작 전, “생명의 기원에 대해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제한 뒤 주제의 어려움과 방대함에 대해 언급했다. 최 교수는 대신 생명의 진화 측면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카오스재단은 ‘K.A.O.S(Knowledge Awakening on Stage, 무대에서 깨어난 지식)’를 뜻하며 ‘과학, 지식, 나눔’을 모토로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그 동안 우주, 물질, 지구, 과학과 기술, 한국 과학기술, 문명과 수학, 현생인류와 한민족, 종교와 예술, 암의 기원에 대한 대중강연과 패널토의가 펼쳐졌다.
“제 전공은 ‘관찰’입니다.” 최 원장은 인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박사학위를 받는 데 11년이 걸렸을 정도라고 했다. 현재 그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최 원장은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을 갖춘 전시관은 이례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최 원장은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 재단’을 만들어 생물 다양성 문제를 알리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우연의 우연
최 원장은 생물학, 종교, 천문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생물의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리고 싶어 『생명』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생명의 기원’에 관한 부분을 책에 넣을지는 고민이다. 최 원장은 대학 강의를 할 때도 생명의 기원에 대해선 같이 공부하며 고민하는 차원에서 넘어갔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건 우연의 우연의, 우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탄생은 마치 주사위 두 개를 던져 합이 14가 나오게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는 우주 어디선가 생명이 탄생하더라도 지구와 같은 유전자 메커니즘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심지어 3D 프린터로 찍어내듯 생명을 찍어내는 경우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기독교에 따르면 ‘누군가가 우릴 창조했다’고 믿는 것이 생명 시작에 대한 설명의 모두이며 답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생명 기원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최 원장의 답변이다.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 1916~2004)은 생명이 외계에서 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취해 연구를 진행했다. 최 원장은 이러한 해답은 결국 외계 생명이 어디서 처음 탄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야 하는 순환논리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생명이 지구 내에서 탄생했다는 범위를 정해두고 기원에 대한 물음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접근이 그나마 옳지만,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지구 생명의 기원을 하나라고 본 것은 다윈의 노력 덕분이다. 다윈이 생각을 정립하는 데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비과학자들의 헌신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떠나 결과를 주목해 봐야한다. 젊은 시절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5년 간 전 세계를 돌면서 많은 화석을 수집했다. 그는 비슷한 종이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곳에 있다는 생각을 품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인간이 개량한 다양한 비둘기를 관찰하며 종의 다양성을 연구했다. 다윈은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의 책 『인구론(On population)』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자연계에선 자원의 경쟁으로 인간의 개입없이 개체 수가 알아서 선택돼 조종된다는 사실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다윈은 전형적인 통섭학자였다. 다윈은 자신의 연구에 필요하다면 농부, 수학자, 물리학자 그 어느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편지를 보내 정보를 얻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다윈을 위해 모든 정보를 모으며 추앙하고 있다.
최 원장은 ‘위키다위니아(WikiDarwinia)’라는 말을 만들어 이를 설명했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변이가 있어 많은 종을 만들 수 있다. 그 변이는 유전돼야 하기 때문에 자연계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일어난다. 진화가 일어나려면 4가지 조건 즉 △변이성(Variability) △유전율(Heritability) △생존 경쟁(Competition for survival) △차등 번식(Differential reproduction)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엄밀한 의미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다윈에 따르면 지구 생명의 역사는 최초 화학물질(DNA 혹은 RNA 혹은 박테리아 등)의 일대기다. 그 화학물질은 오늘날 새로운 종을 만들며 형태만 바뀌어 복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살고 있는 닭은 또 다른 닭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 놓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개체는 생명에 한계가 있지만, 유전자 관점에서는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지금도 계속 살고 있는 셈이다.

지구상 모든 게 ‘가족’
따지고 보면 인류는 지구 역사 약 46억 년에서 약 25만 년 전에 나타난 막내와도 같다. 최 원장은 다윈의 등장은 그 전까지 ‘인간만’이라는 이원론적 생각을 펼치던 종교인 혹은 철학자들의 전제를 무너뜨렸다고 한다. 다윈은 생명의 일원성을 주장했다. 그로 인해 지구에서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되고 우리들은 겸허해질 수 있다.
자연계에는 한 속(genus)에만도 많은 종(species)이 존재하지만, ‘Homo-’ 속(genus)에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한 종만 남아 있다. 인간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지구 내에서 여러 종들을 빠르게 멸종시키며 자연계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독점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 현생 인류와 함께 어울려 살던 친척 종인 네안데르탈인마저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리친 것과 같다. 최 원장은 인간이 지구 역사에서 25만 년을 살아왔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과 같은 25만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강연을 마무리 하며 최 원장은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누군가를 잘 모른다는 의미”라며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연을 충분히 알게 된다면 함부로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패널로는 과학저술가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SETI KOREA 조직위원회 사무국장과 김성희 학생(성문고 2)이 참여해 강연소감과 질문을 공유했다. 이명현 씨는 천문학자는 세계를 열린 것으로 보지만 기상학자는 지구를 닫힌 완전체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최 원장은 생명은 시스템과 같이, 규정할 수 있는 막으로 덮여 있어야 설명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성희 학생은 유전자 속성상 자기 복제를 하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 최 원장은 복제 물질이 탄생한 건 자연 선택에 의해 살아남은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청중에서 의식에 대해 물었고, 최 원장은 의식 역시 진화의 산물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최 원장은 강연이나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 인간이 학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처럼 현명한지 돌아봐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말대로 다른 생물종과 공생하는 인간인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자 숙제처럼 우리에게 남아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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