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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갈매기 인공번식 세계 최초 성공
검은갈매기 인공번식 세계 최초 성공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6.0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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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의 신선한 도전
▲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생태계의 복원과 황새의 복원을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됐다.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 황새의 복원과 보전 및 야생 복귀를 위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에 약 2만여마리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 2급보호조다. 이들은 조류 도요목 갈매기과로 머리부분이 검고 눈가에 흰고리가 있어 조류의 ‘팬더’라고 불린다.

중국 북동부 황하강 삼각주 일대와 한국의 서해 송도 매립지에만 번식하고, 6월 번식이 끝나면 일본으로 남하했다가 이듬해 4월 번식지로 이동한다. 그러나 매립지 개발로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검은머리갈매기가 절멸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를 송도 갯벌에 건설하기로 해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의 최대위기로 떠올랐다. 매립지 개발 등의 이유로 2000년대 초 국내에 1천여마리 이상 서식했던 검은머리갈매기는 현재 약 100여마리 정도만 남아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은 지난 4~5월 실시한 번식지 조사에서 까치, 너구리 등이 검은머리갈매기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포식자들이 검은머리갈매기 알과 새끼들을 포획해 20여쌍 정도만 번식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절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장래는 우리나라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가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처음으로 검은머리갈매기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검은머리갈매기 15마리 중 1쌍이 2개의 알을 낳았고 지난달 27일 부화한 것이다. 특히 이들의 인공번식은 세계 최초로 이뤄진 것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머리갈매기의 개체수를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를 주도한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한국교원대)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공번식 연구에 몰두해 검은머리갈매기 40개의 알을 부화시켰다. 그러나 부화한 개체들이 우리나라 내륙의 뜨거운 열기에 견디지 못하고 80% 이상이 피부에 진물이 나는 병으로 폐사했다. 박 원장은 “처음에는 바이러스 병원균에 감염된 줄 알았다. 여러 수의사에 의견을 구한 끝에 열 때문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저온 사육동을 만들어 검은머리갈매기의 사육에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인공번식의 주요한 요인은 저온유지였다. 박 원장은 “검은머리갈매기는 온도에 민감하다. 섭씨 30도 넘는 온도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번식이 끝나면 열기를 피해 바닷가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대는 30도 이상의 야외에서는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결과로 밝혀냈다. 번식이 끝난 검은머리갈매기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뜨거운 내륙에서 서늘한 바닷가로 이동한다. 이러한 서식특성이 그동안 검은머리갈매기 인공번식에 장애물로 작용됐던 것이다.

고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 2012년 검은머리갈매기 15개 알을 부화시켜 6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섭씨 20도의 냉방에서 사육했다. 이들 중 한 쌍이 지난달 인공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태어난 검은머리갈매기는 어미와 함께 오는 6월 중순 이후부터 냉방 사육실로 옮겨지게 된다.

박 원장은 인공번식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대체 서식지 마련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인공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09년 송도에 검은머리갈매기 대체 번식지 인공섬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인천시는 “서식지를 조성한다 해도 검은머리갈매기가 이곳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체 번식지인 에코리움을 제안할 계획이다. 에코리움은 냉방실을 갖춘 돔형태의 조류 인공사육시설이다.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인 송도 갯벌에 인공 조류장인 에코리움을 연결해 번식을 끝낸 새들을 이동시켜 개체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박 원장은 “개체수가 늘어나면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은 물론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인공증식도 중요하지만 야생 서식지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식지인 갯벌이 망가지면 인공증식한 이들을 방생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화정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관 연구사는 “송도에 조금 남은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마저 사라지고 있다. 인공번식은 멸종위기에 처한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신호다. 다만 서식지 보호도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 서식지가 없다면 인공증식은 무의미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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