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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호 새로나온 책
제78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6.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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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이 가보고 싶어한 답사 일번지는 어디였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는 문득 무릉도원을 떠올렸다. 무릉도원은 갈등이 없는 이상향이다. 이상향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樂土로 유토피아의 세계다.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며,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청정구역이며, 산수가 빼어나고 기이한 절경이 많은 명승지다. 이런 곳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답사일번지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무릉도원이 현실세계에 있는 것일까? …… 조선시대 선비들이 무릉도원처럼 이상향으로 여긴 곳이 바로 경상도 安義三洞이다.

-최석기 경상대 교수『, 조선 선비들의 답사일번지』(경상대출판부, 2015.5) 중에서

■ 서비스 이코노미: 한국의 군사주의·성 노동·이주노동, 이진경 지음, 나병철 옮김, 소명출판, 423쪽, 28,000원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이진경 교수의 한국문학 연구서를 번역한 책이다. 이진경은‘죽음정치적 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한국의 개발의 역사를 전복적으로 다시 쓰면서, 그 시대의 문학작품들에서 대안적인 서사를 탐색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 경제성장의‘기적의 과정’을 산업적·군사적 프롤레타리아화와 성적 프롤레타리아화의 세계적·지역적 표현으로 재상상하고 있는 점이다. 즉 한국개발의 역사를 미국의 지구적 팽창의 필수 요소로 봄으로써 항상 군사주의와 경제개발이 서로 연결된 트랜스내셔널한 기획 아래 놓고 왔음을 말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그런 복합적인 관계들을 밝히기 위해 산업노동을 관통하는‘주변화된 노동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변화된 노동들이란 군사 노동, 성 노동, 군대 성노동, 이주노동을 말한다. 저자는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다루면서 군사 노동과 성 노동, 군대 성 노동이 어떻게 초국가적 맥락에 얽혀진 복합적 이데올로기들을 횡단하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주), 400쪽, 16,500원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인구 구조의 직사각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50세 인구와 5세 인구가 비슷하며, 30년 후에는 80세 이상 인구와 5세 이하 인구가 맞먹을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한다. 이를 성취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이상국 옮김, 삼천리, 704쪽, 35,000원

‘조미아’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에서 중국 남부의 윈난, 구이저우, 광시, 쓰촨 성, 인도 동북부에 걸쳐 있는 해발 300미터이상의 고원 지대를 가리킨다. 세계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산악지대가‘조미아’라는 이름을 얻어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소수종족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야만과 미개의 모습으로 규정된 소수민족의 탈주와 도피 문화는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전략이 됐다. 그러나 예일대 정치학과와 인류학과, 그리고 삼림ㆍ환경 전공 스털링 석좌교수로 있는 저자는“산악민들을 지난 2천 년 동안 노예제와 징병, 과세, 부역, 질병, 전쟁 등 평지의 국가 만들기 과업의 폭정에서 달아난 탈주자, 도피자, 도망노예들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을 파쇄 지대 또는 탈주지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도발인 주장을 펼친다.

■ 한대 경학의 발전과 사회 변화, 순샤오 지음, 김경호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584쪽, 26,000원

저자는 이 책에서 겱漢경학 이론의 변천, 양한 사회의 이중적 구조와 양한 경학의 이중적 특징과의 관계, 양한 경학문화의 전통 고찰을 통한 先秦주요 諸子學說과 경학문화의 연원, 한대 정치제도와 사회질서에 끼친 경학의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해부함으로써, 漢代에 經學이라는 학문이 당대 사회의 다양한 사조의 집산지였음을 꼼꼼히 밝혀내고 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연구소에서 꾸준히 펴내고 있는 동아시아자료총서의 열두 번째 책으로, 동아시아 고대 역사·문화 분야에서 출토자료들을 통한 실증적인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김경호 교수가 상세하고 친절한 역주와 함께 풍부한 번역을 꾀했다. 한대 경학은 신성화·참위화·음양오행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선진시기의 유학과는 달리 더욱 강렬한 목적성, 즉 경학으로써 사회를 통치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3~4장에 잘 나타나 있다.

■ 현대 중국의 사회계층, 양지성 지음, 박종연·이웅길 옮김, 연암서가, 744쪽, 25,000원

30여 년의 개혁을 거치며, 중국은 경제체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도 바뀌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사회구조를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서, 산업구조도 심각한 변화가 생겼고, 도시화 수준 또한 크게 제고됐다. 제도의 변혁과 산업구조의 개선·도시화는 반드시 사회계층의 분화와 재편을 가져온다. 이 책에서는 바로 제도의 변혁과 산업구조의 개선·도시화의 거대한 배경 하에, 중국 사회 각 계층의 개혁 전후의 변화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소개했다. 이 책은 각 계층의 횡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개혁 후 30년의 중국 사회 변천을 분석했다. 사회학 영역의 성과를 많이 반영했지만, 어떤 사회학 가설에 대한 논증이 아니라, 현실적 자료로 개혁 전후의 중국 사회계층의 변화를 분석하고, 현재 중국의 사회계층의 상황을 명백히 밝히고자 했다.

■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수립, 김행선 지음, 도서출판 선인, 291쪽, 18,000원

제5공화국 통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전두환 정권을 창출하는 모태가 되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와 국가보위입법회의(입법회의)에 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며, 제대로 된 연구 논문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홍보용 연구가 있지만, 객관성을 잃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전두환 정권 수립의 바탕이 된 국보위와 입법회의를 최초로 객관적으로 조명한 의미를 갖게 된다. 저자는 이 국보위와 입법회의에 의해 제출된 제반 정책이나 법률들은“물리적 억압과 정치적 배제가 여전히 주요한 정책방향이었으며, 체제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제반 정책은 지배구조의 제반 정책이 장기적 발전전망이나 한국사회의 거시적 조망에 근거하지 못한 채 정권안보적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그리고 응급처치식으로 시행돼 왔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1980년대 한국사회 지배구조 및 정치체제의 본질을 분석해내는 징검다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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