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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동물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6.0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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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3. 동물의 권리

 

▲ 미국에선 동물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인식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 출처 = <라이브사이언스닷컴> Flickr/Valentina Storti
최근 1년 간 약 600마리의 길고양이를 유인해 죽이고 건강원에 팔아넘긴 남자에 관한 기사가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몇 년 전에는 일부러 고양이를 개들에게 물려죽도록 하는 끔찍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국에선 지난달 6일~10일 동물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동물을 위한 평등한 권리를 지지하다(Many Americans Support Equal Rights for Animals)’를 22일 소개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거의 3분의 1이 동물은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인식했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의식
갤럽은 미국 전역에 걸쳐 1천 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중 대략 절반은 동물 보호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반은 여러 가정 하에 동물의 대우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샘플링 오차범위는 5%다. 그 결과 3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동물과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지지했다. 이는 2008년 25%보다 7% 가량 늘어난 수치다.
62%는 동물들이 위해와 착취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는 동물이 위해와 착취로부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단지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는 2015년 조사 결과 지난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여성과 남성들은 각각 35%에서 42%로, 14%에서 22%로 동물의 평등한 권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는 그의 저서 『동물해방』(연암서가, 2012, 이하 관련 내용 참조)은 동물의 권리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동안 대규모의 제도화된 동물학대가 계속 이어진 이유로 사람들이 동물에게 무관심해서라기보다는 동물이 처해있는 상황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피터 싱어는 밝혔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여러 언론에서 동물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무지는 없어지고 있다. 해양생물과 농장동물들에 대한 문제점을 밝힌 건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쉬」(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감독, 2013)나 「푸드 주식회사」(로버트 컨너 감독, 2008)가 진실을 드러내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대중들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독일의 집약식 축산에 반대하는 베른하르트 그르지멕(Bernhard Grzimer) 박사는 사회심리학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한다. 사람들은 책임감이 동반되는 어떤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잔인한 축산방식에 대한 독일인들의 무지는 사람들의 무능력보다는 이 같은 심리학적 욕구에 기반 한다.
오늘날 인간들에게 학대받는 동물의 대다수는 가축이다. 다행히 스위스에서 1991년 말부터 배터리 닭장에서 산란닭을 사육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긴다. 이 개혁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고, 2012년에 유럽연합은 암탉들에게 표준 철망우리 대신 넓은 공간과 올라갈 수 있는 횃대 그리고 계란을 낳을 수 있는 둥지를 마련하도록 제시했다. 또한 송아지용 굽은 우리도 유럽연합 전역과 영국에서 금지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번식용 암퇘지를 임신 첫 4개월을 빼고 나머지 기간 동안 개별 우리에 감금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이와 같은 변화들을 따르려고 노력 중이다.


현실에선 다양한 동물학대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모피 얻기 위해 밍크, 여우 등을 사육하는 것 △스포츠를 즐기는 방편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것 △흔히 그들의 어미를 죽인 후 새끼동물을 사로잡아 사람들이 구경하도록 좁은 우리에 가두어 놓는 것 △서커스에서의 묘기를 습득시키고자 동물들을 고문하는 것 △터지는 작살을 쏘아 고래를 도살하는 것 △참치 어선이 쳐 놓은 그물로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익사되는 것 △호주의 오지에서 가죽과 사료를 얻기 위해 매년 300만 마리의 캥거루를 죽이는 것 △인간의 영역 확대와 그 속의 오염물질을 온 세상으로 확산시켜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 따위가 있다.


갤럽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물의 대우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지는 알아봤다. 응답자의 약 33%는 실험동물사용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답했다. 21%는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서커스 동물들(경쟁이 심한 동물 스포츠나 콘테스트 혹은 실험)에 대해 다소 우려를 드러냈다. 그리고 응답자의 46%는 애완동물의 대우에 대해서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야만성의 척도
현재 애완동물들의 대우에 대한 우려는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the 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같은 조직을 만들어 동물들에 대한 잔혹한 행위를 멈추자는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법적에선 침팬지가 지닌 인간적 특성(personhood)을 고려해 동물권리를 주창하는 사례가 있었다. ‘동물들을 위한 권리 찾기 프로젝트(The Nonhuman Rights Project)’는 인신 보호 영장을 주장했다. 이는 북부 뉴욕에서 우리에 갇혀 있던 토미라는 애완 침팬지를 풀어줘야 한다는 법적 명령이다. 즉, 불필요한 구금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야만성에는 관대하면서 다른 동물들의 야만성은 과장해왔다. 먹기 위해 죽이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운동 삼아, 호기심에, 몸을 치장하기 위해,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죽인다. 인간들이 말하는 동물 평등에의 요구가 외모, 의사소통 능력, 공감 능력과 같은 인간 존재의 실질적인 평등에 기초하고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동물의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 그렇다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동물들은 스스로 해방을 요구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에 인간이 나서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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