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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새로운 패러다임 키워드로 제안 … 표준화된 연구 모듈도 탐색
‘창조’를 새로운 패러다임 키워드로 제안 … 표준화된 연구 모듈도 탐색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6.0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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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회 ‘광복 70년, 통일과 창조를 위한 한국어문학’ 국제학술대회 개최


국내는 물론 해외 연구단체들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학문적 동종교배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표준화된 국어국문학 연구 모듈을 탐색하는 일도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연 중요한 목적이다.

국어국문학회 2015년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5월 30일부터 이틀간 고려대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를 마친뒤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국어국문학회

지난달 30일(토) 이른 시간인 오전 9시 30분부터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관, 문과대학(서관) 세 곳에서 국어국문학회(대표이사 남기탁, 강원대 교수) 2015년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국제학술대회는 이튿날인 일요일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주제는 ‘광복 70년, 통일과 창조를 위한 한국어문학’이었다. 국어국문학회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고려대 BK21플러스 한국어문학 미래인재육성사업단(단장 최호철)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눈에 띄는 특징은 ‘광복 70년’, ‘한국어문학’, ‘국제학술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국어국문학회가 특정 대학 사업단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연 것은 ‘사업단’이 탐색하는 주제와 국어국문학회의 방향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 가지 특징 즉, ‘광복 70년’은 올해 광복 70년을 맞아 국어국문학 연구의 질적 변화를 위한 외연 확장이 학회 내부에서 요청됐다는 것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어국문학’이란 용어 대신 ‘한국어문학’이란 글로벌 시대의 인문지리학적 용어를 내세운 것,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통일’과 ‘창조’를 내용적 측면에서 확장하기 위해 이를 ‘국제무대’로 내세운 점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다.

 


국어국문학회는 지난해 5월 ‘통일시대의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과 국어국문학 연구’를 주제로, 11월에는 ‘국어국문학의 창조적 융합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전국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니까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2014년의 문제의식인 ‘통일’과 ‘창조’를 ‘국어국문학’의 지평 위에서 모색하는 대신, 글로벌 지식시장으로 확대해 ‘한국어문학’이라는 확장된 틀로 접근한 국어국문학회 최초의 사건을 만들어낸 셈이다. 남기탁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번 학술대회는 학계에 만연한 그릇된 국제학술대회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모범적인 학술대회의 전범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아울러 광복 70년을 맞이해 그동안 국내외에서 축적한 국어국문학 학문적 성과를 정리하고 생산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외 국어국문학자들의 중지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해외 연구단체들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학문적 동종교배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준화된 국어국문학 연구 모듈을 탐색하는 일도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연 중요한 목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국어국문학회가 말하는 ‘창조’ 개념이다. 남기탁 대표이사는 “국어국문학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할 분야는 ‘창조’와 관련된 분야다. 이 경우 대부분 외국문학을 전공한 학자들이나, 외국문학을 전공한 국문학자들에 의해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원론적 언급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성과를 학문적으로 검증해 국어국문학의 유산을 풍부히 하는 일은 물론, 창조 내지 창조 미학적 시각에서 국문학의 개별성 및 보편성을 규명하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이 방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계기와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말한다.

한국어문학의 ‘창조 미학적 접근’
그러니까 국어국문학회가 제시한 ‘창조’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성과를 학문적으로 검증해 국어국문학의 유산을 풍부히 하는 일’과, ‘창조 미학적 시각에서 국문학의 개별성 및 보편성을 탐색하는 연구’가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국제학술대회 발표 면면을 보면 전자는 앞으로의 희망사항일 뿐, 국문학의 개별성 및 보편성 규명 쪽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회가 ‘창조’를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성과 검증으로 설명한다면, 이와 관련 국내 문학사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비주류 작가들의 재발견과 복원 등의 노력도 분명 필요한데, 이러한 작업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검증 못지않게, 이 나라 문학에 삶의 굴곡과 주름을 새겨 넣었던 문학사의 구성원들까지 복원해낼 때, 창조적 미학은 그 해석지평을 한 계단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날 진행된 주제토론. 이날 학술대회의 핵심을 짚은 자리였다.

학술대회는 첫날 기조강연을 화두로 기획 및 주제발표와 분과별 연구발표가 이어졌고, 둘째 날에는 주제토론과 특별강연, 분과별 연구 발표가 있었다. 논문 발표자만 40여명에 이르며, 여기에 주제토론(5명), 특별강연도 덧붙여진다. ‘국제학술대회’를 표방한 탓인지 묘춘매(북경외대), 이여추(북경사범대), 세리카와 데쓰요(니쇼카구샤대), 이카라시 고이치(도쿄외대), 구리예바 아나스타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대), 응웬 티 히엔(호치민대), 에바 라티파(인도네시아국립대) 등 러시아,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학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광복 70년’의 의미는 첫째 날 기획 및 주제발표 시간에 논구됐다. 「광복 70년, 국어학의 여정과 통일 좌표」(홍종선, 고려대), 「광복 70년, 통일 시대를 위한 고전문학」(윤재민, 고려대), 「광복 70년, 현대문학 연구의 성과와 과제」(이숭원, 서울여대), 「광복 70년, 국어교육의 응전과 통일시대의 과제」(이삼형, 한양대)로 의미를 엮어내고, 이를 둘째 날 주제토론과 특별강연으로 집중화 한 것은 분명 인상적으로 보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준 자리는 둘째 날의 ‘주제토론’이었지만,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명확히 갈렸다. 전체 논의를 정리하는 자리에 배치했다면 분명 논의의 결산과 종합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부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학회마다 골머리를 앓던 ‘토론 시간 부족’에 허덕이지 않은 것은 장점이지만, 아무래도 이번 학술대회 성격상 전체 논의를 정리, 종합하는 배치가 적절했을 것 같다.

전통 시대 외국어 교수법에서 배우는 지혜
‘광복 70년, 통일과 창조를 위한 한국어문학의 책임’을 주제로 좌장에 정병헌(숙명여대), 토론에 권인한(성균관대), 조광국(아주대), 김경수(서강대), 조현용(경희대) 교수가 머리를 맞댄 ‘주제 토론’은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한국어교육 분야 현안을 짚어낸 자리였다. 특히 권인한은 통일을 대비한 국어학계의 노력으로 한국어문규정(맞춤법, 표준어, 외래어 표기 등) 통일 노력에 대한 연구와, 나아가 통일 문법 제정과 이에 따른 후속 작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점에서 조현용의 지적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실제 북한에서 한국어 교육을 이수한 이들을 연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언어의 이질화 문제를 천착한 후 흥미로운 제안을 내놨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대개 외국이론을 쫓아갔는데, 우리의 전통적 외국어 교수법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통역관 교육에 사용되던 『노걸대』 등의 자료를 보면, 외국이론에 못지않은 창조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언어교육은 ‘세상’을 두루 볼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의 단순한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과 다르다.”
문사철로 표방되는 전통 인문학의 주축에 선 ‘국어국문학회’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드러났듯 빠른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학술 네트워킹을 조정하고, 미래 의제를 학회 차원에서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어국문학’에서 ‘한국어문학’으로의 변화가 학문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와 결실로 이어질지 그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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