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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전에 동물 실험은 과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과학기술 발전에 동물 실험은 과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05.1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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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01. 실험동물

▲ 토끼의 눈으로 실험 및 연구를 진행하는 장면. 사진출처= 실험동물 고발 동영상 유투브 캡처.
“발달하는 기술은 실험에 필요한 동물의 수를 줄이도록 돕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MRC 기능성 유전체 연구소 소장인 케이 데이비스(Kay Davies) 박사가 최근 주장한 말이다. 지난 6일 <네이처>에 「실험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지침(Keep the directive that protects research animals)」이란 칼럼을 실었다.
데이비스 박사는 수년간 듀켄씨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이하 DMD)이라는 질병의 진행 과정을 꼼꼼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DMD를 이해한 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DMD는 X염색체 열성 유전 형식을 취하며 신생남아 3천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한다. 주로 2~5세에 보행장애가 발견되며 진행성 근력 저하를 보이다가 30세 이전에 사망한다. 현재는 효율적인 치료법이 없고 많은 임상 시도가 필요한 상태다.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데이비스는 동물을 실험에 사용해야 했다. 그러면서 실험동물의 윤리를 생각했다.

살아 있는 시약이자 측정기인 ‘실험동물’
인간의 신체에서 세포 계통 분석을 위해서는 동물을 이용해 이론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동물을 이용한 연구 없이는 인간의 건강이 향상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의 『실험동물 관리 지침서』(군자출판사, 2013)에는 실험동물이 ‘동물 실험을 목적으로 사용 또는 사육되는 척추동물’로 정의돼 있다. 실험동물은 사람을 대신하는 일종의 생체 실험계로 ‘살아있는 시약’, ‘살아 있는 측정기’ 등으로 불린다.
문제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자연계는 인간이 진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과학 및 기술의 진전, 소비재의 제조로 매년 1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목숨을 잃는다.
캐서린 그랜트의 저서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2006. 이후 관련 내용 참조)를 보면, 동물 실험의 3분의 2정도가 인간의 건강이나 의약품과는 관련이 없다.
1950년대 제약업과 석유화학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제품의 안전성을 소비자들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동물 실험을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샴푸, 마스카라 등을 생산하기 전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를 하기 위해 토끼의 목을 고정하고 몇 시간 간격으로 토끼의 눈에 화학물질을 주입했다. 토끼는 눈물이 분비되지 않는 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목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엔 동물에게 원료를 시험한 화장품은 수입,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인도, 유럽연합 등 많은 나라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11일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법을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토끼 실험 외에 △원숭이에게 신경가스, 청산가리, 방사능, 총, 미사일을 사용하는 실험 △태어난 지 10일 된 고양이의 눈을 꿰매 뜨지 못하게 한 후 시력 상실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 △쥐의 뇌에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 △어미 뱃속에 있는 돼지의 태아를 죽인 뒤 어미 돼지의 몸에서 나타나는 화학적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 등이 진행됐다. 쥐가 태어나자마자 쥐 앞다리를 절단하고, 그 뒤에 쥐가 계속 몸단장을 하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있었다. 인간의 건강에 직결되지 않는 실험이지만 과거에는 정당화됐다. 다행히 오늘날은 많이 금지하고 있다.

동물윤리를 위해 지켜야 하는 ‘3R’
전 세계에서 연간 약 5억 마리, 우리나라에선 50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되고 있다(201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5월 31일 동물보호법이 제정됐고, 2008년 3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른 모든 연구와 마찬가지로 동물을 이용하는 연구도 여러 사회인들의 합의 없이 진행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5년마다 지역위원회로부터 재검토 받는 중간과정을 거쳐 동물 실험 연구에 필요한 자격을 갱신해왔다. 동물의 복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데이비스 박사팀은 동물을 관리하는 직원들과 만나 어떤 동물실험이 수행됐고, 왜 그것이 수행됐는지를 이야기하며 실험에 쓰이는 동물에 대한 기준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로써 동물을 돌보는 사람은 동물들이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게 됐는지 알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동물들을 보살피는 방법을 조정해 나갔다.


현재 데이비스 박사는 생체해부 금지 유럽시민 발의(Stop Vivisection European Citizens Initiative)를 걱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주축으로 한 이번 발의는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연구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과학에서 사용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의 법률 지침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 발의에는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이 실렸고, 곧 유럽연합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 지침은 다양한 사람들의 오랜 토의를 거쳐 2010년에 제시됐고, 2013년 발효됐다. 지침은 대륙을 가로질러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길 요구했다. 그 결과 연구원들이 의무적으로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을 지키도록 만들었다.
시민들을 포함해 과학계 연구원들이 실험에 동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생각이 기울고 있다. 이는 모든 과학자들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유럽위원회를 포함해서 연구에 자금을 대는 모든 이들은 가능한 적은 수의 동물이 연구에 쓰이길 바라고 있지만, 이들의 바람은 쉽게 이뤄질 수 없다. 왜냐하면 적은 수의 동물로 실험을 하게 될 경우 이들이 너무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샘플의 크기가 너무 작아 실험 결과가 명확하지 못하다면 그 실험뿐 아니라 동물도 그냥 버려지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스 박사는 통계의 관점에서 연구원들이 정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의 동물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 발달할수록 실험동물 사용 줄어든다
데이비스 박사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실험에 필요한 동물의 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데이비스 박사의 실험실에서는 발달된 영상기술을 이용해 쥐에 쓰일 약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먼저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실험 과정과 동물의 사용이 줄었다. 더불어 동물을 해부하는 일 역시 줄었다. 조직 공학(tissue engineering)과 줄기세포 기술, 컴퓨터 모델링 기술의 발달은 동물의 고통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잠재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실제로 독성을 판별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관 테스트는 동물 실험보다 최소 11% 더 정확하다. 여러 기술은 ‘대체 방법 확인을 위한 유럽 센터(European Centre for the Validation of Alternative Methods, ECVAM)’에 추가 의무로 들어갔고, 이를 위해 적어도 동물을 사용했을 때와 동등한 방법일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했다. 1990년 이후 이러한 대체가 30개 이상 증명됐다.

한 예로 드레이즈 테스트는 현재 부화가 덜 된 유정란 이용 테스트로 대체됐다. 연구원들은 동물을 대체하는 테스트 기술이 발달해 가능한 빨리 인간을 치료하길 원하고 있다. 물론 실험으로 ‘사용’되는 동물이 줄어들길 바라는 것이다. 실험동물로 연구결과를 입증하지 않고 바로 약물을 일부 환자에게 적용하고 사용되는 날이 온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데이비스 박사는 법률 지침이 폐지된다면 기초과학과 동물의 복지, 그리고 의료 과정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3R과 동물을 대체한 여러 기술에 들어 있는 과학자들의 생각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다. 많은 동물이 지금도 실험실에서 고통 받고 있다. 실험동물들의 행복을 위해서만큼은 과학보다 기술의 발달이 절실한 때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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