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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갯벌 특별호 국제학술지 나왔다
한국갯벌 특별호 국제학술지 나왔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5.1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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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국립공원 수준으로 강도 높게 보호하자”


▲ 서해안 가로림만 갯벌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국의 갯벌이 해양정책 분야 세계 최고 국제학술지로 평가받는 <Ocean & Coastal Management>(Vol.102PB, 이하 <해양-연안관리>)에 ‘한국갯벌 특별호’로 실려 화제다. 우리나라 갯벌이 세계 5대 갯벌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 고철환 교수
<해양-연안관리> 최근호는 ‘SPECIAL ISSUE: THE KOREAN TIDAL FLAT SYSTEMS: ECOSYSTEM, LAND RECLAMATION AND STRUGGLE FOR PROTECTION’으로 ‘한국갯벌 특별호’를 발간했다. ‘스페셜 이슈 디렉터’ 고철환으로, 모두 19편의 논문을 수록한 것. 함께 참여한 필자들은 왕웨이, 최영래, 최경식, 황진환, 류주형, 박진순, 장창익, 함한희, 홍성진, 김도형, 이창희, 류종성, 박영규, 박태현, 송태수 등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논문 공동 저자와 함께 이번 성과의 디딤돌을 놓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뤘을까. 특별호 주요 내용은 한국갯벌은 유럽의 와덴해 갯벌과 마찬가지로 생태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는 서론, 한국 갯벌생태에 대한 보고(2~13장), 국가 주도 대규모 간척의 진행(14~18장), 결론(19장)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결론에서는, 황해 갯벌 전체(순 갯벌 면적 12만600㎢)가 와덴해 갯벌(4천700㎢)보다 규모다 크다고 지적하면서, 간척 대신 생태계 단위의 보전을 강조했다.


‘한국갯벌 특별호’ 발간 뒤에는 고철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의 오랜 노력이 놓여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고 교수는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고 주장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구체적 작업을 진행해왔다. 90년대 후반 그는 「한국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이다」라는 글을 발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소신을 지켜왔다. 지난 3월 말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한국갯벌 특별호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 내놓은 구호는 ‘갯벌을 국립공원 수준으로 보호하라’였는데, 고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임을 알 수 있다.
고 교수에 따르면, 2010년 10월 <해양-연안관리> 편집인이 먼저 한국갯벌 특별호 편집 발간을 요청해왔다. 이후 우리 측에서 발간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은 후 특별호 발간 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학자들에게 특별호 발간을 알리고 원고를 청탁한 뒤 2013년부터 원고 접수에 나섰다. 리뷰와 함께 초기 투고논문으로 2013년 후반기에 인터넷 판으로 발간하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최종논문의 인터넷 발간을 마쳤다. 인쇄 제본 형태로 학술지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 한국갯벌특별호’에 수록된 한국 갯벌 사진.

그렇다면 ‘한국갯벌 특별호’의 학술적 의의는 어디에 있을까. 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간척의 환경영향-사회영향을 학술적으로, 국제적으로 알린 데 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한국 문제를 국제학술지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별호 발간 요청이 있었던 것은 한국 갯벌의 중요성과 간척 영향 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거듭 ‘한국의 문제만을 중심으로 학술지 특집을 제작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대부분 심포지엄 개최 뒤 논문모음집 형태로 특집을 꾸리는데, 학술지 자체 특집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특집을 발간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한국의 갯벌 연구, 간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의 국내 연구가 축적돼 있음을 말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특집호를 통해 대규모 간척의 중단, 보전 전환, 생태계 단위 보전을 제안한 데 환경적 의의가 있다. 또한 생태계 단위 보전해역의 경계를 제안하고, ‘갯벌바다(Getbol Sea)’ 명칭을 제안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갯벌특별호’로 나온 국제학술지 <해안-연안관리>
고 교수가 말한 생태계 단위 보전 제안은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 ‘보전 제안’은 곧바로 갯벌의 (국립공원 수준) 보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특별호를 통해 현재 소규모로 나눠진 갯벌보호지역을 더 넓게 확장해서 생태계 단위를 보전하자고 제안했다(고철환, 「한국갯벌시스템: 간척에서 보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함」, 고철환 외, 「한국의 갯벌: 물리, 생태 및 관리」). 유럽에서는 와덴해 보전지역으로 갯벌이 영향을 미치는 넓은 해역 모두를 지정하고 있다. 이점에서 한국 역시 보전지역을 넓혀야 한다. 수로, 인근 해역을 포함, 생태계 단위, 즉 생태계의 여러 요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단위로 확대 지정해야 한다는 게 고 교수의 생각인데, 그는 이를 현재 환경관리해역의 경계에서 갯벌보전해역의 경계로 제안한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갯벌바다’라고 부를 것도 제안했다. 고 교수는 “광범위한 경계선은 현재 7개 보호구역제도를 모두 포괄하는 효과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갯벌보호지역을 확대하면, 이의 지속적 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그래서 갯벌의 국립공원 수준 보호가 제기되는 것이다. 중요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강도 높게 보호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남아 있는 갯벌에서 특히 중요한 곳은 강화남단 갯벌, 서천 갯벌, 곰소만 갯벌, 신안 갯벌 등이다. 고 교수는 “중요 갯벌을 순차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강도 높게 보전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현재 다도해, 태안반도 등 해상-해안국립공원이 있지만, 이들 해상-해안국립공원은 육지부를 보전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해안선 근처의 연안만을 형식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덴마크 등은 모두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황해 갯벌의 연계성 강화를 주장한 부분이다. 고 교수는 “순수 갯벌 면적으로는 와덴해 갯벌을 능가하는 황해 갯벌은, 한국 서해 갯벌뿐만 아니라 북한의 갯벌, 중국의 발해, 황해 갯벌을 하나의 단위로 간주해 보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국가별로 보전과 개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국제연대 등을 통한 보전운동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럽 와덴해 갯벌은 철새를 중요하게 취급하지만, 황해 갯벌은 인근 주민의 생계형 갯벌이어서 더욱 보전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제학술지 <해안-연안관리>의 ‘한국갯벌 특별호’를 계기로, 갯벌을 국립공원 수준으로 강도 높게 보호하자는 고 교수와 환동운동연합 바다위원회의 제안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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