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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9호 새로나온 책
제 77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5.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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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여 년 전과 오늘의 상황을 여전히 관통하고 있는 진실이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는 나라는 다른 나라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섣부르게 다른 나라에 의지해 자신을 지키려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나라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일 뿐이기 때문이다. 백여 년 전의 역사는 타국이 넘보지 못하도록 스스로의 힘을 키우면서, 주체적인 입장에서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개척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 박찬승 한양대 교수「, 시모노세키 조약 12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와 현실> 제95호(한국역사연구회, 2015.3) 중에서

■ 고려나전향상과 동아시아 칠기-AMI 학술총서, AMI 아시아뮤지엄연구소 편, 한국미술연구소(CAS), 396쪽, 30,000원

12세기 고려시대의 유물로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나전칠기 ‘포류수금문나전향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다. ‘고려나전향상’은 향을 담았던 나전칠기 상자로 그동안 박물관에 수장된 채 지금까지 공개된 바 없는 희귀한 유물이다. 구체적으로는‘나전향상’의 재질, 제작기법, 문양, 향과 향구 등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더불어 복제와 변형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상세히 규명했다. 또한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와 토론을 통해 일본과 중국의 전통 칠공예품과 비교 고찰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큰 맥락에서 칠공예품의 역사와 현황을 파악하도록 했다.

 

 

■ 사라진 여진 문자: 여진문자의 제작에 관한 연구, 야마지 히로아키 지음, 이상규·이순형 옮김, 도서출판 경진, 808쪽, 45,000원

우리와 피를 함께 나누며 뒤섞여 살았던 여진어에 관심의 불을 당겨준 것은 병와 이형상의 字學자료를 활용한 이기문 교수의 구국소서에 관한 연구와 퉁구스 비교언어학적 연구 성과인 이기문 교수의 중세 여진어 음운론 연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여진역어에 나타나는 여진어와 만주 퉁구스 여러 방언의 비교를 통한 연구 성과다. 책을 옮김 이상규 경북대 교수(전 국립국어원장)은“최근 중국 사료인 금사와 요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료를 읽으면서 여진 지역의 지명이나 인명이 중국식 표현으로 그대로 음차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각종 역사서들을 보면서 이들의 정확한 음차 표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언어의 계통은 다르지만 한자 문화권 내에서 한자음이 퉁구스계의 언어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라는 관심에서 여진어에 대한 문자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책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 이토 히로부미와 대한제국, 상일 지음, 까치, 460쪽, 30,000원

일본의 대한제국 보호국화와 이토의 통감지배를 미화하고 병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는 기록들이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위한 기록의 역사임을 샅샅이 증명하는 책. 이러한 기록들(일본정부의 공식 문서들)을 근거로 한 이토의 보호통치는 끝까지 한국병탄을 의도하지 않았고, 그가 통감으로 실시한 지배정책을‘자치육성정책’으로, 또는 그를‘문명의 사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지배는 메이지 일본이 들어서면서부터 내세운 가장 중요한‘國是’의 하나였고, 두 번의 전쟁을 치른 것도 결국 그 국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이토 히로부미의 전 생애를 낱낱이 해부하고, 그의 탄생에서 죽음에까지 이르는 시기 동안의 일본과 조선, 이후 대한제국과의 관계를 샅샅이 살폈다. 국민대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의 오랜 학문적 관심이, 이토 히로부미의 실체를 파악하는 결실로 이어진 책이기도 하다.

■ 존 로크의 정치사상, 송규범 지음, 아카넷, 468쪽, 25,000원

로크가 활동하던 17세기 말엽은 근대 주권국가가 빠르게 확립돼 가던 시기였다. 국가는 관습에 의해 부과된 많은 제약과 여러 지역적 및 공동체적 특권의 제약에서 해방됐다. 그것은 봉건국가의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 이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이 되고 있었다. 로크는 이 리바이어던 앞에 서게 된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국가는 얼마만큼의 복종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으며, 또한 국민은 얼마만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에 대해 가지는가? 이것이 바로 로크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였다. 그런데 이것은 또한 정치사상으로서의 자유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이기도 한 것이어서, 로크가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곧 자유주의의 기초를 놓는 일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로크의 정치사상을『정부론』을 중심으로 읽어냈다.『 정부론』은 서양 자유주의 정치사상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되지만 국내에서는 로크의 정치사상도, 『정부론』도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듯하다. 로크의 정치사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공백을 메워 보려는 시도로서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제1부는『정부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 이 저술을 둘러싼 역사적 혹은 정치적 상황을 검토한 것이고, 제2부는『정부론』을 주로「제2론」을 중심으로 분석한 것이다.

■ 지성인 알베르 카뮈: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 이기언 지음, 울력, 368쪽, 18,000원

저자는 카뮈의 삶을 세 시기로 나눠 보여 준다. 제1기는 1913년 탄생에서 1942년까지, 제2기는 1942년에서 1952년까지, 그리고 제3기는 1952년부터 1960년 사망할 때까지다. 1942년은 카뮈가 알제리 시절을 마감하고 프랑스 본토에 상륙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해이며, 또한 대표작인 『이방인』의 출간과 더불어 일약 파리 지성계의 총아로 떠오른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1952년은 흔히『반항인』사건이라 불리는 사르트르와의 논쟁이 벌어진 해로, 이 사건 이후 카뮈는 프랑스 지성계에서 오랫동안 고립당한 채로 이른바‘사막 횡단’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러한 시기 구분은 카뮈 자신이 구상했던 작품 세계의 세 시기와도 일치한다. 이 책은 이러한 시기 구분에 따라 인간 카뮈의 삶을 조명하면서, 작품과 사상의 관련성을 짚어내고 있다.

■ 정치: 운명을 거스르는 이론, 로베르토 M. 웅거 지음, 추이 즈위안 엮음, 김정오 옮김, 창비, 744쪽, 40,000원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로베르토 M. 웅거의 핵심 저작으로, 한국에선 처음 선보인 책이다. 웅거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미국 법학계에서 1970년대 진보적인 법학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등 사회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급진적인 사회이론을 전개한 석학이다. 나아가 그는 이론을 현실정치에서 구현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실천가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오바마의 하버드 시절 스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브라질 룰라 정부의 전략기획장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정치』는 그러한 웅거 사회이론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정치·경제·법 등 사회과학의 갖은 범주를 넘나들며‘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을 들려준다. 이번 한국어판은 1987년 삼부작으로 출간됐던 텍스트를 중국 신좌파 이론가 추이 즈위안이 한 권으로 엮고 서문을 덧붙여 펴낸『정치: 핵심 텍스트, 운명을 거스르는 이론』(1997)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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