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2:50 (목)
●기획칼럼 : 사학의 공공성을 말한다 1
●기획칼럼 : 사학의 공공성을 말한다 1
  • 교수신문
  • 승인 2002.1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11-09 14:03:39
주경복 / 전국 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 상임회장

우리 나라 대학의 83%가 사립대학이다. 이들은 국가의 고등교육 체계 전체를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사립대학의 공공성과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합당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를 교육분야에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사사로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악법으로 꼽히는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를 공공의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영리업체처럼 단순 수직구조로 규정해 법인과 대학당국에 권한을 편중시키고 있다.

교수의 공공적 기능을 무시하고, 단순한 고용인의 지위로 전락시켜 버렸다. 교육주체로서 결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학교의 의사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며 교권을 수호하기 위한 교수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많은 교수들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지 못해 ‘파리 목숨’처럼 해직과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터에, 그 원인을 제공하는 사립학교법의 합리적 개정은 외면한 채, 한 술 더 떠서 2002년부터 계약·연봉제를 시작해 더욱 옥죄고 있다. 교수노조와 같은 대응기구를 합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 개개인이 기존의 정년과 보수를 대부분 포기한 채 학교나 법인 당국과 수시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교육시장 개방까지 발벗고 나서서 교육적 토대를 뒤흔들고 있다. 대학진학생수가 감소하는 시점에서 국내 대학의 교육내실화는 내팽개치고 외국 대학들에게 학교의 설립에서 학사, 인사, 재정까지 모든 권한에 파격적인 특혜를 주면서 마구 끌어들이려고 입법예고를 한 상태이다. 정부의 즉흥적 정책에 따라 대학들은 뚜렷한 방향설정 없이 우왕좌왕 표류하며 여러 가지 부조리를 양산하고, 그런 와중에서 가장 시달리는 것은 교수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교수는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무능력자들’, ‘밥값도 못하면서 밥그릇이나 챙기려고 발버둥치는 한심하고 골치 아픈 사람들’ 취급을 받기 일쑤다.

교수의 권위가 추락하고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는 데는 스스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앞질러 미래를 준비하며 교육적 또는 학문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합리적인 의사를 결집해내고 함께 권익을 지켜나가는 창조적 ‘연대’가 부재했던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반목하고 분열함으로써 학교, 법인, 정부의 간섭과 통제와 탄압 앞에서 무력했다. 동물농장의 짐승들처럼 일시적으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굴레로 옥죄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고, 동지를 적으로 돌리곤 했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립대학 교수들을 대표하는 전국 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의 사명과 역할이 기대된다. 사립대학의 교수들이 개인이나 개별대학에 흩어져 고립되지 않고, 일반의지를 여과해 결집된 힘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타개하고 교권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사교련과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 사교련은 1988년 9월 3일 창립 이래 열네 돌을 넘기며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교권수호와 대학의 민주화 그리고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꾸준히 토대를 쌓으며 뿌리를 내려왔다. 21세기를 맞아 이제는 도약의 시대를 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수사회의 건전한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인 비전을 수립하면서 공공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참다운 대학을 세우고, 보람 가운데 연구하고 가르치며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이루어나가고자 사교련은 지금 조직과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면서 교수 개인과 각 대학 교수협의회의 효율적 연대 속에 많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호응과 참여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