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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후반 광배 발견 … 고대불교조각사 수정 필요하다
5세기 후반 광배 발견 … 고대불교조각사 수정 필요하다
  • 김대환 문화재평론가
  • 승인 2015.04.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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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文響_ (5)고구려 태화9년명 비천무늬 금동광배(高句麗太和九年銘飛天文金銅光背)

▲ 사진1.고구려태화9년명비천무늬금동광배

이 광배가 중요한 것은 광배의 명문에 절대연대가 새겨져있어서 그동안 추측만으로 설정했던 고구려불상의 造成年代를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의 法隆寺 寶物館 2층 전시실에는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우리나라 삼국시대 金銅光背가 전시돼 있다. 본래 三尊佛像의 光背인데 삼존불상은 모두 결실되고 광배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이 유물의 학술적 가치와 예술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필자는 여러 차례 이 불상광배를 實見하면서도 彫刻의 양식만으로는 우리나라 유물인지 중국이나 일본 유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광배 주위에 14像의 奏樂飛天像을 화려하게 透刻形式으로 조각을 했는데 이런 경우는 오히려 중국에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연구자들이 이 광배를 일본 제작이나 한국의 삼국시대 유물로 판단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 조사하던 중 광배뒷면의 銘文을 확인하고 나서야 중국유물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광배 뒷면에는 7행 59자의 명문이 새겨져있는데 상당수 漢字의 書體가 당시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異體字로 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소장된 명문이 있는 고구려 금동불상이나 금동광배와 같은 계열의 서체로 연가7년명금동여래입상(延嘉七年銘金銅如來立像, 국보 제11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건흥5년명금동석가삼존불광배(建興五年銘金銅釋迦三尊佛光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신묘명삼존불입상(金銅辛卯銘三尊佛立像, 국보 제85호, 호암미술관 소장)의 銘文書體와 유사하며 북한의 영강7년명금동광배(永康七年銘金銅光背)의 명문서체와도 유사하다. 이러한 공통점은 법륭사 보물관에 전시된 갑인명금동광배(甲寅銘金銅光背, 일본 중요문화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도 비슷한 시기의 고구려에서 제작된 광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법륭사 보물관의 금동광배와 같은 양식으로 奏樂飛天像이 광배주위를 透刻形式으로 둘러싼 형태의 유물은 국내에서는 알려진바 없어서 書體의 유사성만으로 고구려유물로 단정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 사진2.금동광배의 뒷면

이런 와중에 일제강점기에 평양부근에서 출토돼 전해오는 국내 개인소장가의 ‘太和九年銘飛天文金銅光背’를 조사하는 기회가 있었다(사진1·2). 이 광배는 높이 15cm로 아담한 크기의 金銅光背로 가운데 頭光과 身光을 갖춘 擧身光背를 중심으로 중간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무늬와 외곽의 주악비천상, 광배뒷면의 명문 5행 39자로 모두 네 부분으로 정리된다. 광배의 두광에는 연꽃을 배치했으며 그 둘레로 넝쿨무늬를 돌렸다. 신광은 삼단의 세로줄로 표현했고 불상을 끼워 고정시켰던 사각구멍이 세로로 뚫려있다. 광배 다음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무늬는 광배를 감싸고 있으며 化佛은 없다. 외곽의 주악비천상은 透刻形式으로 꽃무늬와 번갈아 5像을 배치했고 뒷면의 銘文은 고구려 장수왕 73년인 서기 485년에 佛像 1軀를 조성해 부모의 공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사진3).


▲ 사진3.금동광배 뒷면의 명문
화려한 옷자락을 휘감고 악기를 연주하는 飛天像의 생동감과 하늘에 떠있는 꽃들이 天上의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무늬와 함께 거침없는 彫刻術은 비록 본존불은 없어지고 광배만 남은 작은 유물이지만 강건한 고구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사진4). 아울러 이 주악비천상 광배의 제작기법과 양식이 일본 법륭사 보물관에 전시중인 ‘갑인명금동광배’(사진5)와 일치한다. 즉, ‘갑인명금동광배’와 ‘태화9년명비천무늬금동광배’는 서로가 고구려 유물의 證據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의 금동불상이나 금동광배에 명문이 있는 遺物은 일본에 1점, 북한에 1점을 포함해 모두 5점이었으며 새로 조사한 ‘태화9년명비천무늬금동광배’를 포함해도 6점에 불과하다. 이 유물들의 공통점은 고구려인들이 銘文을 새겨 넣을 때 그들의 年號나 干支를 문장의 머리 부분에 명확하게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古代社會에서 제작된 작은 기물에도 제작시기를 표기했다는 것은 당시 고구려의 수준 높은 기록문화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제작시기를 기록해 놓은 고구려의 年號나 干支는 있지만, 그 연호를 확인할 자료가 모두 소실돼 後世의 연구자들이 정확하게 그 제작년도를 밝힐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혀 있었다( 延嘉七年…, 建興五年…, 永康七年…, 景四年…. 고구려의 독자적 연호로 추정되지만 확인할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다만 조각기법과 양식, 불교의 전래년도, 표기된 간지 등을 엮어서 제작시기를 추정하다보니 연구자마다 異見이 생기고 유물제작시기가 다르게 설정될 수밖에 없었다.

▲ 사진4. 주악비천상의 확대부분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조사한 ‘太和九年銘飛天文金銅光背’의 뒷면에는 정확한 연호와 간지가 새겨져있고 연호와 간지가 서로 맞아 떨어져 확실한 제작연대를 알 수 있게 됐다. ‘太和九年歲在乙丑…’은 서기 485년으로 고구려 장수왕 73년에 해당된다. 太和는 北魏(386~534년)의 연호로 태화 9년은 乙丑年과 맞아 떨어진다. 즉, 고구려 장수왕 73년인 서기 485년에 이 금동광배를 붙인 금동불상을 제작한 것이다. 중국 北魏의 연호를 사용했지만 삼국시대의 유물에는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유물이 중국유물이 아닌 고구려유물인 이유는 조각기법과 양식, 새겨진 銘文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중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異體字와 高句麗字로 추정되는 文字를 새겨넣었으며, 기존 고구려불상의 명문과 같은 계열의 書體와 用語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中國古代文字 전공자인 허선영 안산대 교수는 이 광배의 명문을 “隸書의 필획이 간혹 보이는 완연한 楷書體로 異體字가 섞여있는 5세기 후반의 高句麗銘文”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법륭사 보물관에 전시중인 ‘甲寅銘金銅光背’의 제작시기를 일본 연구자들은 서기 594년으로 비정했는데, 그 이유는 비슷한 시기의 중국 東魏(534~550년), 北齊(550~577년) 비천무늬불상광배를 참고해 제작시기를 설정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시기보다는 두 갑자 올려서 ‘태화9년명비천무늬금동광배’와 비슷한 서기 474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 두 유물은 크기와 본존불의 용도 차이만 있을 뿐 光背彫刻의 양식이 일치하므로, 서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동위나 북제의 불상보다 이른 시기에 조성됐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 사진5.갑인명금동광배.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소장
‘太和九年銘飛天文金銅光背’는 광배중앙의 두광이 신광에 비해 크기 때문에 소실된 主尊佛은 立佛이 아닌 坐佛로 추정되며 주존불을 끼웠던 구멍이 하나만 있는 것으로 보아 양옆의 협시불이 없는 獨尊佛로 추정할 수 있다. 국내에 奏樂飛天像이 있는 유일한 고구려 금동광배이고 명문이 있는 가장 오래된 금동광배다. 무엇보다도 이 광배가 중요한 것은 광배의 명문에 절대연대가 새겨져있어서 그동안 추측만으로 설정했던 고구려불상의 造成年代를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編年이 확실한 최초의 基準作이 된다. 그리고 5세기 후반 조성된 이른 시기 금동불상광배의 발견은 일방적으로 중국의 영향만 받은 것으로 생각돼온 古代佛敎彫刻史의 修正을 필요로 하고 있다. 古代文化의 交流는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상호 주고받는 형태로 당시 강대국인 고구려의 문화적 역량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1천530년 전(고구려 장수왕 73년), 이 작은 불상의 광배에 고구려의 한 여인네가 부모님 공덕을 기원하며 작은 불상 한 점을 만들어 봉안한다는 소박한 기원을 담았다. 그 후로, 수많은 王朝가 바뀌고 함께 자리했던 부처님은 오간데 없지만, 1천530년 전의 작은 소망은 後孫들과 함께 아직도 그 자리에 永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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