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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전희행위 … 짝짓기도 여러 번
사람처럼 전희행위 … 짝짓기도 여러 번
  • 교수신문
  • 승인 2015.04.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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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28. 돌고래

▲ 제주 연안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무리. 사진출처=국립수산과학원

칭찬하면 고래, 코끼리도 춤춘다고 한다! 모름지기 가르침에는 칭찬이 으뜸이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나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고래는 ‘크고 많은 것’을 이르는 탓에 술을 많이 마시거나 잘 마시는 사람을 ‘술고래’라 한다지.
‘고래를 잡다’ 하면, 고래잡이인 捕鯨과 음경의 끝이 껍질에 싸여 있는 包莖(phimosis)의 발음이 같아 포경수술함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고래 등 같다’란 주로 기와집이 덩그렇게 높고 큼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강한 자들끼리 싸우는 통에 아무 상관도 없는 약한 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입게 됨을 빗댄 말이다.


일반적으로 몸길이가 4∼5m 이상인 것을 ‘고래(whale)’라 하고 그보다 작은 것을 ‘돌고래(dolphin)’라 부른다. ‘돌고래’의 ‘돌’은 작거나 품질이 떨어지며, 야생으로 자라는 것을 뜻하는 접두사로 ‘돌미역’, ‘돌배’, ‘돌게’, ‘돌상어’ 따위로 쓴다. 그리고 ‘dolphin’이란 그리스어로 ‘자궁(womb)’이란 뜻이며, ‘자궁을 갖는 물고기’ 즉 태반이 있어서 자궁에서 새끼가 자라고 태어나는 胎生(viviparous)하는 포유류란 의미다.
돌고래(Delphinus delphis)는 고래목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땅에 사는 발굽동물(有蹄類)이 조상으로, 5천500만 년 전에 바다에 들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살다가 재차 바다로 든 것으로(再適應), 그때의 몸체는 지금 것에 비해 무색할 정도로 고작 개나 고양이 정도였다 한다.
몸은 물고기 닮은 流線型(streamlined)이 됐다. 뒷다리는 퇴화했고, 앞다리는 아주 커다란 지느러미 꼴로 바뀌었으니 이를 지느러미발(flipper)이라 한다. 일종의 흔적기관으로 다른 척추동물의 앞다리와 같은 뼈의 구조를 하고 있다. 포유동물의 특징인 털(hair)이 없어지면서 피부가 매끈해졌고, 피하에 썩 두꺼운 지방층이 발달했다.


흔히 ‘바다돼지(海豚)’라고 불리는 돌고래 무리는 세계적으로 17속 40여 종 있으며, 주로 잔물고기와 오징어무리를 먹는다. 돌고래(common dolphin) 암컷은 2.3m, 수컷은 2.6m로 수놈이 좀 더 크고 길다. 머리는 아주 크고, 눈이 매우 밝으며, 긴 턱에 주둥이가 튀어나왔고, 구부러진 입은 미소짓는 모양을 한다. 상하의 턱에는 40~61개의 작고 뾰족한 이빨이 바투 난다.
체온이 일정한 항온(정온)동물이고, 비록 물속 생활에 적응했지만 호흡은 여전히 아가미가 아닌 허파로 한다. 물속에 머무는 시간은 종에 따라 10~60분 정도이고, 주기적으로 수면으로 머리를 내민다. 머리 위쪽에 있는 숨구멍(憤氣孔, blowhole)으로 숨을 쉬며, 물속에서 떠올랐을 때 푸~~우, 푸~~~우 하고 공기를 실컷 내뿜으니 분수같이 솟구치는 물기둥(허파의 더운 공기와 바다의 찬 공기가 만나 엉겨 생긴 물방울임)이 10~15m에 달한다.


돌고래는 침팬지나 사람처럼 전희행위를 하고, 암수가 배를 맞대고 여러 번 짝짓기하며, 임신기간은 10~11개월이다. 한 배에 1마리를 낳으며, 새끼는 70~100㎝에 10㎏에 달하고 35년을 산다. 태생하므로 배꼽(臍帶)이 있고, 입술이 없어 젖꼭지를 마음껏 빨지 못하는데, 젖샘이 근육으로 돼서 주둥이를 욱여넣고 젖샘을 쿡 누르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젖이 솟는다. 지구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 가운데 하나로 귓바퀴는 퇴화했지만 머리 양쪽에 작은 것이 있고, 사람보다 10배나 더 잘 듣는다. 끼리끼리 휘파람소리(whistle)를 내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울대(聲帶)가 커서 해산동물 중에서 가장 큰 소리를 지른다. 박쥐처럼 스스로 소리를 내서 그것이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음파를 받아 위치 등을 알아내는 反響定位(echolocation)법을 쓰기도 한다.


또 더할 나위 없는 사회적인 동물(social animal)로 지극히 依他的이라 다치거나 아파 힘이 부치는 친구(다른 종의 친구까지도)를 뒤치다꺼리하니 몸을 떠밀어 올려줘 숨을 쉬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리고 숙면에 들면 좌우 교대로 반쪽 뇌로 잠을 자면서도 쉬지 않고 꼬리질해서 몸을 물에 띄워 숨을 쉬고, 적의 공격도 알아챈다. 장난꾸러기 돌고래는 그토록 놀기를 좋아하는지라 거품고리(bubble rings)를 만들어 천진난만하게 장난친다.
또한 머리가 아주 좋아서 어려운 ‘돌고래 쇼’도 멋지게 해낸다. 수십 마리에서 수천 마리가 넘는 큰 무리를 지어 소란스럽게 대양을 세차게 식식거리며 헤집고 다니며, 넉살 좋은 놈이라 항해하는 배에도 거리낌 없이 다가와 사람과도 친숙하다. 평균 유영속도는 시속 60㎞이고, 사람들은 적군의 어뢰나 익사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돌고래를 이용하기도 했다. 보통 꺼릴 게 없는 정점포식자(apex predator)이지만 상어무리에 새끼들이 희생되는 수가 있으며, 뭐니 해도 사람이 가장 위험한 포식자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포경을 않고 잘 보호한 탓에 동해안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고래들이 돌아와 우글우글, 버글버글 신나게 노니는 모습에 아연 눈이 휘둥그레진다.
당연히 돌고래는 이 지구터전에 살 자격이 있다. 부디 다른 생물들을 너무 구박하지 말 것이다. 그들이 사라지면 다음은 제 차례인 것도 모르고 까불대는 인간들의 꼴이 천불나고 가소롭기 짝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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