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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감축 약속 지켜라”… 구조조정 방점 변화
“정원 감축 약속 지켜라”… 구조조정 방점 변화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20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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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부교육 선도대학 ‘추가 정원감축’ 요구 않기로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 방점이 대학에 추가로 정원 감축을 요구하기보다 지난해 각 대학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을 지키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특성화 사업 등을 통해 대학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만으로도 1주기 정원 감축 목표를 90% 가까이 달성할 수 있지만 구조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도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 시행계획’을 보면 구조조정 정책 방향에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바로 ‘구조개혁 가산점’ 부분이다. 지난해 특성화 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대학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을 반영해 지난해와 똑같은 방식으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대학이 추가로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구조개혁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부는 “평가의 일관성 및 기존 평가 기준을 신뢰한 대학의 신뢰 보호 차원에서 정원 감축 규모를 2014년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한다”며 “대학별로 지난해에 수립한 계획을 활용한 평가를 실시해 대학의 추가적인 부담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2017학년도까지 10% 이상 줄이면 5점, 7% 이상 10% 미만은 4점, 4% 이상 7% 미만은 3점을 가산점으로 준다. 대신 2016학년도까지 감축 목표의 80%를 달성해야 한다. 60%만 달성하면 이 점수에서 0.5점을 감점한다. 지난해 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가산점을 부여한 방식과 같다. 

대학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ACE사업 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대부분 대학의 반응은 ‘추가 정원 감축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올해 신규로 선정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ACE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이 사업 하나만을 보고 추가로 정원을 줄일 수는 없다는 정서가 팽배했다(교수신문 768호, 2015.2.9자 기사 참고).

최은옥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국장)은 “추가로 정원 감축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지난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2014학년도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2016학년도까지 정원을 80% 이상 감축해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데, 4월말까지 2016학년도 모집요강을 대교협에 제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난해에 정원 감축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대학이 올해 추가로 낸다고 해서 가산점을 받기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2017학년도까지 대학 입학정원 4만명을 감축하겠다는 교육부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특성화 사업이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등을 위해 대학이 2017학년도까지 줄이기로 약속한 정원은 3만5천507명이다. 대학이 약속대로 정원을 줄이면 교육부가 내세운 1주기(2015~2017학년도) 정원 감축 목표의 88.8%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로선 정원 감축 약속을 지키라고 대학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교육부가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안)이 제정돼야 하는데 야당과 교수단체의 반발이 워낙 심해 통과 자체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성화 사업에서 정원 감축 규모에 비해 재정 지원을 적게 받은 대학들 사이에서 교육부에 제출한 감축 계획을 지켜야 하는지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한 ACE사업 시행계획은 여기에 교육부가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대학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순천향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학 내부에서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추진하면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황 부총리의 발언은 내년 신설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을 설명하면서 나왔다는 게 교육부 해명인데, 이런 설명이 빠지면서 구조조정 정책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 지방대 기획처장은 “부총리도 그렇고 교육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는데 기본 전제는 지난해 특성화 사업을 할 때 대학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을 지키라는 것이 깔려 있다.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교육부는 내년 특성화 사업 중간평가든 PRIME사업이든 교육부 평가에서는 정원 감축 계획을 무조건 챙기겠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대학이 정원 감축 약속을 지키면 1주기 구조조정 목표는 달성하게 된다”면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정원 감축 계획을 지키라는 뜻이다. 앞으로 계속 구조조정을 가져가려면 협조하는 대학에는 가시적으로 확실하게 뭔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교육부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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