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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자초한 사회문제
탐욕이 자초한 사회문제
  • 양동석 조선대 명예교수·상법
  • 승인 2015.04.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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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양동석 조선대 명예교수·상법

"복지와 구제를 위한 정책이나 법률은 늘고,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불어가지만 행복을 느끼거나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은 드물다."

▲ 양동석 명예교수
지난 30년의 법학교수 생활을 회고해 보면, 사회적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큰 과오 없이 무난했다고 생각하니 운이 좋았다. 학교도 사회도 고도의 성장을 하고 있어서 교수로서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고, 또 관심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여러 나라를 섭렵하며 제도와 문화를 탐닉할 수도 있었다. 퇴직 후에도 고정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노후생활이 안정되니 국가와 사회, 그리고 봉직했던 학교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향후에도 여력이 허용되는 한 사회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보은하려고 한다.

최근 연구와 교육 때문에 관심이 없던 사회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걱정 없다고 수수방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들이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심각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고용도 불안해서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조기 퇴직을 해야 한다.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인문제, 생활고를 비관하다가 자살을 택한 가정 이야기, 가정파탄과 소년소녀가장 또는 조손가정 이야기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실상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풍요로운 세상이 됐으나 모두가 고루 풍요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때문이다.

무엇이 빈부 격차를 돌이킬 수 없이 만들고,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이제 자본주의도 성숙했고 기업도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으며,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됐다. 당연히 국민은 풍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것인데 실상은 이와 정반대다. 복지와 구제를 위한 정책이나 법률은 늘어가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불어가지만 행복을 느끼거나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은 드물다.

이 모든 것들은 무한경쟁과 무한성취, 그리고 무한축적을 자아실현의 첩경이라고 생각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거기에 인간의 탐욕이 가세해 그 폐해가 너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무너지고 있는 중산층뿐만 아니라 자본가나 사회적 지도계층도 불안과 근심 속에서 탐욕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부정한 수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많은 것, 더 확실한 것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사회지도층과 기업 총수의 부정과 부패, 비리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날이 없다.

모든 국민 또는 모든 인류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다잡아 나가야 할 것들이 있다. 개개인은 권력, 명예, 재물 등의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탐욕에 빠져있는 한 더 집착하며 형제, 동료와도 항상 경쟁하고 갈등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억만장자가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도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한다고 괴로워하며, 다른 사람의 것을 강탈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면 인류의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더높은 자리를 갈구하며, 혼자서만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겠다고 권모술수를 쓴다면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사회의 모든 제도도 무한경쟁, 무한성취, 무한축적을 보장하고 부추기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교육제도, 경제제도, 행정이나 정치제도 심지어는 가족제도에서도 경쟁구조와 경쟁의 승리자가 자아를 실현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씁쓸하다. 사회는 승자만을 우상화해 존경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함께 잘 살고 나와 타인이 하나가 돼 모든 인류가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을 이뤄 나갈 수 있겠는가.

개인의 탐욕이나 이기적인 생각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제도도 변해야 하고, 개인도 타인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격을 완성해야만 모든 인류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대학과 대학생이 우선 이 늪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동석 조선대 명예교수·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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