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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개혁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대학 구조개혁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1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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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대신 ‘公營型私學’ 전환 … 10년 뒤엔 사립대 비중 85→50%로 낮아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설훈)가 지난 7일 대학구조개혁법안(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2월 교문위에 상정된 데 이어 공청회까지 열리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은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해 정원 감축, 대학 퇴출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대학이나 법인이 해산할 때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특례조항도 포함됐다.

교수단체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설훈 교문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 법안이 그대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교수단체의 반발과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이 대학구조개혁법안을 발의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야당이 변변한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임재홍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은 “지난 2월 통과된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야당이 대체법안을 갖고 있었는데도 정부안이 사실상 그대로 반영됐다. 야당이 대안조차 없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라고 말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은 “법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위해 정책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노조와 민교협, 학단협 등 교수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와 ‘사교련’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이 ‘먹튀 법안’이라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 윤지은 기자

사실 대안 정책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다. 임 부위원장은 “고등교육의 질적 개혁을 위해서는 국가 책무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 교수단체들의 공통된 요구다. 새정치민주연합도 2012년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사립대를 정부 책임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 책임형 사립대는 대학 운영경비의 50%를 정부가 책임지면서 공익이사의 비율이 과반수 이상 되는 사립대를 말한다. 설립자를 보면 사립이지만 공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영형 사학’이라고도 부른다. 영국 대학들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교수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정부 책임형 사립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표는 당시 희망하는 사립대는 정부 책임형 사립대로 육성하겠다며 임기 안에 국공립대와 정부 책임형 사립대 비율을 3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장기적으로는 50%가 목표였다. 전문대는 점차 무상교육으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명숙 전 대표 이름으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6명 전원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교수단체가 내놓은 대안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등교육 정책 대안 모색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출범한 한국대학학회가 대표적이다. 학회 출범 직후 대학구조개혁 TF를 꾸려 정책 대안을 고민해왔다. 조만간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교수사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종합했다. 역시 ‘공공성 강화’와 ‘공영형 사학’(정부 책임형 사립대)으로의 개편이 핵심이다. 윤지관 회장은 “대학 죽이기가 아니라 부실 문제사학은 공영화해 살리는 구조개혁이 돼야 한다. 10년에 걸쳐 국공립과 공영형 사학이 50%를 차지할 수 있게 대학체제를 개편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큰 방향은 이렇다. 퇴출 대상에 포함되거나 경영 위기로 존속이 어려운 사립대를 공영형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세 가지 유형이 가능하다. 인근 국공립대에 통합해 교직원과 학생을 승계하거나, 도립 혹은 시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중소규모 사립대 가운데 일반대로 남아 있기 힘든 곳은 ‘커뮤니티 칼리지’(지역사회대학)로 전환할 수도 있다. 국공립으로 전환하기 어렵거나 원하는 사립대는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한다. 전문대는 장기적으로 대부분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는 원칙 아래 문제가 되는 전문대부터 국공립이나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한다. 이는 문재인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과도 일치한다.

2023년까지 3주기로 나눠 16만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목표다. 하위 30% 정도가 퇴출 대상이 되거나 경영 위기에 몰릴 것으로 윤 회장은 예상했다.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하면 60여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사립대를 국공립대나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하면 10년 뒤에는 공영형 사학을 포함한 국공립대가 90여 곳으로 늘어난다. 사립대 수는 지금의 161개에서 100여개로 준다. 윤 회장은 “퇴출 대상이거나 경영위기 사학을 순차적으로 공영형으로 전환하면 10년 뒤에는 국공립과 공영형 사학 대 일반 사립대의 비율이 50대 50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고민하는 정책대안 가운데는 교수노조나 민교협 등 진보적 교수단체가 제시했던 대학체제 개편안과 다른 내용도 일부 있다. 공영형 사학에는 운영경비의 50%가 아니라 20% 이상을 지원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금도 국공립대 운영경비의 40%만 정부가 지원하는 현실을 감안했다.

이번 정책대안에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장기 과제로 돌렸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어서 공동으로 선발하고 교양대학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윤 회장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사학이 85%에 달하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고등교육 문제 해결에 큰 효과가 없다. 국공립대와 공영형 사학이 적어도 50%는 된 후 실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대안에서는 일단 제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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