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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있던 韓·中문화교류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다
잊혀져 있던 韓·中문화교류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다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3.3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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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양대 교수, 제40회 월봉저작상 수상
▲ 제40회 월봉저작상을 수상한 정민 한양대 교수

“월봉 한기악 선생님의 고귀한 뜻에 부끄럽지 않은 학인이 되겠습니다.” 정민 한양대 교수(54세, 국어국문학과·사진)가 제40회 월봉저작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월봉저작상은 일제강점기에 언론인·교육자로 민족운동에 헌신했던 월봉 한기악 선생을 기리며 한국의 학문과 문화 창달을 돕기 위해 제정됐다.

정민 교수의『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문학동네, 2014.5. 이하『문예공화국』)이 월봉저작상 수상저서가 됐다. 정민 교수는『문예공화국』에서 한중 양국의 지식인 교류와 서적 유통의 실태를 참신하게 접근했고, 뛰어난 글솜씨로 독자를 끌어들인 점을 높이 평가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예공화국』은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일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의 동양 고서 컬렉션을 통해 18세기 한국과 중국 지식인들의 지적 교류상을 파헤친 저술이다. 후지쓰카 지카시는 경성제국대학 교수를 지낸 추사 김정희 전문 연구자로서, 청조의 학술과 문예가 어떻게 조선으로 전해졌는지를 평생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민 교수는 2012년 8월부터 1년간 하버드 옌칭연구소에 방문학자로 갔다가 그곳 선본실에서 후지쓰카 지카시의 구장 도서를 다수 발견하게 됐다.

“후지쓰카 지카시는 자신의 연구를 매듭짓지 못하고 수집한 자료 위에 메모만 잔뜩 남기고 세상을 떴습니다. 그의 자료 일부가 바다를 건너 미국의 도서관에서 한 갑자가 넘도록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제 눈에 띄어 그 잊혀진 이야기를 정리하게 됐죠.”

정민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과 지적 환경에 대해 연구해 왔다. 옌칭연구소의 초청을 받고 보스턴에 갈 때 도 그가 들고 간 주제는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화접촉과 교류’였다. 그는 “우연인 듯 필연으로 후지쓰카 지카시의 장서를 만나게 됐고, 이후 1년 넘게 그를 안내자로 앞세워 18세기 한중 지식인들이 이룩했던 아름다운 문예공화국의 궁정을 마음껏 노니는 행운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도진순 창원대 교수(사학과)는 “정민 교수는 주 자료인 서책과 서신은 물론, 장서인을 비롯한 각종 인장, 수집가 및 소장가의 메모나 쪽지, 스탬프나 오래된 은행잎 책갈피까지 흩어진 여러 단서들을 흥미진진하게 분석해 엮어냈습니다. 오랜 기간 이국의 서고 속에 흩어져 잠자고 있던 책들을 일일이 찾아내 생명과 족보를 부여한 정민 교수의 지극한 열정이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입니다”라고 평가했다.

빼어난 고전산문 연구자답게 정민 교수의 수상소감문도 더없이 유려하다. “길은 갈림도 많고 닿아야 할 목표 지점은 아직 정하지도 못했습니다. 앞을 막는 가시덤불을 부지런히 쳐내면서 길을 닦아 가다보면 어느새 닿아 있을 그 어딘가를 목표지점으로 삼겠습니다.” 그는 흥분과 경이의 연속으로 연구자를 접신의 상태로 내몰아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하버드 옌칭연구소의 지원 프로그램과 도서관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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