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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새로나온 책
77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03.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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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수준 높은 학문과 비판정신을 겸비한 지식인들이 많았지만 문묘에 종사된 조선의 지식인들은 정몽주를 포함해 모두 15명이었다. 문묘종사는 이들을 조선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공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대표적 지식인의 국가 공인은 임금과 지식인 집단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이 때문에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 조선의 지식인들은 기성의 학문적 권위를 맹신하지 않았고, 때로는 절대 왕권에 대한 냉혹한 비평도 서슴지 않았다. 조선의 문묘 종사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자 선정의 표면적 결과가 아니라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정치의 적나라한 속살이었다.”
— 최연식 연세대 교수『, 조선의 지식계보학』(옥당, 2015.2) 중에서

 

■ 독서와 지식의 풍경: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읽기와 쓰기, 배우성 지음, 돌베개, 440쪽, 20,000원

조선 후기가 진정 문화적 황금기이고, 실학은 성리학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적 토대였고, 박지원과 정조 등의 걸출한 인물들은 흔히들 알고 있는 것처럼 정말‘근대 지향적’이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 전에 지성사의 물적 토대인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지식 유통과 공유에 따르는 조건과 맥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식인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썼는가. 이들은 무엇을 추구할 만한 지식이라고 여겼는가. 지식인들 간에 지식은 어떻게 유통되고 공유됐는가.’저자는 읽고 쓰는 것을 둘러싼 역사, 혹은 독서와 지식의 맥락과 조건에 관한 역사를 치밀하게 논증해 조선 후기 지성사 해석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 빈곤의 연대기: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박선미·김희순 지음, 갈라파고스, 440쪽, 16,800원

아침에 먹은 신선한 바나나, 출근하며 마신 향긋한 커피, 오후에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 저녁으로 먹은 칵테일 새우,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에 숨겨진 빈곤의 역사를 알고 있는가. 이 책은 풍성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빈곤의 속성을 파헤치고 있으며, 제국주의의 식민정책과 지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어떻게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화했는가를 연대기적 맥락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가간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 쿠리치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점차 빈곤에서 벗어나는 볼리비아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나라 스스로 진정한 대안을 찾아가는 희망 섞인 전망을 전해준다.

■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 인류학과 정치경제학으로 본 세계사 1400~1980, 에릭 R.울프 지음, 박광식 옮김, 뿌리와이파리, 952쪽, 44,000원

어떻게 세계는 식민주의의 절정기 동안 하나의 공간이 됐는가? 어떻게 유럽 또는 북대서양의 지배권이 인간 세계의 결정적 특징이 됐는가? 유럽 팽창의 역사는 그 안에 포섭된 각 인간집단의 역사 하나하나와 얽혀 있으며, 자본주의가 수립돼 확산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이 책은 인간집단들이 지구적 규모로 연결되는 과정을 구체적인 역사서술을 통해 전달하며,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을 도입해 이 연관관계들의 발달과 성격을 해명한다. 저자가 취한 접근 관점은 서양의‘발전’개념을 비서양의 성취를 재는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매뉴얼 월러스틴이나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작업과도 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판문점 체제의 기원: 한국전쟁과 자유주의 평화기획, 김학재 지음, 후마니타스, 708쪽, 27,000원

그간 한국전쟁을 둘러싼 연구들은 특정한 평화 체제로서 판문점 체제의 제도적‘형태’와‘평화의 성격’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전쟁은 왜 군사적 실무 차원의 정전 협상으로 종식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들이 결여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행된 전 지구적 자유주의 국제법 질서의 구축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평화 체제의 성격과 형태에 대한 논쟁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무조건 항복과 뉘른베르크 재판, 도쿄 재판, 그리고 유엔 헌장과 제네바 협정, 냉전과 중국의 개입 같은 무거운 국제법적 쟁점과 논란들이 연계돼 있었다. 냉전 이전부터 형성돼 온 자유주의적 평화 기획의 장기적인 역사적 형성과 변화에 주목한 책이다.

■ 한국 경찰사: 근대이전편/근현대편, 이윤정 지음, 근대 이전편 207쪽/15,000원, 근현대편 303쪽/20,000원

지금까지 한국경찰사는 대부분 경찰기관이 발간해 경찰의 활동과 공적 기록 등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었다. 또한 개인이 발간한 서적도 1979년 이현희 교수가 발간한 이후 전혀 증보판이 나오지 않았으며, 그나마 현재 발간되고 있는 책도 대부분 행정학적 입장에서 쓴 것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최근 원시사회의 경찰활동부터 근대 경찰의 탄생, 그리고 오늘날 모습까지 역사학적 시각에서‘한국 경찰사’를 새롭게 집필해 상재했다. 이 책은 특히 고려‘현위’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한국전쟁 직후 경찰의 야포 운용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 한일 교류 2천 년,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일본 지식인 23인과의 대화, 정구종 지음, 나남, 665쪽, 32,000원

언론인이자 한일 민간교류네트워크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이 일본 각계 인터뷰이 23명을 만나 듣고 쓴 책이다. 서울과 일본 각지를 오가며 진행된 인터뷰는 고스란히 구술사(orall history)가 돼 책에 스며들었다. 2009년 4월, 한일병합 1백 년을 기해 일본 NHK에서 방영한 특집방송‘일본과 조선반도 2천 년’에서는 한일 교류의 역사가 2천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토록 오랫동안 한일 양국 교류가 쌓아온 문화적 유산이 오늘날 일본 사회에서 어떠한 양태로 존재하는지, 역사 속 교류의 산물이 일본인의 삶과 의식 속에 어떻게 반영돼 나타나고 있는지를 인터뷰 작업을 통해 살펴냈다.

■ 한중일 유교문화담론, 김예호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448쪽, 20,000원

이 책은 한중일 3국의 전통사회 유교문화에 대한 특징을 서술한 후, 근대 이후 각 국가의 사회·정치·경제의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유교문화담론의 특징을 고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글의 구성도 주요 유교 지식인들의 주장이나 각 시기에 유행한 유교담론의 요지를 소개해 빠른 시간 안에 근대 이래의 한중일 유교담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뒀고, 글의 성격은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 분야의 유교문화담론에 더욱 엄격한 평가기준을 적용했다. 이렇게 유교문화담론을 분석, 접근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한국의 유교도 미래 사회의 가치에 부응할 수 있게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의 유교가 아시아의 도덕적, 문화적 가치를 선도하는 역할을 자임할 수 있을 정도로 환골탈태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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