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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석좌교수인가?
누구를 위한 석좌교수인가?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3.2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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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인물’ 석좌교수 재임용에 학생들 반발

대학마다 석좌교수 재임용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성추행과 촛불사건 재판, 학력위조 등과 관련된 전력이 빌미가 돼 석좌교수 자격에 논란이 인 것이다.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77세)은 지난 15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임용됐다.

그의 재임용에 대해 건국대 학생대표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성명서를 내고 “성추행으로 도덕적·사회적 물의를 빚은 박 교수에 대한 징계가 당연한데 학교 측은 재임용을 결정했다. 이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처사”라고 반발했다.

건국대는 “석좌교수는 강의도 없는 무보수 명예직이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 박 전 의장의 석좌교수 재위촉을 철회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이사장은 “하루만에 재위촉을 철회할 정도로 애초부터 학생을 위한 석좌교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대학을 지배하는 권력의 필요에 의해 초빙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비판했다.

단국대도 신영철 전 대법관(61세)과 김옥랑 꼭두박물관 관장(63세)을 석좌교수로 초빙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신 전 대법관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단국대 총학생회와 법과대학 학생회는 ‘신영철 석좌교수 임용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결성하고 신 전 대법관의 석좌교수 임용을 거부했다. 위원회는 지난 18일 “우리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분을 석좌교수로 두고 있다”라며 신 전 대법관의 석좌교수 임용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지난 6일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된 김옥랑 관장에 대해서도 “학력위조가 밝혀져 교수직에서 자진사퇴하고도 한차례 해명이나 사과도 없는 사람이다”라며 임용 철회를 주장했다.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단국대는 지난 18일 “신 전 대법관의 강의 활동 등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을 대학에서 굳이 석좌교수로 앉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성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립대 ㄱ교수는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석좌교수로 데려와 대학의 이미지를 향상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에 문제가 발생할 때 그 명성을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한몫한다”라고 지적했다.

석좌교수 자격이 도마 위에 오르자 뚜렷한 임용기준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ㄱ교수는 “석좌교수 기준이 대학마다 있지만 엄격하지 않다”며 “총장이 문제가 있어 총장직에서 물러났는데, 이후 복귀하기 위해 석좌교수로 온 경우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사립대의 경우 재단 마음대로 석좌교수를 임용하는 경우도 많다.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석좌교수 남용을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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