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9:45 (목)
105년 만에 만난 ‘안중근의 흰 옷’… 韓服, 서구를 사로잡다
105년 만에 만난 ‘안중근의 흰 옷’… 韓服, 서구를 사로잡다
  • 최익현기자
  • 승인 2015.03.17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어떻게 운영됐나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인 具惠子 선생이, 105년 전 뤼순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당할 때 입었던 흰 옷을 다시 지었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행사에서다.
이번 ‘안중근 의사의 흰 옷’ 재현은 현재 남아 전해지는 한 장의 흑백사진에 근거했다. 무엇보다도 이 옷을 지었던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리고 침선장으로서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재현한 것이다.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이사장 이기웅, 이하 국도협)가 올해로 세 번째 운영한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의 주제이기도 했다. 국도협은 매년 3월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참가해 한국을 대표해 한국관을 운영해 왔다. 


‘안중근의 흰 옷’ 재현은 이기웅 이사장(열화당 대표)의 오랜 생각이었다. 이번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주제와 자연스럽게 만나 구체화됐고, 구혜자 침선장이 이에 흔쾌히 동의해 줌으로써 성사됐다. 이기웅 이사장은 “어머니의 흰 옷은 그 상징하는 바가 매우 심대하다”고 하면서, “일제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죽음을 택했던 안 의사의 기개, 그리고 아들의 당당한 죽음을 자랑스러워했던 조마리아 여사, 즉 조선 어머니의 강인함이 담겨 있으며, 흰 옷의 전통을 가진 백의민족의 자존, 나아가 안 의사가 염원했던 동양평화의 정신까지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가 우리 옷의 외형적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벌의 옷이 지닌 민족적 문화적 상징성을 ‘어머니의 흰 옷’으로 보여 준 셈이다.


이기웅 이사장은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옮겨 엮은 바 있으며,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으로서 안 의사를 출판도시의 정신적 감리인으로 모시기도 했고, 최근 헤이리 부지를 기부해 이곳에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안중근 정신’을 우리 시대에 뿌리내리기 위한 그의 여러 생각 중 하나로, 이번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에서 ‘안중근의 흰 옷’을 재현한 것이다.

우리 옷과 장신구 관련된 문헌 200여 종 전시
국도협의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운영사업은 책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이 가장 밑받침이 된다. 이번 한국관에서는 ‘한복’ 관계 문헌 200여 종이 전시됐다. 이 중 고문헌은 주로 의궤나 행렬도 등의 영인본이다. 『社稷署儀軌』, 『昭顯世子嘉禮都監儀軌』 등의 의궤류에서는 조선시대 각종 의례나 행사 때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록화와 함께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통신사 행렬』, 『正祖大王 華城陵行 班次圖』 등을 통해서는 기록화에 나타난 다양하고 화려한 행렬의 복식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근현대기에 우리 복식에 관해 石宙善 박사가 오랜 기간 연구해 왔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冠帽와 首飾』, 『衣』와 더불어,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출판한 『名選』(상, 중, 하), 『성주이씨 형보의 부인 해평윤씨 출토 복식』, 『정사공신 신경유 공 墓 출토복식』 등의 책이 포함되며, 『대한제국 남성예복』, 『왕실문화도감: 조선왕실복식』 등 우리 옷에 관한 고급 작품집 또는 화보류의 책들도 선보였다.
한편, 『箕山 金俊根 조선풍속도』, 『단원 풍속도첩』, 『조선시대 궁중행사도』(전3권)와 같은 풍속화 관계 책, 『초상화의 비밀』, 『화폭에 담긴 영혼: 초상』, 『조선시대 초상화』(전3권) 등 초상화 작품집에 나타난 그림을 통해 우리 옛 복식의 다양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었다.

▲ 루쉰감옥에서 사형 당하기 5분전의 안중근 의사(사진 위). 그리고 침선장 구구혜자 선생이 재현한 안 의사의 흰 옷(사진 오른쪽). 국도협이 3개 국어로 펴낸 ‘한복’ 저널. 사진제공=국도협

문헌 전시 외에, 한국의 복식문화를 보여 주는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한국관에서는 구혜자 침선장이 제작한 조선시대 선비옷인 학창의(鶴衣)와 道袍, 그리고 복건(邏巾), 장보관(章甫冠), 유건(儒巾), 세조대(細條帶), 행전(行纏), 흑혜(黑鞋) 등이 함께 전시됐다.
학창의와 도포는 우리 선비정신을 대변하는 옷으로, 법도와 품격을 따르면서도 ‘점잖음의 미학’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우리 옷이다. 전시작품인 ‘백색 학창의’는 1850년대 유물을, ‘신경유 겹도포’는 조선조의 무관 신경유 공이 입었던 17세기 전반의 유물을 각각 재현한 것이다.


한편, 도서전 기간 중 14일을 ‘한국문화의 날’로 정해,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박선희·김시재, 오전 10시와 오후 2시)의 매듭 시연 및 체험,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판소리 조성은, 고수 김평석, 오전 11시와 오후 3시)의 한복을 입은 판소리 공연도 열려,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우리 옷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강연회도 이어졌다.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저널』 발행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맞춰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 3개 국어로 제작한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저널』도 한국관을 찾는 이들에게 배포됐다. 이 저널에는 한국관 주제인 우리 옷에 관한 다양한 글과 시각자료가 수록됐다.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에는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운영사업을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개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글’(2013), ‘韓食’(2014), ‘韓服’(2015)에 이어 2016년에 ‘韓屋’까지 다루면, 한국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말(言語), 옷(衣), 음식(食), 집(住)을 훑게 되는 셈이다. 이후에는 ‘한국의 음악’(2017), ‘한국의 영화와 연극’(2018), ‘한국의 종이(韓紙)와 書畵’(2019), ‘한국의 佛像과 寺刹’(2020), ‘한국의 陶瓷器’(2021), ‘한국의 古宮’(2022)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