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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교육 이대로 괜찮나?
제2외국어교육 이대로 괜찮나?
  • 김명주 경상대·일어교육과
  • 승인 2015.03.02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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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칼럼] 김명주 경상대·일어교육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영어 편중주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문화=영미, 외국어=영어라는 굴절된 시각을 낳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등 일본어 교사 임용시험 티오가 나지 않다가 지난해 상반기 10개 이하인 과목들만 따로 공고가 났다. 이제 또 언제 공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이 됐고, 대학의 일본어 교육은 계속 좌표를 상실하고 표류할 것 같다.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진로지도에서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권하고 다른 언어를 해두라고 조언하는 것이 상담 매뉴얼이 됐다.

그런데 중등교육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란다. 몇 년 전 첫 출근한 제자는 부전공을 권유받았다. 기존의 교사들도 의욕 없기는 마찬가지다. 부족한 시수 때문에 순회교사로 돌려지고, 타 교과 지원을 맡아야만 한단다. 20여년 전 유럽어 교사가 일본어 등 타 교과로 전환됐는데, 이제 일본어교사가 타 교과로 전환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시대 변화만을 탓하고 수수방관하기에는 안타까운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제2외국어 과목이 비주류가 돼 버린 이유는 2009개정 교육과정 속의 독소조항때문이다. 제2외국어가 생활교양 영역으로 편입돼 선택과목이 되고, 집중이수제에 의해 학습의 연속성은 박탈되고 만 것이다. 물론 힘든 건 비주류만이 아니다. 영·수·국교사들도 증가한 시수 때문에 지친단다.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설계된 교육과정이라지만,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축소되지 않고, 영·수·국 경쟁은 날로 과열될 뿐이다.

2009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는 일명‘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이라는데, 글로벌 창의교육은 학교 안에서 건재한지 묻고 싶다. 왜 모두가 주요 과목에만 힘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하고, 그것을 잘하는 것이 입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로 알고 있는가. 영어나 수학을 잘하는 것은 찬사를 받고, 일본어 학습에 심취하는 것은 왜 걸핏하면‘오타쿠’(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로 불리며 놀림감이 돼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의문스럽다.

21세기 들어‘다문화공생’이란 말이 화두가 되고, ‘글로벌’하고‘하이브리드’한 인간이 새로운 인간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다문화공생 사회란 머저리티 중심으로 소수의 문화를 동화시키거나 포섭하는 사회가 아니라, 마이너리티도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는 열린사회로의 확립이 가능한 그런 사회다. 글로벌한 인간형이란 복수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해 역동적인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흔히 언어 교육의 기능으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들게 되지만 이데올로기적 실천 기능도 있다. 그것은 이문화 체험을 언어학습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외국어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다양한 가치에 의한 다양한 문화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체득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외국어는 또 국가가 정책적으로 주력하는 제1외국어와 제2외국어로 나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비영어권 나라는 영어가 제1외국어이며, 그 외 언어는 제2외국어로 불린다. 제1, 제2, 벌써 여기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영어 편중주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이문화=영미, 외국어=영어라는 굴절된 시각을 낳을 수 있다. 마야카미 유키·시바타 노보루(2009)는 영어 우월주의나 영어 사대주의는 자문화에 대한 열등의식과 음화로서의 내셔널리즘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하는데 그저 흘려들을 말은 아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복언어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複眼적 세계를 보는 눈, 복문화적 시점을 개인 레벨에서 육성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자문화를 상대화하고 자문화의 복문화성을 형성하는 길이기도 하다(노자키 지로 외, 2007).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젊어서 여행을 많이 하고 유학을 통해 이문화 체험을 할 것을 자주 조언한다. 시각이 현실에 고착돼 굳어버리기 전에 말이다.

나는 이 글이 전공 에고이즘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 교수로서, 이 땅을 사는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참된 교육제도가 마련돼 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책적으로 복수의 외국어 교육이 꼭 재검토됐으면 한다.


김명주 경상대·일어교육과

경상대 출판부장, 한국일본어교육학회 편집위원 및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예술가적 존재방식 연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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