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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맞서다 부당징계… 잇따른 법원 무효판결에도 재단은 ‘모르쇠’
사학비리 맞서다 부당징계… 잇따른 법원 무효판결에도 재단은 ‘모르쇠’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3.02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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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했지만 돌아오지 못한 교수들

3월 개강을 맞아 조용했던 캠퍼스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학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교수들도 있다. 사학비리를 고발하거나 이에 맞서다가 재단에 괘씸죄로 찍혀 부당한 징계를 받은 교수들이다. 상지대와 수원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학비리에 맞서다 법인의 눈밖에 난 교수들이 보복성 징계와 재임용거부를 잇따라 통보받았다.

보복성 폐과면직으로 10년째 소송 중
충북의 A대학에서 재직했던 ㄱ교수는 설립자의 비리에 맞서다 폐과면직 통보를 받고 이와 관련 10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ㄱ교수는 보복성 폐과면직이라 주장했다. 발단은 2002년 교직원노조가 교비횡령을 일삼은 설립자를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교직원의 처우개선을 약속했던 학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교직원의 출근을 막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ㄱ교수는 “당시 학교와 교직원노조와의 중재를 위해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를 창립했다. 교협이 학교의 잘못을 지적하며 양보할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고 갈등만 깊어졌다”라고 말했다.

이후 ㄱ교수는 지난 2006년 2월 폐과면직을 통보받았다. 교비횡령으로 형을 선고받은 설립자는 그해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ㄱ교수는 “설립자가 복귀하면서 교협활동을 주도적으로 펼쳤던 교수들이 폐과면직의 주 타겟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ㄱ교수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하고 폐과면직 취소 처분을 받았다. 폐과면직이 제대로 된 절차와 뚜렷한 기준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폐과면직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지만 ㄱ교수는 여전히 복직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는 2006년 10월, 2008년 7월 두 차례나 같은 이유로 폐과면직을 통보했다. 이에 대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도 이어졌다.

지난 2011년엔 재임용까지 거부돼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확인 민사소송도 진행했다. 1심과 2심 모두 ㄱ교수가 승소했고, 학교 측이 상고했지만 심리불속행 기각된 상태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폐과면직 통보와 소송이 10년째 되풀이돼서다. ㄱ교수는 “안심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언제라도 소송이 재개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사학비리 내부고발자에 징계
사학비리를 돕다가 내부고발자가 된 ㄴ교수는 학교로부터 괘씸죄로 걸려 파면됐다. 전북의 한 전문대학 보직교수로 있던 ㄴ교수는 지난 2006년 타 교수들과 미국출장을 가면서 교비횡령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ㄴ교수는 “교수들이 학회에 참석한다면서 마지막날 사진만 찍고 미국 전역을 놀러다녔다. 4명이 5천만원을 썼는데 모두 교비에서 나갔다. 10억짜리 기자재를 결정하는 데도 학생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골랐다. 당시 정산책임자였는데 미국에서 명품쇼핑이나 장난감 구매를 아동과학비 등으로 서류를 꾸며야 했다. 이같은 만행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ㄴ교수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정감사에 사학비리를 고발하고 증인으로 나섰다. 재단의 눈밖에 난 ㄴ교수는 2011년 2월 파면됐다. 표면적인 사유는 학생과 교직원을 선동했다는 것이었지만 속사정은 사학비리 고발로 인한 괘씸죄였다.

파면처분 무효소송 중 재임용심사가 겹쳤고 재단은 파면을 이유로 ㄴ교수의 재임용도 거부했다. 대법원에서 파면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냈지만 재단은 규정에 없는 업적평가 기준을 적용해 기준미달이라고 주장했다. ㄴ교수는 “업적평가에서 대체적으로 보직교수에게는 점수를 더 주는데, 나에게는 3개월만 보직교수를 맡았으니 3개월치 점수를 줬다”며 “보디빌딩 심판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전국대회에 한해 점수를 부여했는데, 개인취미활동이라며 점수를 주지 않았다. 대학에서 ‘에너지PT’강의를 맡았고 학생들과 보디빌딩 대회에도 참여해 수상했는데 개인취미활동으로 간주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ㄴ교수는 재임용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재단이 항소해 2심을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까지 간다고 예상하면 긴 싸움이 예상된다.  “괘씸죄로 찍힌 교수가 어렵게 복직을 해도 학교에서 일부러 강의를 주지 않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스스로 대학을 떠나버리는 교수도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재임용거부위해 거짓 증언 꾸미기도
재임용거부를 위해 거짓 증언을 꾸며내 마녀사냥을 한 사례도 있다. 경북의 B대는 ㄷ교수를 몰아내기 위해 학생들을 선동해 거짓 증언을 한 것이 재판에서 밝혀졌다. 학과장이었던 ㄷ교수는 과도한 학과운영비를 지적하는 등 여러차례 학교와 대립하며 교무처장과 부총장의 미움을 샀다. 결국 그는 대학으로부터 지난 2012년 8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이를 이유로 재임용거부를 당했다. ㄷ교수가 강의 중 타 교수를 비난하고 학생에게 강의신청을 강요해 학생들이 진정서를 올린 것이 징계의 이유였다. 이에 대해 학교에서 진상조사도 이뤄졌다.

그러나 ㄷ교수는 진정서에 강의를 수강한 적이 없는 학생들의 증언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권력 압박이다. 진상조사위원회와 학생들의 녹취록을 들어봤는데 그야말로 황당했다. 학생을 불러서 나를 표적으로 삼아 질문했다. ‘타교수를 비난한 교수가 없냐, 혹시 ㄷ교수가 그렇지 않냐?’라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 그 외에도 학생이 들은 소문을 마치 직접 겪은 것처럼 기재했다”라고 설명했다.

ㄷ교수의 정직사유 12개 중 6개는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징계를 내린 사실도 밝혀졌다. ㄷ교수는 “징계를 받은 교수가 재임용이 불가하도록 교수 업적평가 규정도 바꿨다. 15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업적평가에 정직을 받은 교수는 -200점이 부여된다”라고 말했다. ㄷ교수는 재판을 통해 1심과  2심에서 ‘재임용거부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학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전남의 C대 전임 강사였던 ㄹ교수도 지난 2010년 재임용 탈락을 통보받았다. ㄹ교수는 2006~2009년 강의평가에서 ‘우수’와 ‘최우수’ 사이의 점수를 받았음에도 학교가 정확한 평가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C대 비전임교원 재임용 심사표를 살펴보면 ‘교육역량이 뛰어난가?/연구역량이 뛰어난가?/교수의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는가?’ 등의 심사항목이 있지만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명시돼 있지 않다.

ㄹ교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평정자의 주관과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재임용 거부취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소청심사위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재임용거부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2013년 5월 또다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ㄹ교수는 “일단 복직시키고 다음 재임용 심사에서 다시 탈락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지적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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