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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과학칼럼’ 집필 500회 돌파“과학지식, 사회적 갈등 극복에 기여”
일간지 ‘과학칼럼’ 집필 500회 돌파“과학지식, 사회적 갈등 극복에 기여”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2.17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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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교수의 ‘과학 글쓰기’ 동력

교수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아마도 교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칼럼’의 형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 연구자들은 어떨까. 그리고 그런 과학적 사유를 500회나 이어왔다면 그건 또 어떤 의미일까.
<교수신문> 논설위원으로 있는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2004년 11월 4일부터 <디지털타임스>에 「이덕환의 과학세상」이란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이 매체 제3758호에 500회 칼럼을 실었다. 10년여의 세월이 깃든 과학칼럼이다.


이 교수가 이렇게 과학칼럼을 지속적으로 집필할 수 있는 동력을 이해하려면, 그의 이력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프린스턴대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강대 화학과와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 과정의 교수로 재직중이란 사실은 표면적이다. 대신, 다음과 같은 이력을 엿봐야 한다.


그는 대학에서 이렇다 할 ‘보직’도 지내지 않았다는 것, 현재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의장으로 재선출됐다는 것, 국내 대표적인 과학커뮤니케이션(science communication) 전문가로 『확실성의 종말: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번역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번역서),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번역서) 등 20권 이상의 과학 교양서적을 집필·번역하고 2천여 편에 달하는 언론 칼럼을 쓰는 등 과학 대중화(대중의 과학 이해) 작업에 앞장서 왔다는 것. 이것이 그의 과학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그의 심층 이력이라면 이력이다.
그의 연구실 개인 컴퓨터에는 10여 개 이상의 칼럼 주제들이 정리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관심 주제를 만날 때마다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를 고민하면서 주제를 찾는 게 그의 또 다른 ‘일상’이다. 사회적 의제에 관한 관심과 과학적 고민이 그의 과학 글쓰기 10년을 버텨준 남다른 비결인 셈이다.
<디지털타임스> 500회 특집 인터뷰에는 그의 이런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과학은 우리가 오감으로 체득한 감각 경험과 머리로 사고하는 지적 능력 사이에 작용하는 필터다.” 그는 이러한 기본원칙을 철저히 고수해왔다. 단순한 과학적 개념이나 지식에 대한 소개보다는 사회적 이슈의 핵심을 짚고,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과학 글쓰기’를 지향했다. 여기엔 이 교수의 독특한 과학관이 작용한다. 즉, 과학을 다양한 학문의 하나로만 보기보다 인간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로 인식한다는 것.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교수에게는 과학적 지식의 축적보다는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된다. 그의 ‘과학칼럼’은 그래서 지식의 덩어리보다는, 지식의 작동을 더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과학 글쓰기에서도 구체적 현안과 맞부딪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MSG(글루탐산나트륨)와 같은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를 불식(454회 칼럼)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MSG가 무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사회의 통념적 오해를 해소한 것이 큰 수확 중 하나”라고 꼽았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적 증거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학정신을 생활화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 교수는 500회를 맞은 자신의 기명 칼럼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함의를 거듭 강조했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객관성·보편성·가치중립성이 검증된 과학 지식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사회적·문화적·이념적·시대적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소통을 위한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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