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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어’는 더 이상 ‘특수어’여서는 안 된다
‘특수어’는 더 이상 ‘특수어’여서는 안 된다
  • 곽새라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5.02.16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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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곽새라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본래‘특수어’는 일반어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일반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어휘들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영어, 중국어 등과 같이 잘 알려진 외국어가 아니라 덜 연구되고, 덜 알려진 외국어들을 통칭해 특수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특수어로 분류돼 있는 외국어들 사이에서도 또 다른 위계관계 혹은 서열이 매겨져 있다. 즉,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배우려는 학습자들도 많은 만큼 다양한 지원을 받는 외국어들과, 반대로 연구 및 학습에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외국어가 그 서열을 만든다.

사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언어들 중에는 우리나라와 교류도 빈번하고,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적지 않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국가들의 언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한 언어들 중 하나가 페르시아어다. 필자가 페르시아어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면, 死藏된 언어를 왜 연구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페르시아어는 사장된 언어가 아니라 현재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의 공용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중 아프가니스탄의 페르시아어는 다리어, 타지키스탄의 페르시아어는 타직어라는 명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란어’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 차원에서의 이란어는 이란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계통적 차원에서의 이란어는 이란어派에 속하는 모든 언어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란의 공용어는 페르시아어이지만, 다민족 국가인 이란에서는 페르시아어 이외에도 쿠르드어, 로리어, 발로치어, 아랍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민족어로서 존재한다. 계통적으로 이란어파에 속하는 언어 및 방언들은 고대·중세·현대 페르시아어를 포함해 80여개에 달한다. 다시 말해, 이란어는 지역적-계통적으로 봤을 때 페르시아어보다 상위 개념의 언어집단을 지칭한다.

필자가 처음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페르시아어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부족했다. 정부 산하기관의 큰 행사에서 이란 사람들의 수행 통역자로 아랍어 전공자를 배정해 놓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보다는 현재 상황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 언어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란과 한국의 교역량이 적지 않고, 한국이 이란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라는 사실, 그리고 이란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이 국가와 언어-문화에 대한 대우가 너무 박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30년 이상 반미정책을 이어오면서 경제제재 등 많은 불이익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중동권 내에서 지도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흔들림 없는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3위의 원유 매장량과 세계 1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간산업을 발전시켰으며, 종교적으로도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지도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전 국왕의 타계와 새로운 왕권 승계에 대한 논평들에서도 중동권 내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전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란의 잠재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이란의 언어와 문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이란 간의 핵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이란 시장이 점차적으로 개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P5+1과 이란 간 핵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이란의 잠재력은 폭발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변화를 잘 읽고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제 특수어라는 분류를 가진 외국어들에 대한 다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페르시아어 뿐 아니라 아직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른 언어들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연구지원을 기대해 본다.


곽새라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란 테헤란대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이란어과 등에 강의를 나가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페르시아어 언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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