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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상호존중과 신뢰에 바탕해야"
"구조조정은 상호존중과 신뢰에 바탕해야"
  • 한현우 서울과기대 명예교수·물리학
  • 승인 2015.0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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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한현우 서울과기대 명예교수·물리학

"돌이켜보면, 그때 통폐합 대상이었던 학과가 지금은 유망학과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항목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얼마 전 지방 C대 기획처장으로 근무하는 후배 P교수가 약속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미안해 하며 내뱉는 첫마디가“대학 구조개혁평가회의에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였다.

요즘 내가 만난 후배 보직교수들은 공·사립을 막론하고 앞으로 있을 대학 구조조정으로 걱정한다. 사실 내가 재직한 당시에도‘대학교육의 수월성’과‘국가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대학 구조조정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에 차등을 두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학 정원정책은 대학 입시정책과 더불어 대학교육정책의 중요 요소다. 대학 정원정책은 고교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거론되고 있는 대학교육의 많은 문제들(교수요원 확보, 학교시설 확보, 교육재정 확보, 사회의 인력수급 문제, 사교육비 문제, 재수생 문제 등)이 대학정원과 연관돼 있다. 정부가 대학 정원정책을 엄격하게 통제ㆍ관리하고 있는데도 왜‘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해방 직후 7천819명이었던 남한의 대학인구가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를 포함해 209만9천735명으로 269배 양적 팽창을 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근대 산업화 과정에 필요한 고급인력의 급격한 수요로 말미암아 대학교육의 확충이 가속화됐다. 1981년부터 7년 동안 실시된 대학 졸업정원제의 실패는 대학정원의 급격한 팽창을 초래하고 말았다. 대학 진학률이 매년 증가해 2010년에는 80%까지 달했다. 어떤 해는 90%를 상회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례다.

1995년‘대학설립 자유화’로 대학 설립기준이 완화되자 대학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에 따라 대학정원도 팽창했다. 이때부터 양산된 대졸자는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임시 일용직, 실업 등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로 출산율이 저조해졌고, 취학아동의 감소는 2025년경 대학 입학정원의 수급에 엄청난 문제가 있을 것을 예견하고 있다. 국립대학 18곳이 9곳으로 통합되고, 동일법인 사립대 간 통합으로 13곳이 7곳으로 통합됐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23년까지 16만명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구조개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학정원 축소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정원 감소는 곧바로 대학재정의 압박을, 재정의 압박은 교육 전반에 걸쳐 질적ㆍ양적 저하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대학의 존폐와도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조정이 자발적이었던 과거의 대학 구조조정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대부분의 대학이‘입학지원율, 정원충원율, 졸업 후 취업률’등으로 평가기준을 삼았다. 상대적으로 사범계열, 인문사회계열, 예체능계열 등이 불이익을 받았고, 학내 소요사태나 구성원 사이의 불화 원인이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통폐합 대상이던 학과가 지금은 유망학과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항목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대학 정원감축은 필연적이지만 모든 것을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상호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특히 피교육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생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한현우 서울과기대 명예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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