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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학의 정원감축 부담 15%로 낮춰야 경쟁력 유지”
“보통 대학의 정원감축 부담 15%로 낮춰야 경쟁력 유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2.1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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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

지난달 1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1대 회장 취임식에서 행한 부구욱 신임회장(63세·영산대 총장)의 취임사는 여러 가지로 화제를 낳았다.‘ 국립대는 지역 거점별로 합리적 통합’을 해야 한다거나 ‘대형 명문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책정 등에서 특별한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와 같은 이야기를 공론화했다.‘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의 대학원 정원이 늘고 학부정원 조정이 이뤄지면 중소형 대학들에 대한 정원 축소 압력이 완화되고, 중소형 대학들은 여유를 갖고 지역 특성에 따른 구조개혁을 통해 국제 경쟁력도 향상시키게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규모 연구중심대학들이 학부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대학사회에서 많이 회자되던 이야기들이었지만 대교협 회장이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200여개 4년제 대학이 설립유형, 지역, 규모에 따라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 탓이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대교협 회장실에서 만난 부 회장은 그것이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이 함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윈-윈 모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구조개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면 30% 정도의 정원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웬만한 대학은 재정 자립이 불가능하다. 보통의 대학이 15%에서 20% 미만으로 정원 감축 부담이 완화될 때 대학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되고, 구조조정도 성공적이 될 수 있다.”
부 회장은 “고등교육 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오는 6월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보고할 계획”이다. 1982년 대교협 출범 이후 지역 사립대 총장이 회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앞둔 데다 교육부가 올해를 ‘반값 등록금 완성의 해’로 정하면서 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부 회장을 만나 해법을 물었다.

• 일시 및 장소: 2015년 2월 9일(월) 오후 4시 대교협 회장실
•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 사진·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지역 사립대 총장이 대교협 회장을 맡은 적이 많지 않았다. 구조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역 사립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개별대학에 중요한 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교육에도 정말 의미 있는 시기다. 대교협이 우리나라 대학들 전체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교협이 그 역할을 잘해서 각 대학이 경쟁력 있게 발전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돼서 결국은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 취임사가 흥미로웠다. 구조개혁에 대한 복안을 시사했는데.
“구조개혁은 단순히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끝나선 안 된다. 대학 전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것은 당연히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모습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20개 남짓 되는 선두대학은 세계 200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10년 후 우리 고등교육의 모습이어야 한다.
그런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그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겠나. 국립대의 경우 지역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정부가 지금은 국립대에 재원을 똑같이 나눠주고 있는데, 합리적 통합에 의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그 대학에는 세계 200위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립대도 재원이 들어가야 하는데 정부가 새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단이 많은 재원을 넣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지금 정부가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해외 대학을 유치하면서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법에 의한 제약을 받지 않고, 등록금 등 모든 부분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세계 200위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사립대는 예외적으로 모든 규제를 철폐해 자유롭게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등록금에 대한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게 사립 명문대학들, 거점 국립대학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올라갈 때 나머지 대학들도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면 학부정원이 지금처럼 많아서는 어렵다. 결국 학부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때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른 대학들의 정원 감축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 소수로 한정한다 해도 등록금이 오르게 되면 사학이 져야 할 부담을 교육 수요자에게 전가하는 측면도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은 등록금이 연간 4만~5만 달러에 달한다. 하숙비나 생활비를 합하면 1억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 국내 대학이 외국 명문대학과 경쟁하는 우수한 대학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등록금으로 2만~3만 달러를 내더라도 훨씬 적게 든다. 그런 대학에 들어갈 능력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지금도 4조원 넘는 국가장학금이 풀리고 있다. 소득 분위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자율화하지 않았을 때 정도의 부담만 지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국가가 거기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정원 감축 부담을 줄여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도와주는 혜택을 주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원 감축 부담만이라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조개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면 30% 정도의 정원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지역대학은 대체로 10% 정도는 감축하겠다고 한 상태다. 거기서 20%를 더 줄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지역대학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감축하게 될 때는 경쟁력 없는 부분을 털어내는 추진력이 되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면 파괴가 된다. 재정이 흔들려 버리니까. 그래서 우선 정원 감축에 대한 부담을 보통(C) 등급의 대학은 20% 미만, 가능하면 15% 정도로 완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국립대, 사립대의 선두주자들을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할 때 나머지 대학도 동반성장을 하게 되면서 한편 구조조정도 성공적이 될 수 있다. 그게 대교협이 제시하는 윈-윈 모델이다.”

△ 등록금 자율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까지 대학사회에서 등록금 자율화를 많이 외쳐왔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대부분 대학은 종전과 같은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 90%의 대학은 종전과 같이 서서히 자율화 쪽으로 가고 극히 일부의 10% 정도 대학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얘기다. 세계 200위권에 드는 우수한 대학 20여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절박한 과제다. 첨단산업 경쟁에 투입할 인력을 스스로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그 외침이다. 언제까지 1년에 40억 달러씩 외국 유학에 쓸 수는 없다.”

△ 수능 제도 개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이후의 수능 제도에 관한 언급인데, 수능 제도 하나만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학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학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취업률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이런 많은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대학다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 입장이다. 대학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창조경제는 사회 전체적으로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문화풍토가 있어야 가능하고, 창조적 인재가 나올 수 있는 교육체질 개선이 같이 돼야 한다. 수능을 정점으로 하는 현재 체제는 창조경제에 맞는 교육체제는 아니라고 본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도록 돼 있을망정 정말 창의적 사고를 격려하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교협 차원에서 TF를 만들어서 논의하고 있다.” 

△ 구조조정으로 정원을 감축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겪는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교수들이야말로 교육, 연구의 최전선인데….
“그래서 중간 정도의 대학은 정원 감축이 20% 미만이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감축 부담을 흡수하면서 교수 대 학생 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교육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올해까지 등록금을 동결한 것도 지역의 많은 대학에는 너무 큰 고통이다. 적정한 등록금 조정이 이뤄지게 될 때 투자 여력도 생긴다. 지금은 전부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에서 정한 등록금 인상조차 행정력에 의해 강제로 억제되고 있다. 이것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때 보통의 대학들이 활기차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렇게 될 때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낮아지거나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지원을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만큼 질 높은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 대학이 대학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부는 산업 수요 중심의 학과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인문·사회분야의 축소나 위축이 예견된다.
“인문학은 대학다움의 바탕이다. 그런데 인문학 전공 학과가 많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을 전공하고 문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전공한 교수가 대학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철학과가 있어야 하고, 문학 학과들이 있어야만 하느냐. 그건 조금 다른 문제다. 국립대는 그런 학과들이 있을 필요가 있다. 학문후속세대도 양성해야 하고, 학문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아주 소수의 인원이라도 길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소수의 거점 국립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학에 그런 학과들이 다 있어야 하느냐.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학문의 다양성은 결국 국립대가 담당해줘야 할 몫이다. 사립대가 그것을 감당하기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렵다.
학과가 없어지더라도 적어도 4년제 대학에서는 문·사·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자기 학과에서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인문학을 가르치되 인문학의 지식이 아니라 인문학에서 말하는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관점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그런 역할을 담당해 줄 때 산업체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 임기 동안 이것만은 어느 정도 틀을 다져놓고 싶다고 하는 게 있나.
“우리 고등교육의 전체 비전에 대한 공감대, 합의를 이끌어내고 10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진전이 되는 모습이 이뤄지는 것. 그게 제 임기 중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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